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춥고 오후에 눈발도 한때 날려 질척거렸는데, 저녁이 되니 맑은 찬공기가 한바탕 청소해주다. 종로 1가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텔레비전으로 촛불 인파의 웅장함 속에 함께 속해 있으니, 다소 찡해졌다. 손가락이 얼어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해가며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외치며 집중하다 보니, 양희은이 마침내 나와 한국 민주화 역사에서 클래식이 되어버린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 부르는데... 눈물이 약간 맺혔다.

 

종로 1가 --> 종로 3가 --> 안국역 근처를 거쳐 헌법재판소를 지나 낙원상가를 돌고 다시 종로 1가 근처로 돌아오면서 박근혜-최순실-우병우-김기춘-재벌-새누리 친박 떼거리의 악령을 "훠이 훠이~~" 몰아내달라고 기도하며, 순례하는 심정으로 촛불 하나 마침내 다 태우고 돌아오다.
 

지하철, 버스, 거리에서, 동네에서 그냥 평범하게 마주치던 사람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거리에 모여서 정치적 열기를 뿜어낸 적이 있었을까? 조직된 지도부가 체계적으로 이끌던 과거 민주화 시위와도, 2008년 당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되었던 시위와도 다른, 이번 시민들의 참여는 진정으로 솟구치는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또한 집중적으로 승화시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의 축적된 힘이 시민들의 자질 속에 잠재되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언 손 녹여가며 젖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도 비닐 깔고 앉아서 유모차 탄 아기부터 청소년, 대학생,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 모인 이번 다섯 번째 시민들의 힘과 열망을 결집하여 야당들은 진정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겸허하면서 냉정하게, 집중적으로 박근혜 탄핵을 성사시키고 이후 특검과 국정조사 과정에서 박근혜-최순실 헌정 문란과 국정 붕괴 범죄의 메카니즘과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만 한다. 그러는 가운데 솟구쳐 올라오는 한국 시민사회의 요구와 향후 체제의 개혁 과제들을 확립하고 합의하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으로 요구하는 바는,

 

- 선거법을 개정하여, 드높아진 청소년과 젊은 연령층의 정치 의식을 제도에 반영할 수 있도록, 또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도 선거 연령을 적어도 만 18세로 낮추어야 하고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여 진보정당을 비롯한 다양한 정당들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 대통령 선거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좀 더 다양한 후보들이 정책과 노선 경쟁을 하도록 보장하면서도, 당선자의 대표성에 관한 합의 수준과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이런 사안은 개헌이 아니라 현행 선거법 개정으로도 가능하다.


개헌은 다음 정권이 들어선 후에, 사회 각계각층과 시민사회, 각 정당이 심도 깊은 토론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 정치 세력의 완전한 교체가 우선이고, 개헌이 새누리당을 비롯한 부패 정치 세력의 정략에 인질로 잡혀서는 안 된다. 예수의 유다니 베드로니 하며 박근혜 강박증의 포로가 되어 아우성 치는, 이정현 류의 집단이 대표로 있는 새누리당에서 '합리적 보수 세력'을 분리해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나는 지금도 황당하고 열불이 난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공적 직무 체계를 은밀하고 심각히 파괴해온 헌법 위반자, 직권남용, 강요죄와 공무기밀누설죄, 뇌물죄 피의자 박근혜가 마치 때가 다 찬 것처럼 야심차게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겠다고 선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박근혜는 더 늦기 전에 청와대에서 방을 빼고 검찰에 가서 수사받아야 한다.

민심의 쓰나미와 천심의 회오리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신 챙겨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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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7 03:19 2016/11/2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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