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당시 생활상, 버스 정류장, 거리의 모습, 데모, 뒤쫓아 오는 백골단... 딱 그 당시에 대학생은 아니었지만 낯설지 않은 기억이다. 방송 뉴스로 접한 박종철 서울대생 고문 치사 사건, 그 심상찮던 사회 분위기, 전두환이 TV에 나와 호헌 엄포 놓던 그 장면들. 다 기억에 살아 있다. 동아일보에 실린 이한열 연세대생의 그 모습, 장례식 장면들 모두 생생하다.

 

조폭 깡패단보다 더한 공권력의 야수성... 무고하게 고문당하고 끌려가고, 가족들의 일상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장면들을 접할 때면, 오늘까지도 국가 폭력의 범죄자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것도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광주 항쟁 당시 광주 시민들이 플래카드에 내건 구호 중에는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라는 절규도 있었다.

 

대학 신입생 연희가 절규하고 울고 괴로워할 때, 광주 비디오를 보고 차마 다 볼 수 없어서 뛰쳐 나와 우는 연희를 보면서, 그렇게 수없이 화면을 통해 접했던 광주의 참상이건만, 연희의 얼굴을 보며 주르르 내 뺨으로 눈물이 흐르다. 마지막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배우 김태리가 울면 나도 울었다. 영화관 불이 켜지고 태연한 척하느라 호흡도 가다듬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영화 <1987> 그 자체는 탁월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의 청초함과 생명력이 지난 세월의 아픈 기억들과 어우러지며 가슴을 울렸다. 당시를 살았던 연희와 주변 인물들의 그 생활과 일상이 그 시절 내 생활을 다시 떠오르게 했고, 그 안으로 연희의 눈물이 파고들었다.

 

87년 이후 세대인 김태리가 당시 시대 정서에 무리하게 다가가지 않고, 오히려 과장 없이 자기 역을 소화해낸 것이 진정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역사는 세대와 시대를 초월하여 때로는 잔잔하고 세밀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삶을 관통하는 것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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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4 00:41 2018/01/0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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