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은 한기총 회장이었고 막 나가는 발언으로 이미 그 이름을 널리 알린 목사였는데,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말하면서 딴에는 신영복 선생을 존경했다거나 윤이상 선생을 추념하며 동백나무를 보낸 것을 근거랍시고 들었단다. 그저 웃길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걸 대통령의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의견이나 수사학적 과장이라고 볼 수 있을까? 누가 간첩이라고 말하면서 틀린 근거라도 댄다는 것은 발화 형식상 발화자 자신이 사실이라고 믿거나 타인들에게 그 진실성을 믿게 만들기 위한 진술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A는 B이다.”라는 주어-술어 형식이 모두 사실 진술은 아니다. 비유이거나 주장 또는 의견일 수는 있다.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비유이면서도 진실성을 담고 있다.
-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는 인간의 속성을 표현하는 견해이자 주장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 “노무현은 바보다.”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정치인에 대한 안타까움, 아쉬움 또는 비탄이나 질책이 담긴 반어법이다.
- “누구누구는 간첩이다. 왜냐하면 다들 아는 사실을 그만 모르니까.” 이때의 ‘간첩’은 확실한 비유이다. 어떤 사실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 또는 무심함을 도드라지게 하는 약간의 놀림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분단국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별로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
 
그런데 “공적 인물 누구누구는(그가 대통령이든 아니든) 간첩”이라고 뻥치면서 근거까지 대는 말은 비유라고는 할 수 없다. 정치적 반대자들로 하여금 사실을 오인하게 만들어 확증 편향을 부추기고 결집하려는 혐오 발언이기 때문이다. 판결의 취지를 왜곡하여 혐오를 부추기고 공론장을 훼손할 만하다. 따라서 전광훈 목사의 표현의 자유는 공익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는 자유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기는 하지만,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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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0 21:14 2020/12/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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