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언론들이 향후 비핵화의 획기적 전환점을 이뤄야 한다거나, 이후 한반도 운명이 걸려 있다는 식으로 과장 보도할 필요는 없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섯 번째 만남인데, 이제는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더라도 어느 정도 담담한 태도로 공고한 실천 경로를 밟아야 할 때이다.
 
북미대화 또한 진행되지 않을 수가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띄운 편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해 마지’ 않았고, 이미 행정부에서도 회담을 예정에 두고 있다고 했다. ‘중재-촉진’ 이런 단어에 강박관념 가질 필요도 없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정말 운전자로서 중재하려고 했다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 북미회담 이후 지금까지 약 석 달 사이에 미국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제재 노선을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이제 평양에서 남북 정상 간에 화통한 대화를 거쳐 실천적 성과를 확실하게 끌어내면 그 자체가 한반도 정세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왔다.
 
그렇다면 이제 2018년 들어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고나 할까, 외교적 충격이라 할 만한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3월 말에 있었던 북중정상회담에서 이른바 ‘조중동맹’ 관계를 과시한 장면이었다. 그 후에도 적절한 시점에 시진핑과 김정은이 긴급 회동하면서, 이른바 형제 국가다운 친선을 과시하고, 중국공산당과 조선노동당의 공동 노선을 바탕으로 전략적 전술적 협동을 강화하기로 다짐했다는 소식이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김여정-김영남의 방문’에 이어 이미 예정된 사건이었고, 또 한국으로서도 국면 전환의 계기로 중요했던 만큼 기대가 컸다. 그런데 기대가 크고 예정된 것들이 많으면 이벤트로서는 충격이 덜하다. 도보다리 대화도 사실 북중정상회담 때 시진핑과 김정은이 계단을 산책하며 내려오던 장면 좀 참조했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도보다리 장면 별로였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뭘 그리 오래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다냐? 적당히 분위기 좋게 마무리하고 좀 빨리 일어나라.’ 뭐 그런 심정이었다.
 
사실 이벤트나 보여주기 효과가 크려면, 즉 감동을 주려면 티가 안 나야 하고, 뭔가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역사의 한 지점을 때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연출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어제도 오늘도 어쩌면 내일까지도 ‘쇼, 이벤트 자제하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올해 가장 큰 이벤트 효과는 북중(조중)관계의 전면 복원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물론 이벤트용 관계 복원이 아니기 때문에 더 드라마틱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또한 북한식 표현대로 하자면 ‘세기적 사변’인 것은 맞다. 다만 회담을 앞두고 ‘한다, 안 한다’ 해가며 피곤하게 하는 트럼프의 변덕 때문에 드라마틱한 충격까지는 없었다. 더욱이 폼페이오가 평양을 세 번씩이나 다녀 간 것을 포함한다면 이미 비공식 준 북미정상회담까지 서너 차례는 열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껏 지나온 세월들, 그리고 2017~2018년 사이에 전개된 급박한 정세의 전환을 통해 드러난 진실이 무엇일지 소결론을 내려본다. 그것은 ‘평화’는 능동적으로 ‘때’를 만들어가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러시아도 중국도 일관되게 내보내는 메시지가 있다. 즉 “한반도 문제는 정치적, 외교적 프로세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적 의미는 말 그대로 군사적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고, 조금 더 들어가면 국가 간 안보와 외교에서 21세기에는 더 이상 일방적 요구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재를 통한 압박과 협상의 병행이라는 상충하는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호 충돌하는 모순을 아우를 만큼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민 통합 능력은 출중한가? 아니 그 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외교와 안보에서는 ‘일관된 노선’을 추구하는 나라들이 이기는 것을 보게 된다. 예측 가능하고 신뢰 수준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 = 북한의 일방적 비핵화>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것이고, 미국은 제재의 점진적 완화와 함께 미국민들을 통합할 만한 명분을 확실히 얻는 수준까지 북한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북한의 핵동결에 이은 핵 사찰과 검증을 통한 비핵화 과정은 남-북-미-중의 평화협정, 더 나아가 러시아와 일본을 포함한 6자 회담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며, 그 성과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체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일본은 동북아 안보에서 자기 역할을 성취하려고 적극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군사무장화의 정당한 명분을 얻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제재 완화의 틈바구니에서 북한에 자본을 유치하려고 집요하게 달려들 것만 같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한국 정부야말로 확고한 철학과 중심을 갖고 정부와 정당과 민간과 연구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아 북한과 관계 개선의 수준을 질적으로 높이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4.27 판문점 선언이 지향하는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실천 조치의 단계를 확실히 높여놓아야 한다. 행정부만이 아니라 정당과 의회의 교류도 중요하고, 민간과 학술, 문화와 예술 부문의 교류도 아주 중요하다. 지금은 꾸준히 남북관계의 틀을 공고히 다져나가야 할 시점이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너무 애쓸 시점은 아니다. 평양 정상회담의 풍성한 열매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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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00:53 2018/09/1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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