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해하기론,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이 아예 상종못할 사이는 아닌 만큼 둘 사이의 새로운 종합이랄까요, '방법적 이종교배'의 가능성을 넌지시 비쳐주신 게 무척 반갑고 흥미롭게 다가왔더랬어요.ㅎ <르몽드 세계사>를 보면서 참 반가웠던 것이, 양적 통계 방법이 흔히 질적 방법으로 드러나는 내용과 적대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외려 같은 테마/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다른 방법일 뿐임을 잘 보여줬다 싶었거든요.
잘 알려져있다시피 통계학이 그 내력상 근대국가 통치에 유용한 정보 내지 지식권력의 축적을 위해 제도화된 분과학문이라면, 이 말인즉슨 원활한 통치, 근까 국민(경제)적 구획의 영속화에 맞춤한 통계철학과 기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는 얘기자나요? 뒤집어 얘기하면 주류 통계기법은 이런 통치를 교란하거나 힘들게 만드는 수치들은 가시화되지 못하도록 체계화, 이론화된 셈이란 걸 텐데요.. 물론 국가통계를 통해, 정확히는 그 이면을 통해 공식적 통계치의 의도하지 않은 맥락이나 모순된 함의를 끄집어 낸다곤 하지만요.
그래서 말인데, 전 뽀삼님 얘기가 이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방법 말고,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국가-자본의 의지를 거스르는" 사회적-국지적-세계적 통계치들을 가시화할 이론과 방법들을 양적, 질적 차이를 넘어 궁리할 여지가 (활짝?) 열려 있다는 말로도 읽히더라구요..ㅋ
저로선 이런 여지가, 이론과 실천의 상투적 이분법을 넘어서 좀더 커지고 활성화될 수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 듯해 반갑고, 또 뽀삼님 같은 분들이 이런 여지를 확장, 강화하는 데 한몫 해주시길 바라는 맘이 간절해지네요. 앞으로 이런저런 대학 통계학과라는 데서 이런 기대를 충족한다는 게 가능할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마는; 이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심 좋겠지요. 뭐 다른 경로가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이런 궁리가 꼭 대학에서 이뤄질 필요도 없고요 따지고 보면.
개인적으론, 통계청이나 국책/대기업부설연구소에서 나오는 관성화된 공식통계 수치들에 대해 이런 문제의식을 깔고서 대안적인 의제화 꺼리들을 궁리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던데요.. 그렇게 해서 통계청이 국가 제도로서 가진 '내재적이고 제도화된 무능'을 드러내고 그런 무능을 봉인하려는 실천적 개입의 일환으로, 일테면 고용 없는 성장 국면 속에서 자본 특유의 울렁증을 이미 겪고 있는 '노동자-대중'한테 쓸 만한 무기가 되줄 통계란 어떤 걸지 공론화해 가자고 할까요. 독자 입장에선 작심하고 쓰신 김에, 연재 마치실 즈음엔 이런 가능성이랄까 실마리를 '냉정하게' 탐색해 주시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