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바뀌면 정부의 통치 형태도 바뀌지. 즉 현재와 같은 강력한 한국 대통령의 위상과 권한도 바뀔 수 있지. 미국식 대통령제든, 프랑스식 이원집정부 형태든, 내각책임제든 뭐든. 그런데 군대, 경찰, 검찰, 이 세 가지 기능은 근대 이후 국가 기능의 기본 전제이다. 대외적으로는 국경 방어와 침략 방지, 대내적으로는 치안과 안전, 통치 질서의 강제적 합법성에 대해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일정한 동의가 인정되는 영역이지.
 
경찰과 법원(재판소)은 봉건제-절대군주 시대까지도 있었지. 주로 그 기능은 왕족, 토지 소유 계층, 봉건 귀족을 위한 것이었지. 그런데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정이 시작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부르주아 시민 계급을 중심으로 수사와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과 합법적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검찰 아니겠나? 그런데 이런 아주 기본적인 전제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도대체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 검찰을 그저 권력기구(?), 공룡 조직(?), 무소불위 수사 기관(?), 이런 후진적 통속적 명칭으로 규정하면서 심각하게 대립해 온 현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여론전, 참으로 어안이 벙벙해. 사람들이 말 안 하고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지? 다 총선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어. 물론 결과는 예측 안 하겠어.
 
최근의 검찰 인사, 이거 정말 평범한 생활인 입장에서는 그저 공무원 조직인 검찰의 인사까지 주요 뉴스로 계속 접해야 하는지, 그냥 신경 끄고 살 수도 있어. 하지만 탄핵 이후와 이전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보수도, 진보도, 문재인 정권도 잘 모르나봐. 현 정권은 촛불 정국으로 집권한 이후에 마치 “시작~~. 이제 제로(0)부터 시작이다.” 뭐 그런 마음으로 무엇이든 하면 다 개혁이 된다고 생각하나? 인사권에 대한 도전, 항명 말고 순명, 그런 말을 자꾸 내뱉고 있더라. 민주당식 신권위주의 정권이냐? 왜들 이래 정말.
 
그 인사권이 어디에서 나왔지? 다시 한번 헌법 1조를 봐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국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은 검찰총장, 대법원장과 일부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일부 헌법재판관, 장관 임명권, 기타 대통령 소속 기구와 위원회 임명 권한 등 너무 막강하지. 그런데 그 인사권이 어디에서 오냐고. 국민 개개인의 동의에서 나오지. 그런데 의도가 빤해 보이는, 수긍도 안 가고 동의도 안 되는 의례적인 명분으로 중요한 수사 담당 검사들을 좌천시키면 그게 될 일이냔 말이지. 왜, 대통령 인사권에 동의 안 하면 그건 국민도 아닌가? 가면 갈수록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당들의 프로파간다에 논리적 참조 자료를 제공하고 있지. 누가? 바로 이 문재인 정권이.
 
개인적으로는 검찰이 청와대 압수 수색을 계속 하는 이유가 있다고 봐. 그게 함부로 할 수 있는 수사는 아니잖아. 현 정권의 검찰 조직 개편이나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반발로는 그런 중대한 수사를 결코 할 수는 없잖아. 하여튼 청와대에서 지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냥 수사를 겪기를 바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겪고 나서 평가 받아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갈려고.
 
그리고 자칭 진보 정당, 진보 정치 세력들은 왜 문재인 정권의 이런 한심한 검찰과의 대치 상황에 대해 비판을 안 하나? 내일 검경수사조정권 법안 또 올린다는데, 정의당 국회의원들 부디 반대표 던지길 바란다.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장치가 효과적으로 구현된 법안인가? 아닌 것 같던데. 수사에 대해 검찰이 지배력을 막 행사해서 경찰이 쪽도 못 쓰게 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수사 종결권마저 경찰이 가져버리면, 그 부작용 방지한다고 이런저런 보완 조항을 추가한 것 같던데 수사 받는 피의자가 경찰과 검찰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구속영장 기각도 되었다가, 발부도 되었다가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예를 들어 누군가 중요한 정치인이 수사를 받았어, 구속 영장 청구했어, 발부될까 구속될까, 그거 가지고 밤 12시 넘게 검색하면 이거 피곤해서 살겠냐? 구속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되면 되는 대로 제대로 수사가 되는 게 중요하고 기소하면 공판이 잘 유지되는 게 중요하지. 그러니까 경찰과 검찰이 효율적으로 협조하는 게 중요하지, 수사 가지고 막 경쟁하게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는냐는 거지. 이런 이야기 아직까지 해야 하는 건지 속 터진다.
 
최소한 진보 정당이라면 시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증하는 방향으로 검경수사권이 조정되도록 노력해야지 패스트 트랙의 포로가 되면 어떻게 하냐? 이번 법안만이라도 제동을 걸고 나서, 상황이 진정되고 충분한 추가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봐.
 
아울러 문재인 정권에게 요구한다. 대내 정치가 이렇게 불안정하면 대외 정치는 잘 될 거 같나? 대미, 대일, 대중 관계 힘 받을 것 같나? 북한이 대화하자고 나올 것 같나? 북한 같은 경우에는 한국 정부가 그렇게 흔들거리면 대화 안 하려고 하지. 특히 요즘 같은 예민한 시기에는 자기들 정권 성과물로 이용해 먹으려고 한다고 생각하니까. 남북정상회담 두 번 하고 문재인 정부 하는 것 겪어도 보고 지켜도 봤는데, 도대체 영 믿음이 안 가거든. 하여튼 잘 좀 하고, 수사 받을 일 있으면 너무 겁먹지 말고 그냥 겪어라, 겪어. 촛불 이후 정치적 소명에 투신하는 참된 정부로 거듭나길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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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2 22:11 2020/01/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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