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피해적인 시각이라니요. 저 또한 남성성으로 많은 이득(?)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비판하는 사람들을 피해주의에 빠진 사람들로 바라보는것, 익숙하고 불편한 시각입니다. 예비군들은 왜 군복을 입고 나왔을까요?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아니면 촛불집회에서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
군복이 남성성을 상징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네요.
예비군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하는걸 남성성을 내세우는 걸로 보는 것 역시, 저희에겐 익숙하고 불편한 시각인 듯 합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것과 1선에서 보호하는 것과의 차이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요. 치열한 대치상황이 아니라면, 우리도 다른 시민의 모습과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는 권력을 갖지 않습니다. 보호의 명분 하에 힘을 갖지도 않구요. 단지 시민의 방패가 되고자 할 뿐입니다.
보호가 지배논리로 연결되는 건, 보호의 반대급부로 무언가를 요구할 때 성립합니다. 이 경우에는 맞지 않아요.
우리는 집단으로 참여한게 아닙니다. 동원명령이 소집되지 않는 이상 예비군은 결코 집단이 되는 일이 없습니다. 설령 군복을 입고있지만, 사실 우리는 일반시민의 자격으로 참여한 개개인일 뿐입니다.
우리는 2년이 넘는(전 공군예비역이라 2년 3개월입니다.) 기간동안 군대와 국가에 부름(끌려감)을 받고 소위 "까이다" 왔습니다. 군복은 남성성의 상징이 아닌, 바로 이 국가와 군대의 상징입니다. 군복의 상징은 윗분이 잘 설명하셨네요. '당신들의 개인 줄 알았던 우리마저 당신에게 반기를 든다'는 차원에서의 의미도 좀 생각해주셨음 싶습니다.
덧붙여..
군대의 경험들-부당한 명령과 복종의 시스템,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처들을 쓰다듬으며 전경들에게 말을 걸면 좋겠다.
아무래도 나는 군대를 경험하지 않았기때문에 군대를 경험한 예비군들이나보다 더 전경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이 얼마나 의미없고 현실성 없는 말인지. 예비군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다들 그 현역시절을 겪었을 테니까요.
th님, 군대를 경험하지 않았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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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경험들-부당한 명령과 복종의 시스템,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처들을 쓰다듬으며 전경들에게 말을 걸면 좋겠다.
아무래도 나는 군대를 경험하지 않았기때문에 군대를 경험한 예비군들이나보다 더 전경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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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듯 합니다.
ㄹ님, 국가 자체로 상징될 수 있는 그 예비군복을 오로지 남성만이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옷이 남성성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사회 제도적으로 여성은 군대에 복무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며, 국가의 상징을 입을 자격조차 주어져 있지 않다. 이렇게 보는 측면에서 예비군복이 남성성의 상징(남성만이 입을 수 있음)이 되며 여성, 어린이, 장애인에 대한 억압이 되는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는 건 '혜택'이 아닙니다. '보호'하기 위해서 군대에 안 가는 게 아닙니다. 그건 제도를 바라본 사람들의 '해석'인 거구요. 혜택적 의미에서 안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겁니다. 딱히 여기서 여성이 군대에 안 가고 가는 문제를 논하려는 게 아니라요(이건 논점 일탈이니까 차후 이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예비군복이 남성성의 상징이 아니라고 말하는 데에 대한 맹점을 짚어드린 겁니다. 그리고 '여성은 약하니까 물러서세요' 이에 대한 대극이 남성성이 아니라구요? '여성은'이란 말을 차라리 뺐으면 강자와 약자에 대한 대극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육체적, 물리적 힘의 우위자와 열세자의 갈등이라고 해석함이 옳을 듯 합니다만. 예비군복을 오로지 남성만이 착용할 수 있으며, '여자는 힘이 약하니까 뒤로 빠져'라면서 제지하면서 갑자기 남녀 대결로 치닫는 거 보니 우울해지네요.
시각이 많이 다르시군요.
사회 제도적으로 여성이 군대에 복무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있지 않습니다. 지원에 의해 부사관, 장교 등으로 복무할 수 있지요. 단지 대다수 분들이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안하는 것 뿐입니다. 요새 군대에서 여군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은 결코 '혜택'이 아니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끌려가는 것이며, 월 5만원의 말도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고생하며 청춘을 낭비한 반대급부는 '사회 부적응' 뿐입니다. 전역하고 나서도 끝이 아닙니다. 무려 8년이나 예비군을 해야되죠. 군복은 여성, 어린이, 장애자에 대한 억압이 아닌 오히려 남성에 대한 국가의 억압입니다. 군복이 남성성의 상징이 될 수 없는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