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 5월로 넘어온다. 일요일 오후 비 갠 뒤 저녁 바람은 맑고 차다. 탁한 대기를 5월의 찬비가 씻어냈다. 깊은 바닷속 원혼들을 부르는 가족들의 피눈물, 죽어간 이들의 소리 없는 처절한 통곡이 비가 되어 내렸다. 순간 내가 살아가고 오가는 장소들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들을 귀가 있는 자여 들어라. 볼 눈이 있는 자여 보아라.”

 

죽은 이들의 못 다한 삶은 산 자들에게로 넘어온다. 그들의 원혼을, 아비규환 속에서 몸부림치던 절규를 5월의 대지는 계속 전할 것이다. 빗방울로 씻어낸 하늘 아래로 나무들의 호흡과 흙 위로 기화하는 공기들은 말할 것이다. 화면들은 계속 가공되고, 문자들은 계속 과녁을 빗나가겠지만, 자본의 논리에 편집당하고 권력에 붙들린 언어들은 감정을 끊임없이 교양하고 설교하겠지만, 죽은 이들의 넋은 계속 말하고 또 말할 것이다.

 

제대로 들리는 게 무엇이고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무엇이더냐. 눈물은 지나가고 감정은 사라진다. 무감각한 감정교육과 무기력한 침체는 또 무감각을 낳고, 또 집단 범죄와 재앙을 낳고, 그걸 먹고 사는 악령이 시간과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

 

배가 인천에서 제주로 오다가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기까지, 그 사이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었는가? 배가 거꾸로 처박혀 이틀이 지나는 동안 벌어진 일들은 과연 무엇이었나? TV와 신문들은 죽음의 현장을 생중계하는 장치가 되고 말았다. 무감각은 범죄다. 보고 듣는 감각이 마비된 그 지점에서 재앙은 싹트고 집단기억은 상실되어간다.

 

서해바다 심연에서 오늘도 울고 있는 영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감각이 마비된 권력 중독자들이 벌이는 일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면서, 원혼들의 천부당 만부당한 억울한 희생을 잊지 않으리라 골수에 깊이 새긴다. 4월 16일 그리고 그 후 이틀 사태의 전말과 진실은 무엇인가?

 

4월 “껍데기는 가라”던 시인의 말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무감각은 범죄”라던 어느 영화작가의 외침은 자본의 탁한 공기를 헤치고서 차갑고 맑은 대지 위에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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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4 23:12 2014/05/0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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