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의혹을 던지게 된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은 정말 막을 수 없는 충격적 선택이었을까? 나는 막았어야 하고, 막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분명 경찰에 고소가 접수되어 청와대에 보고까지 되었다는 점은 청와대도 인정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수도 서울의 시장이자 많은 시민들의 일상과 사회 여론에 큰 영향력을 갖는 정치인이다. 또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 교육, 부동산 문제 등등 중앙정부 정책과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핵심 인사이다.
 
그런 인물이 전직 비서에게서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 그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가 되었다. 서울시에서도 고소 전후로 상황을 나름 파악했다고 한다. 이미 안희정, 오거돈 같은 사람들이 법적으로 처벌되거나 수사 중이다. 미투 이후 폭로 대상이 되어 극단적 선택을 유명 인사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을 겪은 사회이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관계상, 또 박원순 시장이라는 중요 인사가 연루된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즉각적인 신변 조치가 취해진 것일까? 따라서 도덕적 타격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될 박원순 시장이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관찰하고 대비할 수 있는 조치를 청와대는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어느 정도 극단적 상황을 예상하여 대비할 정도는 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 것일까? 청와대가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했다면 관계 부처나 경찰 등을 통해 신변 안전 조치를 박 시장도 모르게 취할 정도는 되어야 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면, 그 뜻은 무엇일까? 성추행, 성폭력, 여성의 권력 관계에서의 약함을 이용한 신체 침해 문제라는 차원만이 아니다. ‘반성하고 참회하고 성찰한다. 의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보다, 정말 이번 사건에서 국가 권력을 위임받은 집행자들이 어떻게 대처했어야 했는지 짚어야 한다.
 
이미 떠난 사람인데 서울시가 진상 조사를 하고, 반성하고, 그런 조치 차원에 머물러서는 시간이 지나면 이런 비극이 또 불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박원순 시장이 어떻게 사망에 이르게 되었느냐는 경위를 해명하는 것만큼이나,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과연 청와대나 정부 부처, 수사 기관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직장 내 성추행 문제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장 내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는 점이다. 의식과 문화의 변화, 법적 처벌, 시스템의 정비 등을 거론하지만, 무엇보다 직장 내 민주주의가 작동하여 대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전직 비서가 피해를 진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동료, 직장 내 의사소통 구조가 확보되었다면 이런 극단적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다. 피해 진정 기구가 있다는 사실보다 박원순 시장과 그가 채용한 비서라는 관계가 더 압도적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시스템에서는 피해자가 항상 약하고 무기력한 연민의 대상이 되고 만다.
 
피해자가 자기 존재를 다 걸고 경찰이나 검찰을 찾아가야 문제 해결의 첫발을 비로소 내딛는 사회, 그러고서도 한참을 싸워야 하는 사회는 사실 그 개인에게 모든 것을 미루며 위로니, 연대니 의무적 말만 되뇐다. 정말로 믿고 협력하는 생산적인 직장, 참여하는 일터, 민주적으로 상호 교육하고 변화하는 일터를 만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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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7:23 2020/07/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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