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 이후 결코 들뜰 이유는 없다. 문재인-트럼프 한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제재 완화 첫 단계에 대한 긍정적 결론이 나오느냐 아니냐이다. 남북 협력과 경제교류, 특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유엔의 제재 완화 조치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이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할 이유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봐도 분명하다. 비핵화를 2021년 말까지 원하는 수준으로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첫 단계를 실천해야 한다. 이미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종전선언을 해버린 시점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종전선언을 하자고 지나치게 매달리듯 하면 중재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향후 북미 협상의 핵심은 관계 정상화(북미 수교, 상호 불가침 확약 수준의 조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번 문재인-트럼프의 만남에서는 종전선언에 앞서 제재 완화 조치를 끌어내도록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비핵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재 완화의 동시 이행 조치도 속도를 같이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소극적인 이유는 있다. 과거가 있으니까. 한때 제재에 앞장 선 적도 있으니까. 이제라도 노선을 확실히 전환해야 한다. 이미 그 명분은 판문점 선언과 평양 정상공동선언이 나오는 과정, 그리고 주변국의 지지로 확보되었으니, 부디 스스로 결단하길 바란다.

 
그러면 이제 언론의 상태를 진단해보자.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적폐청산 분위기에 들뜬 나머지 언론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비판과 분석을 찾기는 힘들다. 한겨레-경향 같은 언론들은 뭔가 문재인 정부를 통해 의제와 흐름을 조성해 보려고 애쓰며 언론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고,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아예 보수 포퓰리즘 프레임에 빠져서 나올 생각도 안 한다(최저임금 때문에 경제가 망한다는 논리가 대표적). 두 신문이야 뭐 워낙 과거가 화려하니 말을 안 하겠다. 중앙일보는 그저 잘 나가는 중산층을 겨냥한 기조, 외교 부문에서 미국 중심 논리를 충실히 답습하는 인상을 줄 따름이다. 역시 크게 기대는 안 한다. MBC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탄압과 장악이 너무 심해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 그나마 KBS가 나은 것 같은데, 계속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언론사 기자들이 북한, 외교,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는 이슈들에 대해 공공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기능이 옛날보다 떨어진 것은 확실하다. 좀 뭘 모르는 것 같아. 어떤 욕망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부동산 문제에 대한 보도들은 아주 촉수가 빠르데.
 
아래 시민단체의 성명으로 볼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의 국내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다. 남북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일구려면, 한국 정부의 국내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조장될 수 있는 문제 많은 법안들이 정상회담에 시선이 쏠린 시점에 마구 통과되잖나.
 
인터넷은행 ‘특례’ 법안이라는 명분으로 산업자본이 은행 자본의 34%를 점유하는 길도 시행령까지 동원해서 허용해주고, 막연한 ‘혁신성장’이라는 대의 명분으로 국정농단 범죄정권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법안도 이렇게 밀어붙여 통과시켜도 되는 거냐? 사회 공공성이 점진적으로 파괴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짐은 이미 눈으로 본 게 있지. 가산동 아파트 앞 공사장에서 땅에 금 가고, 상도유치원 붕괴되는 것 보면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그때뿐이야. 언론사 본인들은 아니라고 우겨대겠지만 비판 기능은 실종되고 있다.

 
돈이 돈을 벌고 인간과 노동의 고유한 가치는 기술과 자본의 부속품처럼 전락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의 경제’는 '사람을 곧 자본으로 여기는 경제'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 결론을 내리기 직전이다. 혁신이 사람을 파괴하고 돈이 돈을 벌고, 기술이 노동을 파괴하는 세상이 온다면 평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

 

 

아래: 시민단체의 규탄 성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악법 규제자유특구법(규제프리존법) 통과 규탄한다!

 

국회는 ‘독소조항 제거’ 운운하며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
혁신성장’으로 포장한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규제완화 즉각 중단하라!

 

어제(20) 국회가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규제자유특구법)을 본회의에서 가결함으로써, 박근혜-최순실-대기업 간 뇌물거래의 상징인 핵심 청부법안 ‘규제프리존법’이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됐다. 법안 명칭도 ‘규제프리존’을 한글로 바꾼 ‘규제자유특구’법으로 결정됐다. 뭐가 캥기는지 남북정상회담으로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이를 모든 생명·안전 규제를 무력화하여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문재인도 안철수의 규제프리존법 찬성 입장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계승자임을 드러낸 것”이라며 반대했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완화를 외치며 이 법을 부활시킨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이 법의 독소조항이 제거되고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아래에서 사실을 바로 잡고 규제자유특구법 자체가 여전히 심각한 독소라는 점을 밝힌다. 또한 자유한국당 등과 함께 이 법을 통과시켜준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
 
첫째, ‘우선허용·사후규제’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규제자유특구법은 기업이 요구하는 ‘지역전략산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사전예방원칙을 적용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의 설명을 받아쓴 듯 “신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이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가 되거나 환경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법의 문구가 안전장치이며 의료 영리화 금지 규정이라고 쓰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전부터 이것이 구체적 제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고, ‘생명·안전 위협’이라는 판단이 자의적으로 내려질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이 “제한하여야 한다”라고 두었던 강제조항조차도 최종 법률에는 “제한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후퇴됐다.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한 말이 됐다.
 
둘째, ‘임시 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는 탐욕스런 기업의 고삐를 풀고 국가의 안전규제 의무를 무력화한다.
이 두 규정은 국가가 맡아야 할 기업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포기하고 우선 국민들이 사용하게 한 후 사후 규정을 만들겠다는 가장 심각한 조항이다. 기업 돈벌이를 위해 국민을 유해 물질에 노출시키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이 조항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라돈침대 사건, 독성 생리대 사건 등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재앙을 일으킬 법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원칙 조항이기 때문에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된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광범한 규제 완화다.
이 규정은 전혀 삭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생색내며 제시한 ‘안전장치’도 누더기가 됐다. ‘임시 허가’ 제도는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한다고 하여 사실상 기간이 무한대로 늘어났다. ‘임시 허가’와 ‘실증을 위한 특례’ 모두 고의·과실이 없어도 기업이 피해자에게 보상을 한다던 ‘무과실 책임 원칙’을 없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안전장치’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며 기간 제한도 전혀 의미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마저도 대부분 지키지 못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셋째, 규제자유특구에서 지역전략산업에 대한 무한대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
법안에는 ‘민간기업은 시도지사에게 규제자유특구(규제프리존)을 제안할 수 있고 시·도지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민간기업이 원하기만 하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산업에 대해 고삐 풀린 무규제 제품생산과 돈벌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임시 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 각종 규제 특례를 적용받으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게다가 법안의 부칙 3조에 따르면 ‘201512월에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지역전략산업’을 계승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이 기업들에게 뇌물을 받고 기업과 산업, 지역을 연결해 규제프리존 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적폐가 계승된다.
때문에 일부 언론이 쓰듯 ‘보건의료 규제완화가 배제’됐다는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지역전략산업으로 보건의료 관련 산업·사업이 지정되면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수많은 관련 규제가 동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지정된 대로 강원도에는 스마트헬스케어(원격의료) 규제가 완화되고, 충북과 대전에는 줄기세포 유전자치료 같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돼야 하는 의약품이 규제완화 될 것이다. 울산은 3D 프린터로 의료기기를 만들어서 규제를 피하겠다고 공공연히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지역에서 만든 의료기기·의약품은 전국의 환자에게 적용된다. 여전히 우리가 처음부터 지적한대로 보건의료를 상업화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도 위협할 법안이다.
일부 문제 조항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이는 이 법안의 핵심이 아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위에서 제시한 이 법의 원칙 조항이 문제라고 오래 전부터 분명히 주장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언론을 호도하며 생명·안전을 지키는 법안이며 의료 영리화 우려를 해소했다고 왜곡하고 있다.
게다가 개별 특례조항도 개인정보 규제완화 관련해서는 규제프리존법안을 거의 그대로 계승했다.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되었고 사실상 폐기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한 것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외 조항을 먼저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법제를 무력화하면서 개인정보보호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기술 역시 예외 없이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을 받아야한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규제샌드박스’를 추진했고, 규제자유특구법(규제프리존법)은 그 핵심 법안이었다. 이제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적폐법안’이라고 했던 법을 자신들의 손으로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묻는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기업 돈벌이를 시키는 것이 혁신성장인가?
정부와 여당은 박근혜 ‘창조경제’와 명칭만 다른 ‘혁신성장’이란 이름의 사회공공부문 민영화·규제완화 정책 일반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규제자유특구법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파괴하고 이를 경제성장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문재인 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8921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규제프리존법‧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와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공동행동
건강과 대안,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구속노동자후원회,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국제민주연대, 광주인권지기 활짝,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노동자연대, 노점노동연대, 녹색당, 녹색연합, 다산인권센터,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사회진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서울환경연합, 서울YMCA시민중계실,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생태지평,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일산병원노동조합,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여성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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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00:21 2018/09/2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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