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심오하고 절묘한 세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전을 치르고 나서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그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거나, 단순한 겸손의 표방이거나, 알파고의 성능을 폄하하기 위한 말은 아니라고 보인다.


실제 명인들이나 달인들이 치열한 승부를 벌일 때 느끼는 어떤 고유한 감각이나 느낌이란 것이 있을진대, 적어도 이번 승부에서 이세돌 9단은 바로 그러한 바둑의 생명력에 대해서는 구글의 소프트웨어가 무지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저널리즘이든 기업들이든, 심지어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연구가들조차도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을 일자리 감소와 연결시키며 큰 위협이 현실화된 양 목소리 내는 기회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 것도 역시 이데올로기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의 일자리를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한다"는 공포와 두려움, 이런 게 바로 자본-기술-공학의 미래 담론 또는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구글의 알파고라는 소프트웨어는 사실 수학적 논리와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하여 개발된 것으로, 투입(INPUT)-산출(OUTPUT)의 무한 연결성을 최대한 정교하게 확장하면서 확률적 오류를 교정해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캐나타 토론토 대학의 정보학자이자 인공신경망 연구 분야의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제프 힌튼(Geoff Hinton)은 슈피겔 인터뷰(http://www.spiegel.de/netzwelt/gadgets/alpha-go-interview-mit-geoff-hinton-zu-kuenstlichen-neuronalen-netzen-a-1081035.html)에서 이번 바둑 경기는 이미 승자는 정해져 있으며 기계가 이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더 나아가 이러한 컴퓨터 기능(계산 능력, 그래픽 기능 등)이 자기만의 목표를 가지고 자율성을 획득하게 되는 점이 문제거리며, 이런 것이 기술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이 '사회과학'의 중요성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하게 된다는 우려에 대해, 사회의 자원을 활용하고 제어하고 규칙을 다뤄나가야 할 윤리를 사회과학이 규정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정치 역시도 그런 역할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토대가 허약한 상태에서 지나친 열정이나 담론에 휩쓸리면 당장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뒷전이 되어버리고, 세밀하고 치밀한 검토나 논의는 가벼이 처리되는 어이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돌 9단의 담담한 발언들을 곱씹어보고 해석할 필요도 있다. 인간 세계의 어떤 시간적 층들, 바둑의 세계에서도 기계로는 대체할 수 없는 아주 고유한 감각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대결이 알려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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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23:54 2016/03/1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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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슴둘레  2016/03/17 05: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현실을 떠나 순수한 사회과학이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각각의 기업에서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컴퓨터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단결 투쟁해야 합니다!! 힘들더라도 버티면서 투쟁합시다!

  2. Marco  2016/03/17 07: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직업은 없어지고 있습니다. 공산주의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http://cafe.daum.net/Labour

  3. 솔방울  2016/03/17 12: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머슴둘레, Marco/ 인공지능의 발상이나 개발의 역사, 원리, 메커니즘을 좀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는지. 성급한 비약이 방향을 잃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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