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지금 벌어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의 최후 몸부림과 막무가내 버티기 전략에 해당하는 비유라고나 할까.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범죄자들이 줄줄이 구속된 지금, 공판 증언과 탄핵 심리를 통해서 나타난 범죄의 진상은 뚜렷해지는데, 이를 방어하겠다는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나 범죄자들의 변호인단에게서 합리적 논박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인신 공격성 증인 심문까지 동원하면서 특검 수사와 탄핵 자체를 부인하고, 직무 정지된 대통령 자신이 경기장에 들어와 경기 규칙을 지키기는커녕, 장외에서 경기 자체를 비난하고, 포승줄에 묶인 최순실은 순교자인 양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비명을 질렀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와 주최측의 격렬함, 그 중심에는 두려움과 불안, 박근혜 일개인의 몰락을 넘어 자신들의 과거-현재로부터 미래를 지탱해온 토대가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두려움이 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영화 제목을 그대로 대입하자면, 그들의 불안이 그들 자신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동시대인들일 뿐이다.


탄핵 선고일이 향후 한 달가량 남았다는 전제하에서, 이번 탄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그것은 무엇보다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 비선조직의 범죄 행위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시스템과 유산을 지켜내고 복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시민사회의 여망과 요청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부응할 것이다.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고 특검 수사가 더 진척되면서 결국 심각한 범죄의 진상과 메커니즘이 밝혀질 것이다. 박근혜가 탄핵당하지 않은 상태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면 모를까, 대통령 권한대행 법률가 출신 황교안이 연장 요청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촛불 집회의 규모에 초점을 맞추는 프레임, 여기에는 사실 한국 언론의 정치공학적 매너리즘도 반영되어 있다. 한쪽은 이른바 '촛불 민심'을 대선 승리로 수렴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인파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탄핵과 특검 수사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구도에 매몰되어 '위기 심리'를 부추기고 거기에 편승한다면 지혜롭지 못한 대응이다. 헌재의 신중한 변론 진행이 있었던 만큼, 조속히 제때에 탄핵 선고가 나도록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만약 탄핵 기각이 될 경우'를 상정해가며 위기 심리에 편승해 '촛불 규모'에 기대고 호소하는 전략은 오히려 프레임에 매몰되는 것이다.


촛불 집회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매주 100만 안팎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때로는 20만, 10만, 2만, 3만이 모이더라도 그 안에서 무엇이 이야기되고 어떤 성과를 남기느냐가 중요하지 않은가. 집회 참가자 수 대조에 연연하고 치우치는 것은 소모적 대립이고 역사적 방향타를 잃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공학이나 근시안적 전략에서 벗어나 계속 전진할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검찰-경찰-국정원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개혁, 실종된 언론 기능의 복구와 개혁, 재벌중심 비리 경제의 해체와 재편, 그리고 다가올 조기 대선의 공정한 정책 대결 구도 마련에 집중하는 것이 지금껏 한 걸음 앞서온 촛불 민심을 진정으로 받드는 길이다.


물론 당장은 국정교과서, 공공부문 민영화, 외교 실책인 한일위안부합의와 사드배치나 한일군사정보호협정, 개성공단 폐쇄 등을 비롯한 박근혜 표 정책 현안들에 대한 긴장을 유지하고 청산해야 할 테지만, 좀 더 광범위한 상위의 과제는 권력기관의 개혁, 언론 개혁, 재벌경제 해체와 재편을 중심으로 한 대선 구도 마련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이 이번 탄핵 국면을 잘 마무리하려면 지지율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과연 촛불 민심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가 아니라 강도 일당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충직한 감시견이 되어 쥐를 내쫓아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7/02/10 01:57 2017/02/10 01:57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olbangul/trackback/85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