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제재안 통과에 화답하듯 불과 며칠 만에 북한이 태평양으로 미사일을 쏴버린 시점에서, 일개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엔,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애초부터 긴장 완화와 대화 국면으로 조속한 전환 정책을 구사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동맹의 신뢰성 검증 절차라도 하듯, 한미 정상 관계라는 강박관념에 갇혀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운전석'을 거론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를 확인받으려 노력한 것, 그 자체는 새로운 한국 정부의 의욕과 의지의 표명일 수는 있다.

 

하지만 외교적 말로 뭔가를 확인받고 인정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출범 초기부터 국내 문제로 정신이 없던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좀더 진지하고 냉정하게 고려할 수 있는 해결 경로를 찾아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었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미사일 실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 나갈지 확실한 프로그램도 없이, 이런저런 장기적 구상만 나열한다고 해서 주도권이 생길 수도 없고, 미국, 중국, 북한, 일본, 러시아, 유럽과 기타 세계 주요 국가들은 그저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각자 한국의 새로운 정부를 평가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김대중 정부 5년, 노무현 정부 전반기 때의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이미 핵 강국과 경제발전이라는 병행 노선을 천명하고 6회에 걸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으로 물리적, 군사적 과시 노선을 밀어붙여 놓은 때이다. 그리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정체 상태에 갇혀 있다.


현재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하면서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한 국가의 대내외적 자기 규정을 스스로 바꾸라는 말로서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알다시피 북한의 요구는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거둔다면 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적대 정책을 거둔다는 구체적 증표를 보여주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해마다 대규모 군사훈련에 온갖 전략 자산 전개에, 이제는 한국도 미사일 대응 사격 훈련도 마다 않는 이 시점에서 비핵화에 나서라고 요구한들 북한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외교, 안보 정책가들의 조언들은 경청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외교부 정책 라인은 한층 냉정하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대북 정책을 위한 지혜를 동원해야 한다. 미국에 전술핵 배치해달라고 의원들 파견하고는 거절당하고 오는 자유한국당, 오십보백보 바른정당, 대북 강경 발언과 대안 없는 공허한 비판 사이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국민의당, 3개 보수야당 모두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한반도 상황을 냉정히 파악한 토대 위에서 정책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접하는 미국 정부의 상황을 봐도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안팎으로 상당히 난관에 빠져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이 복잡한 국제역학 관계를 뚫고 나갈 지도자로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10여 년 한국 정부가 가장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의 선두에 나서는 바람에 유엔 안보리의 틀 속에서 국제 사회도 한미동맹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중국과 러시아 또한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 결과는 사실 참담하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은 앞으로 한국의 요구를 우선 순위에서 조정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고 한반도 주변 이해 당사국뿐 아니라 유럽과 그 외 나라들 또한 한국 정부의 목소리와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편승해온 경로를 수정할 수도 있다. 세상이 오로지 북한과 북한 아닌 나머지 나라들로 딱 갈라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의 주도권이 어쩌면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로 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초부터 한국의 외교력이란 것이 해방 이후 그다지 힘을 발휘한 적도 없고, 딱 한 번 김대중 정부 때 미국 부시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했다. 그래도 많이 개선된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위, 그리고 북핵 문제의 또 다른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미국과 함께 국제적 협력을 끌어내려면 야무진 꿈과 포부보다는 냉철하고 진중한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지금 같은 때 한국이 북핵 문제의 대화와 협상을 주도할 힘이 있는가? 솔직히 현재로선 역부족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 완화와 대화 국면으로 조속히 전환하기 위한 촉진자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북한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내보낼 때 신중하고도 적절할 필요가 있다.

 

대화 국면이 올 때까지 한국의 대통령이 대북 제재와 압박, 대북 군사 대응 능력 강화만 외치고 있으면 되는 걸까? 아니라고 본다. 기존 남북관계의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충분히 평가하고, 국제 사회가 제재 결의안 반복 메커니즘에서 벗어날 만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국면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하려면, 박수만 받으려고 하지 말고 한국의 외교적 메시지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원유 공급 중단이라든지, 재기 불능하게 할 수 있다든지 하는 발언이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만약 대통령과 정부가 판단한다면 이 나라 시민들의 수준을 마치 60~80년대에 정부 말이라면 오로지 고개 끄덕이던 시절로 떨어뜨리는 실책이며 그다지 안심되지도 않는다.

 

대화와 협상만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무이한 통로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제재 프레임과 대미 추종 외교의 관성에 갇혀 스텝이 꼬인 외교 정책을 다시 풀어내고 심각하고 중대한 국면에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다가 타이밍 놓치지 말고, 한반도 긴장 완화의 촉진자로서 지혜로운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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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5 21:11 2017/09/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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