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실소유주임을 은폐한 채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이명박의 범죄에 최종 심판이 집행되었다. 그 추동력 어디서 왔을까? 박근혜 탄핵, 그러니까 한국 방방곡곡의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대통령직을 박탈한 역사적 사건의 규정력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는 왜 파면되었을까?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을 남용하여 자기 후견인이자 분신인 사적 지인과 국정을 농단한 점에 대해, 마지막까지 변명과 한탄으로 일관했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도 책임 있는 해명과 반성을 하지 않으며 무책임하게 처신했다. 그 점이 집권 기간 동안 누적된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두고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것이 헌법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전원일치의 결론을 냈다.
 
1987년 이후, 아니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헌법을 가동시켜 대통령을 직위에서 파면한 이 최초의 사건은 심대한 영향력을 지닌 것이었다. 이 파장이 이명박의 과거 범죄 사실에까지 파고 들어갔다. 이명박은 박근혜가 파면되는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MB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4년, 이 10여 년의 시간은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다스 실소유주 이명박에게 들이닥쳤다. 장기 미제로 조용히 흘러가야 할 시간은 탄핵이 실현되는 순간 급속히 빨라진 것이다.
 
김경준, 에리카 킴이 고발하고 증언했던 주가 조작 의혹이 터지고 나서 2007년 12월 당시 검찰, 대통령 당선 직후 추진된 2008년 특검이 왜 다스 실소유주를 밝혀내지 못했을까? 범죄 사실 자체가 복잡한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 시민사회, 정당들과 언론의 압력이 검찰의 수사를 강제할 만한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검찰 개혁, 공수처 드라이브를 집권 세력이 다수 의석을 밑천 삼아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다 난관에 부딪히니까, 이명박의 뒤늦은 처벌 역시도 당시 검찰의 탓으로 돌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발전적·역사적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만약 공수처가 설치되었다면, 임기 말에 대연정까지 제안했던 노무현 정권이 이명박 후보를 수사했을까? 이명박 후보 당선 이후 한나라당이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수사하는 공수처 수사를 그대로 수용했을까? 그건 정말 모를 일이며, 지난 일에 대해 오늘의 사안으로 거꾸로 규정하는 형식 논리요 가정적 믿음일 뿐이다.
 
형이 집행되는 오늘까지도 “나는 구속되지만, 진실은 가둘 수 없다”고 항변하는 이명박 같은 인물이 자신을 향한 수사 담당자들을 그냥 놔뒀을까? 이명박 아닌 다른 인물이라 해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대통령직에 당선되었다면 그냥 놔뒀을까? 이 막강한 대통령 중심제 나라에서? 교묘한 범죄 행위가 최고 권력과 결합되었을 때 이를 밝혀내는 일이 단지 어떤 제도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대검찰청 국정감사, 추미애 장관의 위법한 수사지휘권과 감찰 남발, 검사들의 반발과 윤석열 총장의 행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로워져서 과잉 반응,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자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 라임/옵티머스 범죄에도 이렇게 충돌하는데 공수처가 출범하면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느냐?
 
현 정권의 검찰 컴플렉스가 사실상 박근혜 탄핵 이후 시민들의 민주적 개혁 과제를 뒤엉키게 만들고 있다. 컴플렉스는 열등감이 아니라 정신의학에서 어떤 ‘감정의 덩어리’라고 한다. 이것이 권력과 엉켜서 불안, 두려움, 초조함으로 연결되면 그 결과는 사회 분열을 가속화하는 길로 나아가지 않을까?
 
시민들의 정치 참여 증대와 선거제도 개혁,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 이른바 ‘권력기구’라 일컫던 국정원, 경찰, 검찰의 지속가능한 개혁, 재벌에 대한 막대한 혜택 뒤에서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일터 안전과 생존권, 환경과 보건과 사회안전망 강화,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진로, 주택과 교육 문제의 수도권-지방간 격차 해소, 남북관계와 주변 국가들에 대한 외교 등등, 모든 분야에서 조급한 성과주만 나열되고 성과 없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공천을 위해 3분의 1도 안 되는 당원들의 온라인 투표로 당헌을 뜯어고치고, 위헌적 위성정당으로 선거제도 훼손한 분별 없는 민주당, 이대로 그대들이 무사할 것 같나? 그러다가 이번 정권도 권력의 사유화라는 민심에 대한 반동으로 들어서지 말라는 법 없다.
 
박근혜 탄핵의 심대한 영향을 그대들은 진정 아는가? 그 부산물로서 이명박의 처벌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자신을 들여다볼 때이다. 집권 여당은 과연 정말로, 진정으로 검찰을 비난하고 공격할 자격이 있을까? 각 정당들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심화를 위해 오늘 얼마나 분투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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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2 23:14 2020/11/0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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