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트랙은 입법 절차 중 하나인 신속 처리 안건인데, 거기에 그렇게 크게 의미 부여해야만 하는 거냐? 난 아니라고 본다. 피해자 행세하는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적대와 갈등 구도만 더 키워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개혁의 과제를 완수하려면 지금보다 더 왼쪽으로 와야 한다. 서민 대중들 중에서도 특히 저임금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시민적 민주주의 완성은 어느 시점에 마무리되는 게 아니고, 계속 힘들여 성과를 내고 심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혁을 실행할 때 중산층 이하 계층, 노동 대중, 저임금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실패하게 되어 있다.
 
반역사적인 망언과 즉흥적인 선동 정치로 자유한국당이 내달릴 때,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결국 더 왼쪽으로 경제 및 사회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LO 국제조약 이행 문제, 복지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문제, 재벌 만능 경제 기조를 내던지고 균형 있는 중소기업 강화 정책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힘들다.
 
여기에 검찰, 경찰, 국정원을 비롯한 과거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 엘리트 주의를 청산하는 문제도 중요한데, 이게 단순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흘러가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본다. 핵심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권력에서 독립된 검찰과 경찰 조직을 민주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문제 제기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해방 이후 경찰의 과거사를 돌이켜 보면 고문 수사와 정보 사찰 등 인권 침해 면에서는 심각한 사안들이 많지 않았던가. 그런저런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남은 3년 안에 정리될 거라고 보나? 10년도 넘게 걸릴 것이다.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문제는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라고 본다. 핵심은 시민적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인권과 기본권을 강화하여 정부와 국가 기능에 신뢰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도 지금처럼 미국 입장에 발이 묶여서는 자유한국당 목소리만 키워주는 꼴이 날 수도 있다. 왜 개성공단 기업 사장들이 도산 위기에 몰려서 자산 점검하러 다녀오는 것도 그렇게 허락을 못하나? 민족경제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자고 판문점 선언에서 약속해 놓고 왜 어려운 북한 식량 지원이나 농업 교류 같은 것도 추진 못하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미국이 오케이 싸인 떨어져야 하는 것이냐? 난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가 너무 신중하고 실수 안 하려고 애쓰면서 보수 여론 신경 쓰느라 큰 흐름을 놓치는 현 시점이 답답하고 열통 터질 따름이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트럼프 대통령이나 심지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조차도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좀 알아서 남북 관계 모멘텀을 계속 관리하고 이어가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미국도 솔직히 지금 답답하니까. 정말 자주적으로 좀 해주길 바란다.
 
어쨌든 앞으로 3년이란 시간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은 많지만,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중단 없는 과거 청산, 양극화 개선 궤도 진입, 줏대 있는 남북관계 개선 조치(너무 획기적이고 과시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에 특별한 각오로 분투해야 한다. 아무리 잘해도 50% 후반 지지율이고 퇴임 때 대통령 당선 지지율 40% 안팎으로 마무리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가야 할 것이다. 희생 번트를 치는 자세, 희생 플라이를 날리는 자세, 시대의 소명에 충실하겠다는 책임 있는 헌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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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00:39 2019/05/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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