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지막 날 촛불 집회에서 허다윤 학생 어머니는 무대 위에서 간절히 울먹였다. 부디 구조되지 못한 아홉 명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나도 고개 숙이고 겨울밤 차가운 시린 손으로 눈물 닦으며 한숨 끝을 얼버무리느라 애먹었다.


어제 새해 첫 촛불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도로 위에 서 있던 음식 노점상 포장마차에 "박근혜 퇴진"이라는 팻말이 붙은 것을 보았다. 이전 몇 차례 집회에서도 보아 익숙한 장면이긴 했지만, 이제 시간의 흐름은 하나로 확고히 굳어졌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 앞에서 박근혜가 아무리 저항한들 역사는 방향을 틀어버렸다고 느낀다.


세월호 1000일이란 시간의 의미는 한국 시민들의 24시간 속으로 들어왔다. 그 하루하루가 모이고 쌓여 2017년에 커다란 변화와 희망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박근혜는 2017년 1월 1일에 "작년인가요, 재작년인가요..." 해가며 마치 지나간 여러 사건 사고들 중 하나 정도로 남 이야기하듯 말했다. 2014, 2015, 2016, 해가 넘어가 2017년 1월 첫날인데 '작년'이란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공적 책임의식이 없는 존재인지 잘 증명해준다. 직무 정지 상태에서 기자들 불러놓고 쏟아내는 온갖 변명들 듣자니 저녁 밥맛이 떨어져 버렸다. 박근혜 무개념의 압권은 "개인으로서의 사생활이란 것도 있는 것이고... 국가에 손해 끼친 것은 없는 것 아니냐"는 그 발언이었다.


지난 1월 5일 헌재 탄핵심판 기일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윤전추 행정관에 대하여 헌재소장은 대통령 개인 영역은 증언 거부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했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1/05/0200000000AKR20170105149300004.HTML?input=1179m) 이는 곧 대통령은 공인으로서 국가의 중대 사안에 대하여 자신의 개인 생활과 관련된 의혹을 성실히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책임이 막중한 위치에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든, 특검 조사를 통해서든, 언론 검증을 통해서든 7시간은 조만간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열심히 연습하고 나와 급하게 출석한 유일한 증인 윤전추 행정관. 그녀가 밝히길 거부한 개인 업무라는 내용, 미용사들이 그날 오후 몇 시에 호출받아 언제부터 언제까지, 왜 미용과 헤어스타일 관련 부탁을 받고 청와대에 머물렀는지, 오후에만 온 것인지, 오전에 왔다가 급히 연락받고 오후에도 간 것인지,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조사해보면 다 나온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월 16일 사고 직후 계속 벌어진 국가의 무책임한 구조 방치 사태 전반이다. 재난 사태 시 구조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정부의 대응 체제가 왜 구멍이 났는가. 그 배경은 이미 지난 두 달 넘게 밝혀진 범죄의 실상, 그리고 그동안 목격해온 박근혜의 국정을 대하는 태도가 웅변으로 입증해준다.


최순실-문고리 측근을 상위에 두고 정부 공조직을 부려먹고, 장관과 비서진들과 수시로 토론하고 논쟁하고 비판도 듣고 소통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도, 공주처럼 관저에 틀어박혀 문서로 정리해줘야만 보고받고, 그 안에서 뭘하는지 알 수도 없고, 혼자서 뭘 그리 '체크'했길래 304명이 배안에 갇혀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감감 무소식이었는지 3년이 다 되도록 해명하지 않고, 가끔씩 회의에 나타나서 준비한 원고나 읽고, 중요한 일이 터질 때마다 해외 순방 간다면서 전자 결재하고 다니고, 돌아와서는 엉뚱한 IS 발언이나 하는 그런 태도로는 위기 사태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메르스 공포가 온 나라에 퍼질 때 생생히 또 한 번 겪어야 했다.

 

무능하면 책임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덮어버리기에 급급한 이 정부. 그렇게 정부를 파행시켜왔기 때문에, 방역체계 붕괴로 AI로 닭과 오리들 3천만 마리가 땅에 생매장당해야 했고, 살처분 인력들은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계란 한 판이 만 원이 넘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 구조 방치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 그 정점에 2014년 4월 16일의 대통령 박근혜가 있다. 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을 밝히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더 걸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배가 가라앉기 시작한 이후의 사태는 그보다 더 수월하게 규명할 수 있다. 그 모든 상황을 전 국민이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 번의 24시간이 지속되는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가라앉았던 진실의 힘이 솟구쳐 올라 거짓의 알리바이들을 모두 쳐내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정의가 실현되리라 굳게 믿는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온갖 재난과 사고에 희생된 이들, 무능한 정부의 정치적 박해 때문에 21세기 이 대한민국 땅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희생되어야 했던 모든 이웃들에게 희망의 햇살이 화창하게 빛나는 2017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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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9 01:35 2017/01/0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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