그런데 사실 이 논쟁은 진태원씨나 홍준기씨 모두에게 약간 황당한 논쟁일 듯 싶어요. 홍준기씨의 원래 글을 보면 주 비판 대상은 정확히 들뢰즈주의자들인데, 진태원씨는 "그 과정에서 왜 알튀세르(와 나)를 걸고 넘어지냐"는 거고, 홍준기씨는 "아니 왜 엉뚱한 너가 발끈하냐" 정도의 싸움이니까요.:-) 정작 비판의 대상이었던 들뢰즈주의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한, 말씀하신대로 그다지 생산적인 논의로 발전하지는 않을 듯 싶군요.
다만 헤겔-라캉과 스피노자-들뢰즈의 대립 구도는 오래된 논란인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알튀세르 해석을 둘러싸고 불거져나왔다는 건 흥미롭네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캐즘//좀 듣보잡한 논쟁(?)이긴 하지만 사실 진-홍간의 골은 곪은게 터졌다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요, 이들은 몇해 전부터 이견을 노출해왔을뿐더러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죠. - 서로가 알튀세르와 나를 오독했다 - 비약을 하자면, (헤겔-)라캉주의가 알튀세르주의와 들뢰즈주의에서 공통된 공분을 일으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쨋든 헤겔-라캉은 보수주의자(?)로 비쳐지니까요. 그런데 한국에서 조금 뒤틀린 지형은, 알튀세르에게 빚진 자들이 라캉과 들뢰즈에 공분하지만 들뢰즈에게 빚진 자들은 이들 둘은 아예 논쟁자로 받아들이지도 않는 듯하고, 오히려 무지한 자들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영광스런 '분열증자'임을 자청하는 자들에게 '분열증자'라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입씨름일뿐이고(엄밀히 말해서, 답할 수 있는 자들도 없는 것 같고요), 아마도 라캉은 이들에게 안다고 상정된 주체, 즉 '분열증자'라는 환상을 향유하는 자들이라고 되받아 치겠지요. 결국, 한국사회에서 서구이론이란 지식 권력을 향한 투쟁, 음...더 많이 안다는 자뻑 싸움의 형태니까요. 무엇보다도,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고요, 실천문제와 크게 유리되어 있기도 하고요. 물론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진정한' 분열증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들 중 한 부류가, 그나마 '진정한' 라캉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