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일본의 패망과 더불어 찾아온 광복, 미소 군당국의 점령 이후 독립국가의 좌절과 분단, 내전과 국제 냉전의 결과인 한국전쟁 3, 그 이후 계속된 이승만 반공 파시즘 독재는 19604.19 혁명으로 끝났다. 민주주의 제도화로 열매 맺지 못한 혁명은 군부의 쿠데타 반동으로 18년 군사독재를 통과해야 했고 그 반대편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 있었다. 박정희는 쿠데타 동지였던 부하의 총탄에 갔고,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에서 피의 학살로 정권을 찬탈하고 7년 철권 통치를 밀어붙였다. 광주의 충격은 치열한 변혁운동과 민주화 투쟁을 거쳐 1987년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신군부 출신 노태우의 정권 획득으로 민주화 열망은 좌절을 맛봐야 했고, 3당 합당의 수혜자 김영삼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부분적 보수 개혁이 추진되었다.
 
그것도 잠시, 정권 말기에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적 취약점과 모순의 일면이 터진 것이 IMF 체제였고 DJP 연합으로 이루어진 수평적 정권 교체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 정책은 자율적 시민사회 역량을 갉아먹은 채 심각한 계급적 박탈감, 소득의 양극화, 교육 신분 사다리에 대한 왜곡된 욕망을 낳았다. 박근혜 정권은 참담한 대통령 권력 남용과 부패에 대한 시민사회의 심판이 헌법적으로 실현되어 종말을 맞았다.
 
문재인 정권 임기 절반을 통과하는 시점. 70여 년 이어진 민주화와 진보, 쿠데타, 반동과 학살, 저항과 투쟁, 개혁, 반개혁, 그리고 권력의 붕괴는 한국의 장기 민주주의 혁명의 제도적 완성을 기다리고 있다. 이 완성의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할 담당자는 당연히 정치 영역이어야 하는데, 이른바 촛불 시민들의 열망을 받들어 적폐청산과 개혁을 수행한다는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 형사사법체계의 개혁에 대한 조급증과 과잉 대표 의식에 빠져 있다. 자기 모순적인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 이후 정당들은 정치 영역이 해결해야 할 일을 검찰의 힘을 빌려 법의 영역으로 넘겨버리고 있다. 사태는 좀 심각하다고 본다.
 
청와대, 정부, 여당, 보수 야당 모두 검찰의 힘을 둘러싸고 여론 정치, 대결, 격투를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70여 년에 걸친 한국 사회의 장기 민주주의 혁명의 제도적 완성의 그림을 그리고, 여론 구도 왜곡이나 허구적 상상이나 과잉 대립 구도가 아닌 실질적인 개혁의 토대를 평가하여 합당한 노선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세력이 향후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서초동 검찰청 앞에 모인 대규모 인파는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열성 지지층의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보인다. 그런데 구호는 공허하고 핀트는 벗어났다.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조국 수호, 이것이 과연 지금 절체절명 과제인가? 지금 대규모 집회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본질적 내용과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다. 쪽수로 본질을 가리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박근혜 탄핵 때는 권력 남용과 부패의 성격에 대한 본질적 판단-원리원칙 면에서 전체 시민 세력과 입법-사법-행정부의 합의와 호응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세력과 패권이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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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9 00:30 2019/09/2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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