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박근혜가 검찰에 출두해서 기자들 앞에서 할 말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정도가 아닐까 한다. 탄핵으로 파면되고 나서도 '진실'을 입에 올리는 태도로 뭘 더 기대하겠는가. 진실을 은폐하면서 비판과 의혹을 봉쇄해온 당사자가 그런 메시지를 내보낸다는 것은 끝까지 어떻게든 싸우겠다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헌재의 탄핵 결정문 전문을 읽어보아도, 박근혜와 최순실은 미르재단,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을 전후로 문체부 2차관과 청와대경제수석을 치밀하게 컨트롤해가며 움직인 실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읽고 나서 날짜와 시기별로 대략 정리해봐도 다음과 같다.


: 미르 재단은 2015년 10월 27일에 설립되었다. 최순실은 플레이그라운드를 2015년 10월 7일에 설립했다. 최순실은 2015년 9월 말경 차은택의 추천을 받아 재단 임원진을 선정하고, 한 달여 지나 차은택한테서 재단 이사진을 추천받았다. 박근혜는 2015년 10월 21일경 안종범에게 재단명칭을 '미르'로 하라고 지시하고, 재단 이사장 등 임원진 명단과 이력서, 재단 로고 등을 전달했다.


: 케이스포츠 재단이 설립된 날은 2016년 1월 13일이고 하루 전인 1월 12일에는 최순실은 더블루케이를 설립했다. 최순실은 2015년 12월 1일자 문체부 내부문건 "종합형 스포츠클럽 운영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를 김종한테서 건네받았으며, 박근혜는 2016년 2월경 교육문화수석 김상률에게 스포츠클럽 예산 집행을 위해 지역 스포츠클럽의 운영과 관리를 전담할 '컨트롤 타워'를 설립하고 그 운영에 케이스포츠가 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권력의 힘을 이용한, 치밀하고 능동적이고 은밀하게 기획된 범죄 행위가 아닌가 한다.


삼성 이재용은 두 재단 말고도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을 포함하여 뇌물공여 혐의를 특검이 밝혀냈고, SK와 롯데 등도 특검에 이어 검찰이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는 듯하다. 박근혜 사저에는 문제의 청와대 행정관 윤전추와 이영선이 계속 드나들고, 청와대 출입 미용사들도 계속 출근하고 있다. 그 안에서 뭘 하고 나와서는 뭘 하는지 알 수 없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인가. 증거 인멸 정황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압수수색은 해야 한다.

 

친박 골수 그룹은 삼성동 주변을 서성이고, 희생양 코스프레를 하며 집회에 출동하고, 탄핵 당일 경찰차를 탈취하여 돌격하는 집회로 변질되는 와중이던 때에, 세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숨진 것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희생된 열사라고 유체이탈 선동하고 있다. 감정을 격앙시키며 집회에서 선동 발언을 일삼았던 주최측과 해당 친박 국회의원들, 도대체 어느 세상 사람들인가. 이런 정치 집단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는 한 사람은 본인 뇌물죄가 인정되면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한다. 권력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도 된다는, 이런 안하무인 살벌한 정치. 완전히 끝장을 내야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박근혜의 13개 혐의 하나하나가 참으로 노골적이고 파렴치하다. 범죄자 박근혜를 삼성동 사저에서 감옥으로 안전하게 옮겨오는 것이 오히려 박근혜 주변 집단의 격앙을 가라앉히는 확실한 경호이며, 안정적인 대선 진행을 위해서도 필수이다. 게다가 대외 정세도 미국-중국-일본 중심으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마당에, 치열한 정책 논의와 점검이 짧은 선거 기간 동안 진행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 위안부합의, 개성공단 폐쇄 그렇게 덜커덕 밀어붙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남한 외교가 궁지에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디 검찰이 이러한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고, 또한 박근혜-최태민 일가의 40년 관계에 뿌리를 둔 치밀한 국정농단 범죄를 청산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박근혜를 구속기소하길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7/03/20 01:09 2017/03/20 01:09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solbangul/trackback/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