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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늘 있다.

 

 

기차의 창문마다

흑백 사진이 한 장씩 다닥다닥 붙어 있다.

모두 똑같은 크기이지만 거기 담긴 사연들은

제각기 다르다.

크기가 같다고 해서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오래된 흑백 사진도 숨을 쉬며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상처받는 일이 생겼을 때,

외롭고 쓸쓸해질 때,

우울하고 막막해서 마음의 손마저 차가워질 때,

한 가지 할 일이 있다.

사진첩을 펼치는 것,

사진첩을 펼치면 견딜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빛나는 훈장이나 걸판진 잔치의 기억보다

상처의 흔적이 더욱 사람을 감동시킨다.

기쁨은 가볍고, 아픔은 무거운 것이다.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제일 먼저 이름부터 알게 된다.

서로 이름을 안다는 것, 그것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관계를 맺고 나면

서로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자기 이름을 붙여준 주인을

함부로 물지 않는 것과 같다.

 

 

추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무시한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은 추억을 촌스럽게 여기고,

낡은 집을 허물어 거기에다

한시바삐 고층 아파트를

 

세우고 싶어한다.

추억에다 겹겹이 페인트칠을 하려고 한다.

추억에 대한 경멸이

결국은 존재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안도현 <아침엽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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