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비도 제대로 내린 이 밤에, 한미정상 회담을 앞두고 한마디 한다.
지금 시점에서 제재와 압박은 그저 상황만 악화시킨다는 점을 유념해야만 한다. 늘 공식처럼 되뇌는 ‘제재의 틀을 유지하면서...’ 하는 식으로 전제를 걸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차 확인했다’ 하는 보도만 반복되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되 단계적 이행을... 등등’ 하며 이미 언론에다 브리핑한 수준 말고 이렇다 할 결론이 없다면, 결국 북한은 자기 갈 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큰 것 같다.
 
계속 남한 정부의 대미 종속적 자세를 비판하며, 미국에게 줏대 있게 할 말은 하고 민족 간 협력과 교류를 넓히라는 메시지를 북한 매체들이 미리 내보내는 것을 보니, 이미 북한의 입장은 거의 정해지지 않았을까 예측해본다.
 
제재 유지가 지금 시점에서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비핵화의 시간과 경로는 더 길고 복잡해진다’는 뜻 아니겠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약간 추측해보면, 남북미중 4자 논의나 이전 6자 논의 틀을 북한이 적극 리드하면서 대미 협상에 매이지 않을 수도 있고, 아니면 중국, 러시아, 베트남 및 사회주의 우방들과 경제 협력 포문을 열면서 유엔 제재의 실효성을 점점 무력화하는 길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면 미국은 오히려 다급해지기만 할 테고, 협상의 집중력은 떨어지면서 북미 대화 시도는 표류하고 반복 순환하다가, 중국이나 러시아 중재로 해결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계속 대미 종속 외교, 양국 싱크로 외교를 펴면 펼수록 오히려 한국은 고립될 것 같다. 북한이 남한의 태도에 더 이상 기댈 게 없다고 판단하면 남북교류도 진전되기 힘들다. 엊그제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트럼프에게 청원 서한을 전달하면서 밝힌 대로 ‘남북협력과 교류가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기본 입장을 미국에게 설득시켜야 할 것이고, 그 점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외교팀의 역량 시험대라고 본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나 농업 생산력이 부족한 것만은 사실일 테고, 또한 북한 당국이 금강산이나 자연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경관들 중심으로 관광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으므로, 한국은 미국한테서 농업과 관광 분야 중심 남북 교류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투자 협력도 끌어내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 우호적으로 경제 협력 사업에 나서는 상황이고, 한국 정부는 북미 간에 비핵화 상응 조치의 구체적 방법이 도출되도록 끊임없이 지지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작년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은 향후 장기적인 한반도 비핵화의 단계가 암시된 것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신뢰구축 -->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다만 한 단계가 끝나야 비로소 다음 단계가 진행될 수 있는 순차적 방법이 아니라, 약간 동시병행적으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치 컴퓨터가 명령어를 처리할 때 프로그램 코드 순서에 따라 진행하는 방법도 있고, 순서를 따르기는 하되 앞뒤로 병행 처리하면서 프로세스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방법이 있듯이 말이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임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가 과연 대미 종속 외교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주권 국가의 면모를 어느 정도 보여줄지 진보-보수 모두 주목하고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아울러 북한 당국도 분단 이후 좌절된 통일민족공동체 완성을 위해 세계 시민들의 평화 염원에 적극 호응하는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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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9 23:44 2019/04/0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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