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추미애가 발표한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직무배제 근거들이 신빙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론 기사들에 관심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읽고 보고 들었던 것들이고, 이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감찰 공세로 식상한 부분마저 있다.
 
이 시점에서 윤석열을 편들고 추미애를 욕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 전반에 대해, 생각 있는 사람들의 감시와 비판적 자세가 한층 더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현 정권이 원하는 어떤 목적, 이 정치 세력이 집권하여 만들려 했던 어떤 질서가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애초부터 그 목적을 실현하는 데 검찰이 걸림돌이 된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심증은 있지만 말할 수는 없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이미 오래 전에 ‘정의의 여신’은 더불어민주당-청와대-법무부를 떠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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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23:51 2020/11/24 23:51
모든 사람의 계좌로 보내주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ein bedingungsloses Grundeinkommen)'이란 개념은 코로나 위기와 경제침체기에 실업 문제, 사회보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독일의 좌파당(Die Linke) 원내총무였고 현재 연방의원인 유력 정치인 사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는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독일의 사회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2018년 이래 독일 연방정부 재무장관이자 2021년 연방의회 선거를 겨냥하여 사민당(SPD) 총리 후보로 지명된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역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비판하며 이러한 기본소득 개념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us)적 발상이라고 말한다.
 
독일 언론 FrankfurterRundschau에 게재된 이들의 견해는 대략 다음과 같다:
 
사라 바겐크네히트: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Sahra Wagenknecht: Das bedingungslose Grundeinkommen löst nicht das Problem)
 
모든 이에게 계좌로 기본소득을 보내준다는 개념은 코로나 위기에 하르츠 IV 수급자에 해당하는 생계 활동이 없는 사람들이나 1인 자영업자에게 매혹적인 것 이상일 수 있다. 관료적 장애물 없이 사회 급여에 접근하게끔 하는 일은 긴급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물뿌리개로 사회급여를 나눠주는 것이므로 재정적으로도 불가능하거나 전혀 지속될 수 없다. 더 많은 자산이 있거나 꾸준한 소득이 있는 사람은 추가로 기본소득이 필요없다. 또한 기본소득을 가장 긴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건강, 가족 또는 주거 상황의 요구에 따라서 그 욕구가 그야말로 높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정치인들에게 완전고용을 제공해야 할 책임을 면제해 줄 것이고, 기업들에게는 생활보장임금을 지불하고 사회보장기금에 공평히 재정적으로 기여할 의무를 면제해 준다. 균열이 간 독일 사회국가의 기둥이 무너지게 하지 말고 이 기둥이 보다 더 경제적으로 강자인 이들에 의해서도 떠받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정 연금 수준이 한층 올라가고, 돌봄 보장이 확장되고, (1인) 자영업자를 위한 보호 수준이 더 나아져야 한다. 자영업자를 법적인 사회보장 대상에 포함시키고, 오스트리에서 하듯이 고용주에게 약간 더 부담을 요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생계 활동에서 이탈한 것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럼으로써 저임금 부문과 여성의 불이익을 공고화하는 대신에, 생활조건에 노동 시간을 적응시키는 수단과 연결시킨 합의임금을 제공하여 모든 이에게 좋은 노동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위기는 제재 조항으로써 생계 활동이 없는 이들을 더 열악한 일자리로 몰아 넣는 하르츠 IV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즉 생활 표준을 최소한 절반은 보장하고 생계 활동이 없는 이들을 오랫동안 지지하고 새로운 합당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직업적으로 재교육하는 질서 잡힌 실업 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결국 바겐크네히트의 견해는, 기본소득은 오히려 독일의 사회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고, 생계 활동이 없는 이들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1인 여성 자영업자들에게 불이익을 공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은 노동 시간을 조건에 맞게 유연하게 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하면서, 사회보장 급여를 강화하고 실업 보험을 질서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의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 “그것은 신자유주의라 해야 할 것(Olaf Scholz zum bedingungslosen Grundeinkommen: „Das wäre Neoliberalismus“)
올라프 숄츠는 이러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신자유주의’라고 특징지었다. 그는 공정하고 합당하게 계산하면 이러한 기본소득은 지불 불가능하며 연금 보험, 실업 보험 같은 사회국가의 많은 성과들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제시한다. 시간당 12유로에 해당하는 최저임금을 제안하는데, 7월 초에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0유로 45센트로 올리도록 권고했다. 숄츠는 12유로의 최저임금이 합의되지 않으면 2021년 연방의회 선거를 향한 연정 협약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2018년 이후 연방정부 재무부 장관이고, 올해인 2020년 8월 초에 2021년 연방의회 선거를 겨냥하여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로 지명된 상태이다.
 
한편, 독일경제연구소(DIW: Das Deutsche Institut für Wirtschaftsforschung)는 ‘나의 기본소득(Mein Grundeinkommen)’이라는 단체와 함께 140,000명의 민간 후원금을 통해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신청으로 지원자를 받은 후 1,500명의 집단을 추리고 그중에서 120명을 선정하여 매달 1,200유로의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나머지 1380명은 비교집단으로 기여한다.
 
연구의 배경: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이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의 실험은 독일에는 거의 옮겨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낳을지 발견하려는 목적으로 “행동과 태도로써 무엇을 만들고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현재적 도전을 겪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 급진적으로 빈곤에 대해 투쟁하는 수단으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고려하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조건 없는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이 독일에서 계속 소리 높여 벌어졌는데, 사라 바겐크네히트가 속한 좌파당의 의장 카트야 키핑(Katja Kipping)은 대체로 찬성하는 발언을 해왔다. 좌파당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고 함:
조건 없는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 몫에 관한 인간의 기본권. 이 원칙은 경제침체 위협하에서 수입이나 가족 구성원의 자산에 의존하게 만드는 의무와 같은 보상에 대한 강요를 배제한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기초 보장을 제공할 경우 보장 욕구 검토를 통해 생기는 낙인, 가난과 급진적으로 싸운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홍보하고 있다. 보수 제1야당 국민의힘의 김종인 비대위장 또한 기본소득에 호응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의석 1석의 시대전환당과 기본소득당도 이를 주장하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IMF의 안 좋은 추억에 붙들린 나라 한국의 정당들 역관계에서 이는 필연적으로 사회복지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뻔하다.
 
 
노인 기초연금도 아직 보편적 지급이 안 되고 있으며, 비정규직은 늘고 정규직과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청과 재하청 노동, 위험 업무 외주화, 산업재해 일상화, 노동조합의 권리에 대한 전면 인정도 아직 불충분하다다. 최장 노동 시간 국가이자 노동인권 후진국. 일하다 떨어져 죽고, 서해 바다에서 고기잡이 하다가 배가 뒤집혀 실종되어 죽고, 코로나 감염되면 안 될까봐 비대면 노동 강조하다 보니 사람들이 온라인 주문을 자꾸 클릭하고 재촉하여 택배 노동자들이 일하다 과로사로 죽는데,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도 못 만들어 눈치나 보는 현실이다. 국방비 지출 비율은 세계 수위를 다투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거론하면서도 무기 수입국으로 세계 수위이다. 독일 같은 사회국가 전통이 강한 나라도 지급 불능하다는 기본소득을, 코로나 위기 동안 재난지원금 추가 재원 마련 가지고도 전전긍긍하는데 가능하겠나?
 
좌파당 바겐크네히트 의원의 조언처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해서 줄이고, 일자리를 더 나누면서, 사회보장 기금과 실업 급여를 안정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타당하다. 또 코로나 위기에서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해준다. 올라프 숄츠의 의견을 참조하여 최저임금의 실질적 상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권리를 계속 증진하고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기본소득은 보수 정치의 복지 삭감에 알리바이를 제공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빈곤에 대한 투쟁으로서 기본소득의 의미는 어떻게 부여할 수 있을까?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나 용어에 붙들릴 필요가 전혀 없다. 소득 수준에 관계 없는 노인기초연금 보편 지급, 아동과 육아 수당 보편 지급, 고등학교 무상교육, 대학 등록금 대폭 축소, 공공주택 정책 강화, 연금 보장성 강화 등으로 노동소득과 사회보장 급여 및 공공 정책이 상호 작용하여 결국 노동자의 생활비가 보장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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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00:59 2020/11/17 00:59
압수수색이 뭐여?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강제로 집행하여 개인 물건까지도 뺏어갈 수 있는 거잖아. 가져갔으면 증거를 수집하겠다는 쪽에서 수사 방법과 첨단 장치로 풀든지 해야지, 왜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들려는 거여? 수사기관과 수사 받는 사람은 불신을 전제로 관계가 성립할 수밖에 없는데, 휴대전화 비밀번호 풀어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강제로 말하라는 거여?
 
힘센 공권력의 강제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개인의 인권이 우선해야 맞지. 또 그렇게 해야 민주주의 원칙,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한 수사라고 인정받지. 정치 권력과 수사기관이 합동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낸 게 한두 번이니? 누군가는 억울한 누명을 쓸 수도 있고, 어떤 혐의를 받든 간에 진술강요 거부권과 무죄추정 원칙을 깨뜨리면, 그게 인권 탄압이지 범죄 혐의 실체 규명이냐?
 
추미애는 이제 물러나라. 겸손함과 무게감이라곤 하나도 없고, 국회에서 답변할 때는 또 어찌나 오만방자한지 짜증이 절로 나. 법무부 장관 임명될 땐 뭐 좀 괜찮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또 속았어. 법무부 장관도 수사에 대해서 정치적 중립 지켜야 돼. 이렇게 하면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정치 보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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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21:46 2020/11/13 21:46

햄버거 가게

from 정치-경제-사회 2020/11/11 22:51
지난 2016년에는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기길 바랐다. 이유는 북미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또 힐러리는 강경 노선을 밀어붙일 것 같아서. 그랬더니 정말 트럼프가 당선되더라고.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이기길 바랐다. 왜냐하면 4년 동안 트럼프가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것 같아서. 중국에 관세 폭탄 투하, 코로나 대응의 무책임과 혼란,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연방군 투입까지 검토하는 걸 보고 트럼프가 몰락할 것 같더라고. 코로나 확진 후에 차 타고 나와서 이벤트 하고 3일 만에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것 보면서, 웃어야 할지 어째야 할지 참 난감했다. 코로나에서 3일 만에 부활한 트럼프 이벤트인가 했다.
 
미국 대선의 개표 과정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그게 빠른 효율보다 절차를 중요시하는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의 특성인 걸 어쩌겠나? 주마다 개표 관리 규정이 약간 차이가 나고 최종 승자 선언을 주요 언론들이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다리더라도 그만큼 과정의 정확성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거지.
 
아메리카 퍼스트, 대중 무역전쟁,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 추진 등은 트럼프 개인 정치 스타일보다는 미국의 지위, 국제경제 맥락에서 평가해서 방향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백악관에서 나오면 트럼프는 뭘 해야 할까? 그거야 알 수 없지만, 북한에 햄버거 가게를 차려서 사업을 하는 것도 괜찮다. 미국 본토로 향하는 대륙간탄도 미사일이 있는 나라에 평화의 햄버거 가게, 피스버거 킹(Peace-burger King)을 차려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지. 북한도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가게가 잘 되면 좋은 날 오겠지.
 
한국 정부와 여야 의원들이 미국까지 날아가서 바이든과 줄 대고 싶나 본데, 대미의존증, 사대 외교에서 벗어나 자기부터 점검하고 전략을 세워라 제발. 비핵화라는 게 탑다운도 필요하고 바텀업도 필요하고 여러 단계에서 동시적인 이행 조치가 다 필요한 것이지, 트럼프는 탑다운, 바이든은 바텀업 이렇게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확실한 건 오로지 하나, 단계적 동시 행동만이 비핵화와 군축의 유일한 로드맵이라는 것. 빅딜 방식은 이미 하노이에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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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1 22:51 2020/11/11 22:51
다스 실소유주임을 은폐한 채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이명박의 범죄에 최종 심판이 집행되었다. 그 추동력 어디서 왔을까? 박근혜 탄핵, 그러니까 한국 방방곡곡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대통령직을 박탈한 역사적 사건의 규정력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는 왜 파면되었을까?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남용하여 자기 후견인이자 분신인 사적 지인과 국정을 농단한 점에 대해, 마지막까지 변명과 한탄으로 일관했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책임 있는 해명과 반성을 하지 않으며 무책임하게 처신했다. 그 점이 집권 기간 동안 누적된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두고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것이 헌법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전원일치의 결론을 냈다.
 
1987년 이후, 아니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을 가동시켜 대통령을 직위에서 파면한 이 최초의 사건은 심대한 영향력을 지닌 것이었다. 이 파장이 이명박의 과거 범죄 사실에까지 파고 들어갔다. 이명박은 박근혜가 파면되는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MB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4년, 이 10여 년의 시간은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다스 실소유주 이명박에게 들이닥쳤다. 장기 미제로 조용히 흘러가야 할 시간은 탄핵이 실현되는 순간 급속히 빨라진 것이다.
 
김경준, 에리카 킴이 고발하고 증언했던 주가 조작 의혹이 터지고 나서 2007년 12월 당시 검찰, 대통령 당선 직후 추진된 2008년 특검이 왜 다스 실소유주를 밝혀내지 못했을까? 범죄 사실 자체가 복잡한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시민사회, 정당들과 언론의 압력이 검찰의 수사를 강제할 만한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검찰 개혁, 공수처 드라이브를 집권 세력이 다수 의석을 밑천 삼아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다 난관에 부딪히니까, 이명박의 뒤늦은 처벌 역시도 당시 검찰의 탓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발전적·역사적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만약 공수처가 설치되었다면, 임기 말에 대연정까지 제안했던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 후보를 수사했을까? 이명박 후보 당선 이후 한나라당이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수사하는 공수처 수사를 그대로 수용했을까? 그건 정말 모를 일이며, 지난 일에 대해 오늘의 사안으로 거꾸로 규정하는 형식 논리요 가정적 믿음일 뿐이다.
 
형이 집행되는 오늘까지도 “나는 구속되지만, 진실은 가둘 수 없다”고 항변하는 이명박 같은 인물이 자신을 향한 수사 담당자들을 그냥 놔뒀을까? 이명박 아닌 다른 인물이라 해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대통령직에 당선되었다면 그냥 놔뒀을까? 이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 나라에서? 교묘한 범죄 행위가 최고 권력과 결합되었을 때 이를 밝혀내는 일이 단지 어떤 제도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대검찰청 국정감사, 추미애 장관의 위법한 수사지휘권과 감찰 남발, 검사들의 반발과 윤석열 총장의 행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져서 과잉 반응,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자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 라임/옵티머스 범죄에도 이렇게 충돌하는데 공수처가 출범하면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느냐?
 
현 정권의 검찰 컴플렉스가 사실상 박근혜 탄핵 이후 시민들의 민주적 개혁 과제를 뒤엉키게 만들고 있다. 컴플렉스는 열등감이 아니라 정신의학에서 어떤 ‘감정의 덩어리’라고 한다. 이것이 권력과 엉켜서 불안, 두려움, 초조함으로 연결되면 그 결과는 사회 분열을 가속화하는 길로 나아가지 않을까?
 
시민들의 정치 참여 증대와 선거제도 개혁,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 이른바 ‘권력기구’라 일컫던 국정원, 경찰, 검찰의 지속가능한 개혁, 재벌에 대한 막대한 혜택 뒤에서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일터 안전과 생존권, 환경과 보건과 사회안전망 강화,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진로, 주택과 교육 문제의 수도권-지방간 격차 해소, 남북관계와 주변 국가들에 대한 외교 등등, 모든 분야에서 조급한 성과주만 나열되고 성과 없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공천을 위해 3분의 1도 안 되는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로 당헌을 뜯어고치고, 위헌적 위성정당으로 선거제도 훼손한 분별 없는 민주당, 이대로 그대들이 무사할 것 같나? 그러다가 이번 정권도 권력의 사유화라는 민심에 대한 반동으로 들어서지 말라는 법 없다.
 
박근혜 탄핵의 심대한 영향을 그대들은 진정 아는가? 그 부산물로서 이명박의 처벌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자신을 들여다볼 때이다. 집권 여당은 과연 정말로, 진정으로 검찰을 비난하고 공격할 자격이 있을까? 각 정당들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심화를 위해 오늘 얼마나 분투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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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23:14 2020/11/02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