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대선 TV 토론에서 와닿은 쟁점 사항은 안보, 교육, 세금 문제였다. 누가 더 잘했냐 하는 관점보다는, 어떤 쟁점이 좀 더 생산적이고 차기 정부의 과제에 부합하는가를 기준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 뽑는 선거가 아니라 다음 정부를 어느 정당이 인수하여 구성, 운영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임을 전제해보자.

 

I.

안보 및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 전략 면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다른 후보 네 명의 공격적인 질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거의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보인다. 1)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의 재검토 사항으로 확정한다, 2) 지난 20여 년 대북 포용 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를 다루기 위해 3) 미국 및 중국과 적극 협상하고, 4)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북한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 "상황이 달라지고 대북 제재 국면"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 2) 한미동맹에 충실하면서 중국을 설득하겠다, 정도로 이해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박지원 대표와 호흡을 맞추어 갑작스레 이미 국방백서에 삭제된 용어인 북한 "주적"이란 표현에 힘을 싣고, "골치 아픈 김정은"이라고 호언해가면서, ICBM 미사일 요격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상정하는 걸 보면, 보수 표심에 어필하기 위한 기계적 균형 태도로 선회해가는 것 같다. 유동적이고 고조되는 긴장 상황에서 안이한 기계적 외교안보 전략은 그저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기만 할 따름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 또는 진보"라는 프레임에 오히려 갇혀 있기 때문에 사드 배치 추가, 전술핵 배치, 강력한 대북 제제 압박 등으로 차별화하려고 하지만, 어제 토론에서 외교국방위 출신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미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주적' 용어가 자동으로 튀어나오고, '국가보안법'을 들이댐으로써 오히려 사상 검증 논란을 자초하는 실책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러한 점이 본인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낡은 강경 기조 안보관에 갇혀 지지율이 답보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1차 토론에서는 "북한에 먼저 갈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오히려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가지 않을 것이냐?"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멘붕이 오더니, 2차 토론에서는 "개성공단은 북한 청년 일자리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개성공단에 납품하는 국내 기업 종사자들의 생산 활동 또한 국내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것"이라는 문 후보의 발언으로 2차 멘붕이 온 것 같았다. 더 이상의 멘트는 불필요하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사드 배치 반대 내지 폐기 입장을 명확히 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대원칙을 천명하자는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늘 4월 20일자 언론 기사에는 "국회 동의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는 사드 배치 중단"이라고 다소 모호한 발언을 한 것으로 읽힌다. 국회가 동의하면 사드 배치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으로 이해되는데, 이는 정의당이 적어도 진보정당이라면 비판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사드 배치는 과연 중국이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이미 우다웨이 특사는 사드 X 밴더 레이더가 문제라고 아예 콕 집어서 알려주고, 북한과 미국을 대화 협상으로 이끌어내려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아 문제라고 답까지 알려주고 갔다. 이미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 사드 배치는 자국의 안보 이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고 이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내 개인적인 견해는, 차기 한국 정부는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을 주선하고, 종국적으로는 북-미 관계 정상화 수준까지 중재해 나감으로써 평화 협정을 성사시키도록 중국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 역시 중국 말보다 한국 정부의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또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내는 게 일국의 외교력이 아니겠는가.


사드를 배치한다고 한들 한국이 얻는 이익보다 위험 요소와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손해와 군사적 긴장만 높아지고, 성주와 김천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와 좌절 및 무력감으로 인해 지역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은 사드 요격 미사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 미사일을 사드로 요격할 상황이 되면 이미 한반도는 전쟁 상황으로 돌입한 것이고, 그렇게 되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재앙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나던 당시의 재래식 무기로 싸우는 시대도 아니고, 수백만이 처참하게 죽어간 역사를 겪은 땅에서 전략적 균형이니 하는 말은 구식 전쟁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공격적 검증 공세를 통해 오히려 나름대로는 노선을 분명히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II.
교육 문제는 쟁점이 형성되긴 했지만 해결 전망은 나오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의 학제 개편 문제는 막연한 변화와 쇄신론, 일단 해보고 나중에 완성하면 된다는 근거 박약만 도드라지고 말았다.
교육 문제를 거론하려면 '대학 개혁' 문제가 거론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 서열을 해소하고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격차를 해소하고, 취업양성소로 전락한 대학의 연구 및 학문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논의되어야 한다. 정유라 이대 부정 입학을 보면 딱 알 수 있지가 않은가. 부모 빽 믿고 금메달 들고 가서 입학한 정유라. 명문 대학 총장과 학장이 버젓이 부정 입학을 지시하는 한국 대학 사회의 캠퍼스와 건물들을 보라. 쇼핑 몰인지 상업복합시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서울대 법대 인맥 최연소 사시 합격자라는 우병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데도 온갖 법망을 다 피해가지 않는가. 한국 사회의 권력 엘리트 집단, 대학이 오로지 출세의 사다리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 지식사회의 풍경은 참으로 냉소와 쓴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문제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밝히는 후보들이 없었다. 막연한 4차 산업혁명, 그 내용도 없는, 되지도 않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보트 판타지에 속아 넘어가면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III.

세금 문제에서는 어제 2차 토론에서 비교적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구체적인 로드 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복지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뭔가 불분명한 구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소득층과 부유층에 대한 누진적 세재 강화, 법인세의 실효 세율 강화, 최종적인 법인세 명목 세율 강화로 이행해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는 강조하는데 증세를 어떤 경로로 하겠다는 것인지 TV 토론 상으로는 밝힌 바가 없고, 안철수 후보는 세밀함과 명확성 면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보다 한참 떨어진다. 안보 문제도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면, 그리고 규제프리존을 통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더라도, 세금 문제에서는 이후 보수층을 겨냥하여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심상정 후보는 어제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왜 증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고 다그치긴 했는데, 사실 두 번째 주제로 맨처음 문 후보가 증세 정책을 밝힌 것에 대해 주의 깊게 듣지 않았거나, 평소 진보정당의 관성대로 '보수 야당은 증세 입장이 모호한 정당'이라는 인식에 갇혀 다소 일방적인 주장을 늘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세'를 증세하겠다고는 하나 이러한 명목세를 추가하는 부분에 대하여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거둬들이겠다는 것인지, 또 사회복지세로 거둬들인 재정은 사회복지 부문에만 쓰도록 묶어두겠다면, 다른 세입 부문은 사회복지 부문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인지 해명해줄 필요가 있다.

 

추가 의견:


1. 이번 대선에서 향후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하여,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과연 정부의 신뢰와 민주적 공공성을 회복하고 그간 청산하지 못한 구조적 역사적 오류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성패는 오로지 시민들의 비판과 감시와 견제에 달려 있다. 현재 구도로는 5년 임기 대통령 단임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현행 헌법 체계에서 119석 민주당이 정권을 인수하고 이를 다른 야당들이 견제 비판하면서 개혁의 길로 나가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대한 지지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전적으로 정의당이 하기에 달려 있다. 민주노동당 --> 진보신당으로 분당 --> 통합진보당으로 재합당 --> 다시 분당 --> 통합진보당에 대한 부당 해산 조치 --> 정의당 유일 원내 진보정당의 길을 걸어온 심상정 후보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우려된다. 그동안 죽 지켜봐왔다. 정치적 야망에 휘둘려 진보정당의 노선을 혹시라도 우경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대기업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훈계하기에 앞서, 노동시간 줄이기의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을 더 세밀화할 필요가 있다.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설득력 있는 진정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진정한 복지의 첫걸음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 역시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후보가 국가보안법 문제로 압박하고 있는 틈새를 타고 당장 문재인 후보에게 답변을 받아내려고 애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보안법이 무엇이 문제인가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반민주 악법이고 구시대의 유물이므로 폐기해야 한다." 이런 막연한 주장으로는 지금 악화될 대로 악화된 남북 관계에서 그다지 힘을 얻기 힘들다. 국가보안법은 국제인권단체와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이미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받아온 인권침해 법안이다. 20여 년 전부터 이미 국가보안법의 개정과 폐지 문제는 국회에서 격론 대상이 된 바 있다.

 

한국의 어떤 시민이 이 법으로 인하여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심하게 위축 및 침해당하고 국정원과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직면하게 되면, 한국 사회의 이념 지형과 북한 관련 정세에 따라 변론권을 행사하는 데에도 큰 애를 먹게 되고, 법정에서 최종 무죄가 나더라도 그 낙인 효과는 당사자에게는 크나큰 심리적 상처로 남는 것이다. 이는 한 개인의 사회적 명예와 권리, 인간적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다. 국제 인권 기준에 비추어 인권 침해 요소가 삭제된 형법상의 대체 법안을 만드는 것이 적어도 진보정당이 꾸준히 일관되게 주장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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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02:23 2017/04/2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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