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미 북한 통지문 전문을 청와대에서 공개했고, 여야 정당과 언론 보도들도 계속 의문을 품는 마당에, 흔히 제기되지 않을 법한 질문과 의심을 강하게 던져보자. 질문을 세게 던져서 반박되거나 답이 나오면 진상 규명에 보탬이 될 테니까.
 
1. 사살된 사람은 실종된 어업지도원 이씨가 맞나?
 
<중앙SUNDAY>와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9월 23일 오전 7시에 해군이 발견한 시신이 있었는데, 이씨가 아님을 확인했다고 한다. 위 보도들은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발견한 사체는 군복 바지를 입고 있어서 이씨가 실종 당시 착용했던 옷과 달랐다”며 “사체에서 총상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 선데이>(‘깜깜이’ 군, 특이 동향 놓치고 피살 후에도 엉뚱한 곳 수색
 
<중앙일보>('결정적 증거' 유해 수색중…"조류 타고온 뒤 떠오를 가능성"https://news.joins.com/article/23881388)
 
한편 평소에는 내가 읽어볼 일도 없는 <월간 조선>의 한 기사는 인천해양경찰청 기획운영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시신은 일명 ‘냉장고 바지’를 입고 있었고 장화를 신은 상태였다”고 하며, “지문 채취 결과 국내에 일치하는 지문이 없다”면서 “복장의 상표와 사이즈 표기법 등으로 미루어 중국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원을 좀 더 파악 중”이라고 했다.
 
(연평도 해상에서 23일 발견된 시신은 누구?http://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0774&Newsnumb=20200910774)
 
한편, 위의 <중앙 선데이> 기사는 군 당국이 이미 이씨가 사망한 정황을 야전에 알려주지 않아, 해군과 해경이 하루가 지난 23일에도 계속 이씨를 수색했다고 한다.
 
북한이 통지문에서 사살(추정)되었다고 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은 이씨인지, 아니면 위에 보도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인지, 아니면 누구인지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북한 경비정 군인도 결국 신원 불명의 침입자가 자기들이 보기에 수상하고 답이 없어 공포탄 2발, 총격 10여 차례 후 시신은 발견되지 못하여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고 부유물을 소각했다고 했다. 사살된 것이 이씨가 맞는 걸까? 23일 오전 7시경 발견된 시신이 만약 북한 경비정이 사살했다고 판단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니라는 근거를 더 명확히 해야 한다.
 
2. 30시간 넘게 표류하면 살 수 있나?
 
이 또한 정말 의문이다. 21일 11시 30분경 실종 신고가 되었고, 이씨는 그날 새벽 1시~2시에 갑판으로 나갔고, 22일 오후 3시 30분경 NLL 넘어 북한 수역 등산곶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북한은 이를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라고 했다.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령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적어도 실종 신고 이후 대한민국 군당국이 발견한 22일 오후 3시 30분까지 28시간, 실종 신고는 이미 실종된 후 시간이 적잖이 흘렀을 테니 30시간은 훨씬 넘었을 텐데, 정말 살아서 북한 수역까지 흘러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한 걸 어떻게 하냐?
 
조류를 타고 운 좋게 표류하여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어떻게든 목숨이 붙은 상태였을까? 남쪽에 남겨둔 가족들 때문에라도 살아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기적이 일어난 것일까? 북한 측은 불법 침입자로 규정했는데, 만약 침입을 하려는 목적으로 들어갔다면 30시간 넘게 표류까지 해서 넘어갈 리가 없다는 강한 추측을 하게 된다. 그런데 부유물이란 어떤 것이길래 그 위에 타고서 엎드리고 도망갈 듯한 자세도 취하고, 뭔가를 뒤집어 쓰는 행동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까?
 
3. 80m는 신원 확인이 불가능할 만큼 정말 먼 거리일까?
 
당시 주변 조건과 상황을 알기 힘드니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단 살기 위해 크게 소리치면 들릴 수도 있는 거리로 보인다. 실제로 80m가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다.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렸다는 것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운이 빠져서 큰 소리가 잘 전달이 안 될 수도 있고, 기운은 충분히 있는데 당황스런 상황일 수도 있으니 얼버무린 걸까?
 
4. 월북(단순히 NLL을 넘어 표류해서가 아닌 자진 의사 월북) 가능성
 
실종되어 죽은 이상 본인에게 확인하기 힘든데, 과연 사후 조사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만약 월북을 입증하기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증거를 찾는 것이라면 정말 못할 짓이다.
 
이씨 형님의 강한 문제 제기와 입장이 더 상식적이다. 두 자녀를 둔 어업지도원이자 해수부 공무원이, 그것도 불법어선과 북방한계선 월선 단속하는 공무원이 몇천만 원 채무 때문에, 또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신발이 로프 아래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월북자로 단정될 수 있을까?
 
또한 <동아일보> 보도(“연장근무 신청한 사람이 월북?” 그날 무궁화10호서 무슨 일이…
 
숨진 이씨는 무궁화 13호에서 9일부터 근무하다 14일에 무궁화 10호로 발령이 나서 17일부터 근무했다고 한다. 연평도 해역에서 지도업무를 하면 10일 동안 일하는데, 무궁화 10호로 25일 무사히 귀환했다면 17일 근무이다. 연장근무를 신청한 것은 해상근무를 하면 육상근무보다 수당이 서너 배 많다고 한다.
 
그런데 연장근무를 신청한 사람이 과연 월북하기 위해 그렇게 할까? 위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동료 직원들은 “이씨가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자진해 연장근무를 한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월북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이씨는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바다 안개나 습기가 많아 쇠로 된 배의 바닥은 미끄럽다”고 했다.
 
이 보도를 보면 그 밖에도 월북 가능성이 근거가 박약하다고 할 만한 정황 근거들이 있다. 구명조끼도 늘 입고 일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고, 만약 칠흙 같은 밤에 미끄러운 갑판에서 잠시 나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실족하여 빠졌다면 어떻게 될까? 그냥 가라앉아 익사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수첩이며 지갑이며, 뜨고 난 자리의 다소 어지러운 물품이며, 공무원증이며 하는 것들도 어떤 목적을 갖고 바다에 뛰어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이해되지 않는다.
 
5. 시신 훼손(불태움?)
 
실종된 시신을 찾아야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북한 측에서는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여당, 야당도 총격, 피격, 사살 쪽에 더 방점을 두지, 화형이니, 시신 불태움이니 이런 자극적인 표현은 거두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문 해소를 위한 추정과 가정:
 
북한이 총격 사살로 판단한 정체불명의 인원 1인이 만약 실종 신고 되었던 이씨가 아닐 수도 있다면, 현재의 혼란스런 상황은 이해될 수도 있다. 이씨가 아닌 다른 인물이 월북 침입하여 사살되었다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사살된 사람이 어업지도원 이씨라면 너무 의문이 많이 생기고 청와대의 대응도 이해가 안 간다. 군당국과 연평도 현장의 해군 및 해경이 손발이 안 맞게 놀았다는 점 등등. 그렇다면 이런 의문과 문제 제기가 틀렸다는 것을 반박하기에 충분한, 왜곡되지 않은 증거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숨진 이씨가 명예훼손되거나 유족들에게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한다. 불행히 사망한 시민과 그 가족들이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만에 하나, 혹시라도 정보 조작의 희생양이 된다면, 이건 정말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을 일이다.
 
정치 공방 속에서 진실이 세탁되는 일은 없어야만 하는데, 언론 매체들이나 국회 차원에서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한번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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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8 00:18 2020/09/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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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랩퍼투혼 2020/11/02 10: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실제로 불미스러운 사고사를 저런쪽으로 돌린다고 하면

    내부고백이나 cctv 같이 명확한 데이터 없는 이상

    사인규명 힘들걸여 ~ 그냥 그런갑다 밖에는.... 우리 상식에서 이야기해봤자

    답없는 대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