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발발 70년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 답답하더구만. 북한이랑 경제 규모 비교해가며 체제 경쟁은 끝났다거나, 체제를 강요할 의사는 없다라거나, 영토와 영해와 영공을 한 뼘도 빼앗기지 않는다느니, 사이좋은 이웃… 문재인 정권은 그냥 말로 뭘 못박아 두고 확인받고 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그냥, 70년 지난 시점에 전쟁은 안 된다 정도로 강조한 걸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종전선언 그거는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한, 미국, 중국 세 나라, 그리고 한국이 참여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쉽지 않은 국제 환경이지. 미중 갈등, 계속되는 제재 압박, 인도와 태평양 주변에 조성되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 일본의 재무장화 등등.
 
하노이 회담 결렬이 안 되었으면 모를까, 아니면 2019년 판문점에서 김정은-트럼프 회동 이후 뭔가 진전이 있었으면 모를까, 어떤 매개 없이 훌쩍 종전 선언으로 가겠냐는 거지. 그래 봐야 그저 문서상의 종전에 불과하다면 무의미해지지.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철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비핵화 문제에 더 이상 문재인 정부가 끼여들지 말라고 이제는 좀 알아들으라고 충격 요법을 쓴 것 하나,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완전히 접촉 공간을 없에버리면서 남북 협력은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 아니겠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종전 선언을 다시 들고 나온다는 건 여전히 매개 고리 없는 선순환 논리에 빠져서 전략 부재를 노출한 거지.
 
결국 전쟁 위험의 종식을 위해 여러 번 단계적 조치를 해야 평화체제 구축이 실현되는 것이지. 그리고 최종 단계는, 내 생각에는, 북미 수교에 대한 주변국의 승인, 일본의 중립국화,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에 이은 전 세계 비핵화 군축까지 가줘야 된다는 거지. 그런데 여기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지금 당장 한국은 뭘 해야 할까? 어려울 것도 없지 뭐.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진 이때에 북한의 경제난 해소에 일말의 보탬이라도 되게끔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히고 거기서부터 풀어 나가라. 이제 내 입만 아프다. 문재인 정부는 쉽게 갈 수 있는 걸 참 어렵고 거창하고 큰 것만 추구하다가 기회를 다 놓쳐 왔어. 어깨와 목에 힘이 들어가면 동작이 잘 안 나오지. 좀 유연하고 민첩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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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6 23:09 2020/06/2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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