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벌어지는 한국의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는 별도로, 피해자가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긴 하지만, 트라우마의 피해자는 과거의 고통을 잊고자 애쓰는 것보다 끊임없이 기억하여 그 기억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다만, 이런 기억을 표현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저/최현정 역)

 

그런 점에서 우려되는 점은 과연 SNS나 한국 미디어 환경이 안전한가 하는 점이다. 폭로와 고발, 가해자의 부인, 추가 고발, 결국 인정하며 사퇴(사퇴인지 법적 다툼 준비인지 모르겠음), 법적 소송... 상당히 고통스럽고 기나긴 과정일 것 같다.

 

과연 눈먼 이의 눈은 뜨일 것인가? 피해자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 우려스럽다는 점에서, 보다 전문적인(단순히 유명세 타는 대중심리학자나 심리상담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전문적인 사람들이어야 한다) 정신의학자도 필요하고, 현재 피해자의 입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미투 운동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토론하기 위해 세밀히 구분하고, 다루고, 통합할 수 있는 토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생략된 채, 너무 빨리 고발-부인-법적 처벌로 넘어가 버린 것은 아닐까?

 

현재의 미투 운동이 무한대로 뻗어 나가다가 갈등만 심화되고, 사람들 간에 마음의 장벽은 높아지고, 부정적인 결말을 맞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안태근 전 검사가 조사 받으러 나오면서, 기자들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서 한마디 반성의 말도 없었다(물론 법률 기술자로서 혐의를 인정해버리는 것이 될 테니까). 단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조사받고 나와서 “검사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습니다” 해버리고 차 타고 갔다. 교회에서 흘렸다는 눈물은 역시 반성과 참회가 아니라, 추락한 처지에 대한 자기 연민의 눈물이었지 않겠나.

 

피해자를 위로하고 연대하겠다는 말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피해자가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8/03/01 01:30 2018/03/01 01:3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olbangul/trackback/116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