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과 서명식 취소되었다는 속보 보고는 ‘뭬이야! ...’ 머리는 멍해지고 가슴은 두근댔지. 오금도 잠시 후들거렸어. 점심 먹고 잠시 안정을 취한 다음 생각을 가다듬었지.
 
이런저런 보도와 논평들을 보니, 비핵화 협상이 트럼프가 선호하는 ‘거래’ 방식으로는 진전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핵만 포기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린다. 나는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김정은과 나는 친구야” 라는 트럼프의 자신감(?)과 태도만으로는 복잡한 의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어. 물론 미국도 나름대로 전략이 있겠지만, 이런 종잡을 수 없는 회담 종료는 신뢰 조성에 장애를 초래하지.
 
리용호, 최선희 외교라인이 밝혔듯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제제 몇 건을 들어내는 것이 미국에게는 "제제의 전면 해제"라고 받아들여진다면, 과연 ‘경제강국, 번영하는 North Korea’라는 말에 무게가 실리겠는지 의문스러워.
 
북한이 향후 어떤 경로를 제시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는 새로운 동북아 안보 환경을 구축하는 데서 미국의 입장과 이니셔티브를 존중하는 쪽으로 무게를 실어줬다면, 앞으로는 글쎄… 약간 중심 이동을 할 수도 있다고 봐.
 
한국 정부는 탄핵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면서 위치 설정을 했어야 옳았는데, 너무 빨리 제재 프레임에 빠졌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쨌든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한 때를 계기로 상당한 속도로 방향을 틀어왔지. 그리고 미국의 북핵 외교가 사실 난관에 부딪혔다고 생각해. 역시 신뢰 조성은 말로만 할 게 아니라 단계적인 실천 조치가 따라야 가능해.
 
비핵화의 성격은 더 뚜렷해졌다고 봐. 북한이 핵을 개발하던 단계에서는 ‘일괄타결, 동시 행동과 검증’이 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계적 타결과 동시 행동 및 검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거지. 언론들도 희망 섞인 기사, 프레임 설정해서 부정확한 기사 좀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보도하면 이제 그냥 주욱 스크롤 하면서 대충 보고 말아.
 
정부에게 바라는 점:
미국의 자존심은 존중하되, 남북 교류를 지속하고 확대해야 공간이 생길 것이야. 그게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전략을 가다듬고 협상을 재개할 여유를 주리라 믿어. 미국에게 이야기해봐. “동맹의 입장에서 제안하건대, 남북 경제 협력과 교류를 촉진하는 것이 너희에게도 이익이다. 왜냐하면 남북 교류 증진을 미국이 지지한다면, 북미 간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될 테고, 향후 비핵화 협상장에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히고 북한과 대화할 수 있을 테니까.” 중재, 촉진, 운전... 이런 표현 말로 선포하고 의지를 드높인다고 되는 게 아님을 결코 잊지 말아야 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9/03/02 23:54 2019/03/02 23:54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olbangul/trackback/152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