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신도와 시민이 모여든 광화문 한복판에서 간절하고 처절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파파(papa)!, 파파(papa)!! 퀘스토(questo)! 퀴(qui)!! 교황, 교황님! 여기, 여기로 와주세요!!

 

성서에는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바삐 걸음을 할 때마다 마주치는 이런 예상 밖의 사건들이 나오곤 한다. 멸시당하는 이들, 중병에 걸린 사람들, 이미 부모형제를 잃어 한없이 슬퍼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어제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차를 멈춰 세우고 다가간 교황과 그 앞에서 고개 숙여 간절한 탄원을 전하는 딸아이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장면은 바로 예수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당대의 고통당하는 이들의 장면 바로 그것이었다.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지붕을 뚫고 중풍병자를 누인 침대를 내려보낸 사람들, 하혈병을 낫게 해달라고 군중 속에서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댄 여인, 슬픔에 북받쳐 하늘에 기도하는 예수로 인해 무덤에 걸어나오는 나자로. 성서의 이 극적 장면이 어제 광화문에서 교황과 한 딸아이의 아버지의 만남 속에서도 실현되었다.

 

종교적 교리나 철학적 결론, 계율에 충실한 생활도 절박한 고통 속에서 외치는 이들의 용기와 실천보다 우위에 서지 못한다. 고통 한복판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참된 바람은 땅을 뚫기도 하고 하늘로 솟아오르기도 한다. 한 달 넘게 단식을 한 아버지의 처절하게 찢긴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었고, 마침내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라는 응답이 들려왔다.

 

교황은 형식과 절차, 예정된 계획에 매인 경직된 종교 수장이 아니었다. 약자들의 간절한 호소 앞에서 숙연하게 또한 약한 인간으로서 마음 아프게 표정 지으며 노란 편지봉투를 받아 간직했다. 땅에서 울부짖는 이들의 소리가 하늘에 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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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7 22:16 2014/08/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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