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떠난 후

from 기억 2020/07/12 23:31
혼탁한 세상에 자욱히 퍼진 안개 속에서 박원순 시장은 비극적으로 떠났다. 무슨 말을 해야 하리.
 
남은 가족과 후손들, 오랜 세월 헤쳐온 동료들, 거리와 현장에서 희로애락을 나누었던 이웃들, 그리고 그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서도, 편안히 또 다른 세상에서 안식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그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착잡하고 슬퍼하리라.
 
정말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면 깊은 성찰과 한국 사회 시민들의 자기 이해가 없이는 힘들 것 같다.
 
최근 1~2년 사이 서울 종로를 가면 사회 주류와는 애초부터 많이 벗어난 익명의 남루한 나 같은 시민들은 한때 그래도 정감 있고 언제든 시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던 옛 종로의 골목, 대형 서점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즘엔 대형서점인지 쇼핑몰인지 백화점인지 구분도 안 가게 해놓았고, 나오는 책들도 그저 그래서 그냥 스르륵 펼쳐 보고 피곤해서 나온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가지도 않지만. 하여튼 서울도 소중한 자취들이 많이 사라졌다.
 
도시의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과 그들의 꿈이 투영된 숨막히는 공간이 되지 않으려면 서울과 수도권 인구의 분산, 지방 경제와 대학의 자치와 교육 분권이 필요하다. 시민운동가로서 나름대로 혁신과 의욕에 찬 현장 중심의 활동가로서 박원순 시장의 노선에 적극 찬성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분한 평가가 내려지겠지.
 
2014년 서울시장에 재선되어서 목에 운동화를 걸고 시민들과 약속하던 그가 생각난다. 중요한 이런 때 그렇게 가버린 점은 정말 통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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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23:31 2020/07/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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