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고된 가정부가 비에 흠뻑 젖은 음산한 모습으로 들어와 지하실 통로를 열기 위해 진열장을 온 몸으로 필사적으로 밀어낸다. 그런데 진열장 밑에 괴어놓은 쟁반인지 뭔지를 등장 인물 누군가가 치웠지. 안간힘을 다하던 가정부의 몸이 순간 아래로 가차 없이 굴러 떨어진다. 진실의 문을 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는데, 언젠가 지하실의 비밀을 함부로 열지 못하게 본인이 괴어놓았을지도 모를 그 쟁반인지 무엇인지조차 까먹을 정도로 절박했다.
 
2. 기정이가 야외 파티 중에 찔려 죽는 장면. 숨을 거두며 “아아...하… 아퍼, 아이.. 시펄….” 숨을 거두며 나오는 힘 없는 소리가 내겐 그렇게 들렸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 왜 내겐 기정이냐 하면 불안을 달고 사는 젊은 영혼, 하지만 냉소와 기지로 뚫고 왔는데, 그렇게 허탈한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세상을 야유하면서 간다는 것이다. 홍수에 잠겨 높은 곳 화장실 변기까지 물이 들어오는데,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여 천장 위에 숨겨둔 담배와 천원 짜리 지폐를 확인하는 기정을 보라.
 
3. 영화 마지막 장면. 아들은 아버지에게 편지로 말한다. ‘근본적인 계획’을 비로소 세웠다고. 결국 지하로 숨어든 아버지와 재회하기 위해 저택 전체를 사버리는 것이다. 그 계획이 실현되는 장면은 역시 환상, 낮잠에 잠시 등장하는 꿈의 한 장면처럼 처리된다. 그 근본적인 계획은 사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공상이다. 그러나 그 판타지가 머금은 의미 안에 분열된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위선이 압축되어 있다.
 
동네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볼 때는 소변이 급해지면서 마지막까지 집중을 잘 못 했다. 그래서 서울 시내 유명 영화관으로 다시 보러 갔다. 영화 보기 전에 급해지지 말라고 화장실부터 들렀는데, 먼저 보고 나왔는지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 둘 중 하나가 영화를 그렇게 욕하더구만. 하는 말인즉 “아니 저런 게 무슨 칸느 영화 대상을 받았다는 거야?” “사장이 거기에 왜 찔려 죽어야 돼? 참... 내가 다시 한국 영화 보나 봐라.” 나는 그이의 적의에 가까운 비난 논평을 들으며 마침내 소변을 다 해결했다. 쓴웃음과 냉소를 머금은 채로 속으로 말했지. '그래서, 어디 영화 보겠어? 보지 마라~~.'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현실의 불안과 공포 속에 사회 배경과 시대상을 잘 침투시킨다. <살인의 추억>의 스산한 마을 분위기, 여인, 연쇄 살인범, 밤길, 부드러운 손, 논두렁, 말 없는 인물 박해일, 라디오 신청곡, 형사들, 당시 경찰 수사계의 풍경, 학교 화장실, 광호라는 인물의 기묘함 등. <괴물>에서는 여궁사 배두나의 통렬한 마지막 한 발의 화살, <마더>의 기괴한 어머니 김혜자의 표정 연기와 원빈의 초현실적 이미지 등등이 강렬히 남아 있지.
 
오스카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마침내 작품상을 휩쓸어버리네. 세계 문화계에 충격이었을 것이다. 제인 폰다의 “패러사이트(Parasite)!” 하는 목소리도 어째 떨리더라고. 좀 의외이고 충격이었을지도 몰라. <기생충> 대단한 사건 이뤄냈다. 한국 영화사의 빛나는 열매다. 눈물 쪼금 났다. 축하,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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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00:07 2020/02/1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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