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안 드는 직원 징계하고, 못 살게 굴어서 쫓아내고, 수습사원 맘대로 해고하는 거는 나쁜 일이지만, 대한민국 많은 사장들이 하는 짓이다. 물론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윤구병 사장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노동자로서 분노할만한 일이지만, 원래 무딘 성격에 스트레스 잘 안 받는 내가 그것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내가 보리출판사를 다니면서 주로 분노한 것은 윤구병 사장이 하는 나쁜 짓 때문이 아니라, 나쁜 짓을 하면서 자기를 진보적인 사람으로 포장하는 위선과 나쁜짓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진보적인 가치를 들먹이 것이 너무나 역겨웠기 때문이다."
그 밑에 쓰신 글도 읽어봤지만, 대한민국 사장들이 다 하는 짓이니 특별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비정규직은 나쁘니까 재계약 못하겠다", 비정규직 짤라놓고 "우리 회사엔 비정규직 없다"고 말하는 뻔뻔스러움이겠죠.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님과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님이 더 이상 저와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도 그건 백프로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바닥을 홀가분하게 떠났기 때문에 말씀드리지만, 님도 이 바닥을 떠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그래요. 하나같이 권위적이고 위선적입니다. 게다가 비열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악랄한 관리자는 다름 아닌 제가 일했던 단체와 같은 사무실을 썼던 한 노동조합의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저는 2년 동안 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똑똑히 봤습니다. 그래도 그는 밖에서는 사람 좋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았습니다.
님은 인간성 문제를 제기하시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착취해서 치부하면서 진보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의 위선.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는 아마 어마어마할 겁니다. 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제 친구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제 친구는 몇년 동안 계속 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한번도 사장 욕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친구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도 여기 오기 전엔 계속 떠돌아다녔다. 옆에 있는 공장 보면 사람 바뀌는데는 맨날 바뀐다. 사장이 하도 갈궈서 사람이 붙어있질 못한다. 우리 공장 오면 누가 사장인지 모른다. 그냥 섞여서 같이 일하는데 일은 무식하게 많지만 이래라 저래라 하질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래 다닌다.
님은 이런 사장 있는데서 이런 일 하셔야 됩니다. 사장도 말이 없고 일 자체도 말이 별로 필요 없는 직장. 제 친구는 늘 만나도 일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몸이 피곤한거야 스무살 때부터 계속 해온 일인데 특별히 힘들겠어요. 그래도 친구는 가끔씩 말합니다. 애가 아직 어리고 대학 들어갈 때까진 일을 해야하는데.. 친구는 40대 중반이고 50 넘으면 그 일 하기 힘들어요. 비정규직만 있다는 대기업의 그 하청업체 다니는 노동자들이 제 친구보다 일은 덜 하고 돈은 더 받습니다. 다만 고용이 불안하다는게 문제인데 사실 고용이 불안한 건 대기업 정규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님은 삶의 힘겨움을 모르시는 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노동자는 자신을 고용한 자가 누구든 상관이 없는 겁니다. 제 친구의 경우처럼 사장이 못살게굴면 못견뎌서 떠나가고 사장이 좋은 사람이면 몇년이고 잘 다니고 이런 직장은 영세사업장입니다. 저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직장을 전전했지만 맨 처음 들어갔던 한 군데 빼고는 사장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도 이건희를 삼성의 사장이라고 하지 않듯이 대기업의 소유구조는 복잡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님이 다녔던 회사가 윤구병씨 소유의 보리출판사가 아니면 누가 이 글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구굴절절 할 말이 뭐 그렇게 많겠습니까. 청소나 경비 하시는 분들이 더 할 말이 많겠지만 그런 분들은 블로그도 안하고 설령 블로그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전에 만난 50대의 여성노동자 두 분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청소를 하셨는데 식사할 공간도 없어서 화장실에서 식사를 하셨답니다. 이런 짓은 인간에 대한 모욕이며 사실 악마짓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미국의 노동운동이 망했다고 해도 미국은 서비스노동자 조직화에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서비스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서 조직화가 훨씬 더 힘든데도 미국 노동총연맹이 수년간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조직가들을 양성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했습니다. 지금 가장 조직율이 높은 곳이 서비스연맹입니다. 우리나라 진보는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한 겁니다. 님이 말씀하신 위선이나 양심의 사망에서 원인을 찾으시면 안됩니다.
저도 감히 말씀드리겠지만 저는 도대체 일몽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보다 훨씬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너처럼 몸 쓰는 직업도 아니고 사회적으로도 주목받는 일을 하는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닥치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세상에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난 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닥치고 있어야 한다고요? 그게 무슨 진보고 민주주의입니까. 흔한 독재자의 궤변이지. 중요한건 크건 작건 자신의 자리에서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것이라는 당연한 말을 치고 있는 제 손가락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프랑스 대혁명조차 배부른 자들의 밥상투정 이상은 되지 못하겠군요. 엄연히 농노들이 있는데 무슨 놈의 학자들과 부르주아들이 감히 지들이 나서서 혁명을 하겠다고 지랄이란 말입니까 지랄이...
감히 해야 하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처럼요. 저 아시나요? 모르는 사람의 삶에 대해 너무 함부로 말씀하시네요.
그리고 일몽님의 댓글은 마치 저를 가르치려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의도한 게 아니라면 댓글 다실 때 유념해 주세요. 의도하신 거라면, 저는 일몽님과 대화는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대화를 하고 싶지 훈계를 듣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끝으로 일몽님은 제 글을 제대로 읽지 않으신 거 같네요. 아님 제가 제 생각을 제대로 쓰지 못했거나요. 저는 인간성에 관심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쁜놈인지, 어떤 사람이 착한놈인지 관심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구조를 살피고 싶은 거고, 진보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일몽님 말처럼 지금 보리 같은 구조와 사고방식에선 제가 사장이 되어도 마찬가지일테니까요.
님께서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건 제가 "님은 삶의 힘겨움을 모르시는 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말한 것 때문인 것 같아요. 삶의 힘겨움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그동안 삶의 힘겨움을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년 전부터 식당에서 식기세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기계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속옷까지 다 젖지만 속옷을 갖고 다녀야됩니다. 양말도 젖기 때문에 양말도 갖고 다녀야 됩니다. 샤워실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루 7시간 일하는데 누구 하나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냥 7시간 내내 죽어라 접시만 닦다가 나오면 됩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퇴근할 때 해방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매일같이 감옥에 출근하고 감옥에서 퇴근하는 기분입니다. 사무실에서 일할 땐 담배도 피울 수 있었고 잠깐 바람 쐬러 나갈 수도 있었고 일이 없을 땐 사무실에서 영화도 봤습니다. 지금은 쉴 때도 앉아 있을 데가 없어서 서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마실 수 있는 정수기도 없기 때문에 홀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물을 부탁해야됩니다. 전 제가 삶의 힘겨움을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노동자 노동자 하고 다녔지만 전 노동자의 삶에 대해서 몰랐습니다. 하지만 단체 상근자라고 해서 왜 노동자가 아니겠어요. 생계를 위해서 그 일 하는건데. 하지만 단체 상근자들은 박봉에 과도노동을 해도 최소한의 자유는 누릴 수 있습니다. 단체에서 상근할 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노동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까 그게 최소한의 인간적 삶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제 개인적 추측일 뿐입니다. 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님이 정말 삶의 힘겨움을 아시는 분이라면 제 말이 그리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보리 출판사가 아무리 형편없는데라고 해도 육체노동이나 손님에게 굽실대야 하는 서비스직은 아닙니다. 육체노동은 인간체력의 한계를 요구합니다. 매일같이 운동선수처럼 전력투구해야 하는 곳입니다. 제가 하는 일 오래 한 사람들은 온몸이 성한 사람이 없습니다. 저도 지금 기계 소음때문에 귀가 멍멍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게 힘들어요. 헤드폰을 끼면 귀가 아파서. 그게 제 유일한 낙인데. 이런 말들이 가르치려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심란할 때가 있습니다. 전 이주노동자들 체불임금상담을 하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공장들은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 살인적 노동을 몸으로 체험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삶의 힘겨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삶의 전쟁터가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님이 어느 직장을 가더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겁니다. 회사의 목적이 수익창출인 한. 하지만 왜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정규직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부정적인지, 심지어 대기업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서도 무관심한지 한번은 생각을 해보셨을겁니다.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어요. 마찬가지로 보리출판사에서 있었던 일이 우리 사회의 진보의 문제를 보여준다는 님의 글 역시 공감하기 힘들어요. 오마이뉴스나 알라딘처럼 운동권이 만든 회사가 다른 회사와는 달라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노동자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면 변하는 것처럼 개인의 가치관을 넘어서는 자본의 논리, 정치의 논리가 있는 겁니다. 개인의 양심이 문제가 아니라 양심적으로 살면 망하는 사회구조가 문제인 겁니다. 전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대화가 아니라 훈계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님에게 훈계를 했습니다.
"자기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라들이, 양심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그게 내가 지금 생각하는 진보의 가장 큰 조건이다."
저는 이런 요구를 타인에게 요구하는 분이 어떤 분인지 좀 궁금했어요. 그런데 글로는 사실 사람을 잘 모르죠. 사람은 글보다는 직접 대화를 나눠봐야하는데. 독선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진보를 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당연히 요지는 있을 수 없죠.
독선적이라는건 딴 게 아닙니다. 이 블로그는 무화과님의 블로그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무슨 말을 하든 무화과님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전 그럴 수 없습니다. 무화과님은 제게 말했습니다. 댓글 달 때 유념하라고. 아니면 대화는 사양하겠다고. 그리고 그 뒤엔 저보고 왜 남의 블로그에서 깽판치냐고 말했습니다. 제가 뭘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요? 다른 사이트 유저들은 호전적이긴 해도 이 정도의 댓글 가지고 저렇게 과민반응하지 않아요. 제가 만약 무화과님의 글에 호의적인 댓글을 달았다면 이런 대접을 받을까요. 자기가 하는건 비판이고 남이 하는건 트집인가요? 이런 사람 보면 무서워요.
윤₩₩이라는 사람의 잔머리가 다 들여다보이네요. 글쓴 분께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재미있어요. 그 양반, 정말 재미난 게 '비정규직'이 옳지 않은 건 알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어트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셨을까...좋겠어요. 도망갈 데(변산)도 있고. 생각좀 해봐야겠네요. 왜 '비정규직'은 옳지 않은 거라고 생각할까. 오늘도 좋은 글 고맙습니다.
그렇군요이질감이 들 수 도 있겠군요더 열악하고 힘든 곳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보신다면은요제가 알고 있는 보리는 휴가도 마음 먹은 대로 쓸 수 있고 일적인 압박도 안주고 모성보호 휴가도 주어지고 지각을 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복장도 편하게 입고 출근해도 되고 상사가 일적인 부분을 지적하면 그 부서가 그 상사를 알따를 시켜서 감히뭐라할 수 없는 분위기?생활적인 부분은 그 어떤 곳 보다 좋고 편하다 라는 느낌이 강했어요최근엔 6시간 노동제와 단 한번도 월급 날짜를 어긴 적도 없고..솔직히 일몽님 입장도 이해가 되요저 또한 무화과님 글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으니...다 전해들은 이야기라 이런 곳이 진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안에서도 곪은 곳이 있고 이런 부분을 무화과님이 알려주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올려주시기 때문에 그곳에 대한 여러 상황들을 알게 되었다 라는 점에서 좋습니다여하튼 흥미있게 읽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지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이 좋은 것 때문에 소외되고 뭍혀가는 진실이 있으면 안 된다 생각합니다
처음에 이 글을 봤을 때 답변하고 싶었지만 이 블로그 운영자가 할 말 있으면 네 블로그에서 하라고 해서 가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러 분들이 대체 네 요점이 뭐냐고 물으시길래 운영자님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은 글을 쓴 사람이 주인이라고 해도 그 글에 대한 해석은 읽는 사람의 몫입니다. 게다가 그 해석의 여지는 제가 제공한겁니다. 상대적 박탈감때문에 무화과님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외에도 다른 말들을 했지만 그건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모자란 인간이어도 그래도 한 십년을 운동했던 사람인데 이런 글에 박탈감 느끼지 않습니다. 박탈감 느낀 적은 딱 한 번 있습니다. 전에 다니던 직장이 호텔이었는데 호텔 중에서 사내하청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었습니다. 휴게실 바로 옆에 노동조합 사무실이 있었는데 휴게실에 갈 때마다 임금인상 8% 요구를 적은 게시물을 봐야 했습니다. 그거 보면 씨발 욕 나옵니다. 아무도 안 볼 때 스프레이로 썅 이렇게 크게 적어놓고 밑에다가 하청업체 이름 적어놓고싶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사측과 싸운다면 전 그들을 지지할 겁니다. 그들이 탄압당한다면 전 누구보다도 분노할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사업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노동이 아닌 공간에서는 유희를 찾습니다. 어떤 노동자들은 운동선수 아무개 너 때문에 산다고 합니다. 삶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즐거움이지 더 이상의 어떤 노고가 아닙니다.
보리출판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윤규병씨를 비호한다고 하는데 전 그 분 이름은 들어봤지만 누군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전 그 사람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하는 것도 이상한 겁니다. 전에도 제가 누군가를 두둔했더니 어떤 분이 비밀글로 그 분과 사적인 관계냐고 물으시길래 난감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저로서는 이 쪽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일겁니다. 하지만 외부자는 역시 외부자일 뿐, 그 사업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그 사업장 사정을 더 잘 알지, 지금 재능투쟁 보세요. 외부자들이 더 말이 많습니다. 전 이 문제 때문에 운동 시작하자마자 환멸을 느껴서 이 바닥을 떠나려고 했었는데 어영부영하면서 십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각자 모두 다르게 같은 시대를 살아갑니다.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다르게 시대를 사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같은 시대 내에서 그 시대를 읽어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화과님의 글을 당사자가 지녔을 '느낌'에 어떤 식으로든 공감하기 위해 읽습니다. 제 방법은 또 오롯이 제 몫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개인이 갖는 그 맥락은 그것 자체로 존중받길, 그런 사회이길 바랍니다. 무화과님이 이 글을 개인 블로그에 싣고 고백하는 의미,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찬찬히 정서해내는 그 힘만큼은 훼손당하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에겐 모두 저마다의 연단이 있습니다. 정치는 바로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이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각자 자기 연단에 우뚝 섰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님의 영웅전기소설 아주 잘 보았습니다. 님의 투쟁은 켄 로치 감독이 판권을 사서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을 것 같네요. 제목은 <보리 앤 프리덤> 불후의 명작이 될 것 같습니다^^
뭐 님께서는 계속 윤구병을 까려는건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리봐도 모짜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 정도로 밖에 안보이네요. 뭐 윤구병이 별거 있겠어요? 그 양반도 한명의 자본가일뿐이겠죠. 그런데 님의 글은 위선적 지식인의 부당한 노동 탄압에 대한 항쟁기라기 보다는 개인의 한풀이 서사로 보이네요.
이제 그만 그를 놓아주시죠. 님도 이제 님의 삶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님앞에는 창창한 미래가 열려있어요. 님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대합니다. 화이팅!!!^^
첫 직장에서 일만 뼈빠지게 하다가 구조조정으로 짤리고 두 번째 직장에선 외제차 밥 먹듯이 바꾸면서 직원들 월급은 50%만 주고 세 번째 직장에선 곳곳에 설치된 cc tv로 사생활이 침해되도 온갓 꼬장에 욕설에 해고질에..두 달치 월급 그딴 거 필요 없고 거지 같은 곳에서 탈출한 게 더 좋았다고 생각했던 저도 어떻게 하면 그놈들 엿 먹일까 이생각 저생각 다 했지만...어떻게든 분은 사라질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인생 공부 했다치고 지금 직장 잘 다니고 있습니다저는 무화과님이 부럽습니다분명히 일과 시간에도 노조활동에 말씀하신 고민, 걱정도 할 여유도 있었다 라는 자체가요바다를 본 사람은 냇가가 작게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제 마음도 그렇습니다솔직히 잘은 모르지만 직장 생활 처음 하신 것 같고 직장인 보단 노동 운동 단체에서 앞으로 활동이 더 의미있고 값진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님, 지나가던 / 보리가 상대적으로 일반적인 근무조건이 좋은 편인 건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글을 쓰면서도 사람들이 "뭐야 저렇게 좋은데 왜 불만이야?" 이런 반응을 보일까봐 걱정도 되었구요.
생리휴가 유급에, 4시 퇴근에(시간제 이전에도 보리는 야근이 많지 않았습니다), 편집자가 일 년에 책 한 권을 내도 뭐라고 하지 않는 회사에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는지 생각을 더 정리해서 쓰려고 합니다. 원래는 이 이야기는 쓸 생각이 없었는데, 필요할 것 같군요. 계속 관심가져주세요^^
안녕? 잘 지내? 글 보고 뭔가 사실과 다른 게 있어서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되었네. 그냥 모>른 척 지나가려고 했는데 자꾸 곱씹어 보게 되고, 당시 새로 뽑힌 분회장으로서 마음이 좋지가 않아서 말야. 이용석이 분회장이고 조합원이었던 때에,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면 많이 화가 나곤 했잖아. 그런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아무리 봐도 '새분회장이 들어서서 계약직 문제로 싸우려던 거 흐지부지 끝났다.' 이런 맥락으로 읽히더라고.
분회장 선거 다음날 대표이사가 새 분회장을 부른 건 맞아. 그런데 그땐 인사차 불렀었고 얘기를 하다 보니 책놀이터 직원 계약 해지에 대한 이야기 나왔었지.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했고, 다시 생각해 달라, 이렇게 하면 우리도 실력 행사를 계속 할 거다 이런 얘기 끝에 대표이사가 "어떤 실력 행사라도 해 보
십시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도 했었지. 아무튼 그 자리에선 그렇게 인사만 하고 끝났었고 그 뒤 며칠간 몇 차례 대표이사를 만나 설득한 끝에 ' 계약을 임시로 한 달 연장한다. / 한 달 동안 회사와 노
조가 같이 대안을 세운다/ 대안이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든 책놀이터의 계약직 직원은 한 달 이 더 지나고도 그전(2011년)과 같은 임금과 복지로 2012년에도 일할 수 있게 한다' 이 약속을 받아냈지. 그러고 책놀이터 계>약직 직원은 그다음 주터 다시 출근하게 되었고.
그렇게 한 달을 더 벌게 되어서 노조에서도 여러 가지로 대안을 짜 갔었지. (표면적으로는 책놀이터 수익이 적다는 것이었기 때문에_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
만_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었던 걸로 기억함. ) 그런데 회사 가지고 온 안이 정말 교묘해서 위의 약속을 다 지키는 건데도 석연치 않은 그런 대안이었지만 그 계약직 직원이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려면 더 이상의 선택이 없는 상황이라 그걸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해.
한번 싸워봤으면 어땠을까, 그럼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뭐 개인의 몫이니까 접어두고, 어쨌든 그때의 상황이 그냥 어영부영 그렇
게 끝나게 된 건 아니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 해결 방식이 중식집회나 피켓 시위 같은 게 아니었을 뿐 해결을 하려는 과정은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 대표이사가 분회장이 바뀐 틈을 타서 파고 든 게 아니었다는 거야. 대표이사는 분회장이 바뀌었든 말든 12월이 돼서 책놀이터 계약직은 이미 계약 해지돼 나갔으니(이미 출근을 못 하고 있었으니) 노조가 어떤 실력 행사를 하든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정리하자면,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이 바뀐 것이 전 분회장 임기를 확실히 정해 놓지 않아서 회사에서 교묘히 이용한 것이 아니라, 앞에 말한 것과 같은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야. 대표이사가 분회장 바뀌자마자 먼저 계약 한 >달 연장을 제안한 게 아니라, 설득 끝에 겨우 한 달 연장을 받아냈다는 거고. 거기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각자들 다른 거니까 그 문제는 뭐라 말하기 어려울 거 같고.
앞으로 어떤 내용의 글이 더 올라올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의 감정이나 판단 문제가 아닌, 사실 관계나 다른 사람들이 얽혀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써 줬으면 좋겠어. 댓글 달린 걸 보니 보는 사람이 꽤 되는 거 같은데 그렇다면 더더욱 조심하고 신중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분회장이 바뀌어서 흐지부지 되었다는 뜻은 아니었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분회장이 중요하긴 하지만, 분회장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이 글은 당시 노조의 대응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한 글도 아니니. 만약 평가를 하더라도 그건 분회장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당시 집행부 모두가 함께 내린 결정에 대한 평가지. 그리고 여전히 생각의 차이는 느껴지는 구나. 특히나 당시 회사의 대응과정에 대한 너의 판단은 나로서는 여전히 동의할 수가 없구나. 회사에 대해 생각하는 게 다른 거야 뭐, 그럴 수 있지.내가 기억 잘 안 나는 부분도 자세히 써줘서 고마워. 그래도 아쉬운 것도 있다. 그동안 윤구병 대표가 언론에서 노조에 대해 6시간제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거짓말을 할 때는 침묵했는데, 내 글에는 바로 반응을 하는구나. 세상에 가치중립적인 사실관계는 없다고 생각해. 팩트를 말하더라도, 팩트 중에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리는지, 누가 말하는지, 어떤 타이밍에 말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지에 따라서 그 팩트는 결국엔 어느 한쪽 편이 되어버리는 거 같아. 말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야. 앞으로 6시간제에 대해서 쓸 거야. 예전 일이라 내가 아주 세부적인 정보 하나하나까지 기억 못할 수 있어. 어쩌면 너가 또 댓글을 달 수도 있겠지. 잘못된 정보가 있어도 바로 잡지 마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다만 너가 말하지 않는 사실관계와 너가 이야기 하는 사실 관계에 대해서 한 번 다 생각해주기을 바랄게.
우연찮은 기회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 주요하게 서술하고 있는 비정규직 재계약건의 당사자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몇 자 남깁니다. 이 글이 저는 몹시 불편하고 싫습니다.
무화과님이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제 사례가 보리출판사 노동자탄압의 대표적인 사례인 것처럼 공개적인 곳에 언급되는 것이 불편할 뿐입니다. 실명이 공개된 것은 아닐지라도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 글의 주인공이 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 보리출판사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고, 그저 저의 삶을 잘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겨우 다독거린 그 상처가 이렇게 인터넷상에서 마구 끄집어내지고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참 힘듭니다.
당시 상황은 굳이 제가 다시 말할 필요 없겠지요. 다만 분명한 사실은 새 분회장이 회사측의 대안을 받아왔을 때, 저는 그 안을 받든지, 아니면 바로 실업자가 되어 나가던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아, 회사와 싸우는 방법이 또 있었군요. 노조에서는 무엇이든 제가 선택한 대로 따르겠다고 했고, 저는 회사의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당장 나갈 상황이 안되니 딱 일년만 더하고 그땐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가자, 이것이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습니다.
재계약거부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무화과님이 저에게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저런 인간들이 어디가서 진보입네 하고 설치고 다니지는 못하게 해줘야 되지 않겠느냐고요. 사실 연봉 1500만원에 생계를 걸고 있던 저는, 윤구병 대표가 어디 가서 진보를 하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었습니다. 다만 언젠가 나도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키우며, 성실하게 지켜온 일터를 그대로 빼앗기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막막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싸우자고 말해준 노조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무화과님이 언급한 그 알리기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SNS의 파급력은 무섭더군요. 저는 좋지 않을 일로 엮였던 오래된 옛 기억속의 지인에게서까지 연락을 받았습니다. 니가 이런저런 상황인 줄은 몰랐다, 꼭 잘되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죠. 제가 그 연락을 받고 기뻤을까요? 고마웠을까요? 절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연봉 1500만원의 비정규직일자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런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알려지는 기분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 알리기 과정에서 무조건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겨우 그걸 지키려고 저 난리를 치냐며 나같음 걍 더럽고 치사해서 그만두겠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아무 죄 없는 피해자임에도, 사람들을 피하고 숨는 이유를요.
알리기 과정의 절차적인 문제는, 그때 우리 모두가 그런 일이 처음이었기에 일어난 소소한 실수였다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같이 싸워주겠다고 말해준 노조와 노조원 모두에게 지금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여러 밤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사실 다시 떠올리는 것도 저에겐 고통스럽지만, 아마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저는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화과님이 계속 분회장을 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어쨌든 저는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이라 판단하고, 회사의 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년을 더 일했고, 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퇴사했습니다. 퇴사과정에서 또 치졸한 회사의 수작을 당했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방식의 퇴사처리를 요구해서 받았습니다. 치졸한 회사의 수작이란 게 결국은 말 같지 않은 말들을 하는 것인데,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제가 단단해진 때라 오히려 제가 원하는 것들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퇴사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가장 상처받았던 말은, 저를 보리에서 일하는데도 보리직원이 아닌 존재로 만든 계약서를 본 보리출판사 정규직 직원 한 명이 저한테 한 말입니다. 그 말 만큼은 잊혀지지 않는군요. “근데 이런 계약서에 왜 싸인했어요?”
누구나 자신의 보는 시각이 있으니, 결말에 대해서도 모두 다른 생각을 하겠죠. 다만 저에게 그 일은 이제 지나간 일이 되었고, 저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며 저의 일상을 잘 살고 있습니다. 그때, 그 상황에서 회사가 나빴고, 잘했고, 잘못했고 이런 것들, 저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사례가 어떤 목적을 가진 글의 근거사례로 활용되며 널리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저에게 전 직장에서의 일은 전 직장에서의 일일 뿐입니다.
도대체, '보리출판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다. 다만 다른 회사보다 좋은 가치를 추구할 뿐이다.' 전 이렇게 보는데요. 님의 글에서는 좌파회사처럼 읽히지요? 또 스스로 진보라고도 좌파라고 생각하는지 않을지도 모르는 윤구병과 직원들은 진보에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곤, 니네들 진보가 왜 그래, 좌파가 왜 이모양이야라고 혼내는 것은 뭐지요?
보리가 진보라서, 혹은 진보가 아닌데 진보인 척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보리가 노동조합을 공격할 때, 혹은 노동조합의 요구 사항을 피해갈 때 진보적인 가치를 들먹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회사는 그냥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회사한테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다만 '진보'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이 우리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님이 제 댓글에 단 댓글을 보니, 제가 이 글을 보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이야기를 퇴사직전에 지금 보리노조집행부와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채 끝난 것 같네요.
사전에 아무런 양해 없이 그 일들을 이렇게 글로 알려버린 것에 대한 사과는 잘 받았습니다. 재계약 거부 건이야말로 보리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리기 힘든 사건이라는 점은 저도 수긍합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이 글을 보며 느낀 불쾌한 기분이 들었던 첫 번째 이유는 무화과님의 글에서 제가 당시 했던 선택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무화과님의 이 글 또한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재계약거부사태의 당사자로서, 제가 그 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받아들인 계약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만족합니다. 물론 더 좋은 안이 있었다면 그것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런데 회사가 제시한 방법 그 이상의 좋은 방법을 저도, 노조도 제시해지 못했습니다. 아, 회사와 끝까지 싸워서 제가 정규직이 되었다면 훨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었겠죠. 하지만 그 일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안 될 것이 뻔한 싸움을 제가 제 모든 것을 걸고 해야만 했을까요? 그 선택은 명백히 제 몫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저는, 퇴사를 앞둔 저에게 보리정규직 직원이 왜 이런 계약서에 싸인했냐고 제게 반문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면전에서는 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어물어물 넘어갔던 거 같네요. 약간의 수치심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직원은 그 당시 저의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물어봤겠죠. 하지만 저는 그 말에 상처를 받았고,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님이 올린 글을 보며 저는 비슷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보리 직원이면서 보리 직원이 아닌 그 애매한 형태의 계약을 저는 제 의지로 했고, 지켰습니다. 최종 결과가 퇴사이든 뭐였든 말입니다. 지금에 와서 그때 이러저러했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거야 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저는 회사의 치졸한 수작질보다 더 불쾌합니다. 그럼 그때 제가 했던 선택은 무엇입니까. 그런 말도 안되는 계약서에 사인하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저는,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존엄도, 양심도 없이, 고작 연봉 1500만원에 영혼을 판 것입니까.
님께서 보리 이야기를 쓰는 목적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님의 글에는 목적이 분명히 있겠지요. 그게 노동자로서의 한풀이든, 정의를 알리기 위한 거든, 뭐든 말입니다. 그런 어떤 목적들을 위해서라면,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제 선택은 이렇게 함부로 이야기해도 되는 것입니까? 님은 이 글에서 저를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 회사를 비난하려고 했겠지만, 이 글을 읽은 저는 제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비난당한 기분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제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제게 사과를 하시려거든 그 점을 사과해주세요. 지금에 와서 볼 사람 다 보고, 댓글 달사람 다 단 이 글을 내리는 것보다 그 사과가 제게는 더 와 닿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무화과님의 글이 지금 보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저는 이미 보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니 그냥 내가 지금 보리 직원이라면 그렇겠다고 미루어 짐작할 따름일 뿐입니다.
님의 글을 보고 있으면 보리출판사는 겉으로만 진보적인 척하는 사장이 복지와 급여로 직원들의 생계를 쥐고 흔들면서 직원들의 인격과 영혼을 말살하는 생지옥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지금 보리에 남아있는 다른 직원들은 영혼을 팔고, 양심을 팔며 오직 생계를 지키려고 견디고 있다는 말입니까? 적어도 저는 무화과님의 글을 보며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스스로 한 계약을 지키려고 저는 1년여를 더 일했는데, 그럼 저는 1년동안 제 영혼과 양심을 고작 연봉 1500만원에 팔았던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 기분은 지금 보리에 다니고 있는 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지금 회사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 듣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보리에서 일어난 일들을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해서, 지금 보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양심의 가치를 그렇게 헐값으로 매도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무화과님의 글 때문에 지금 보리에 다니고 있는 우리 전 직장동료들이 느끼고 있을 자괴감과 불쾌함, 스트레스 그 모든 것들에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하시겠습니까?
세상에는 불의와 싸워 이기려는 사람,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 그냥 구경하는 사람, 그리고 그저 자기 앞에 주어진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도덕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불의와 싸워 이겨야한다’가 정답이겠지요. 하지만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모든 다양한 삶의 방식이 하나하나 다 존중되어야죠. 적어도 불의와 싸우고자 하는 이들이 다른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비난하고 배척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리에서 일한 뒤 저는 그 어떤 훌륭한 신의 직장일지라도 결코 노동자의 지상낙원은 아닐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노동자 연대 운운 하는 곳들은 더 피하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저는 보리가 나름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일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적어도 저는 보리출판사 정규직의 많은 복지 혜택들을 단 한번도 누려보지 못해서 이런 마음을 갖고 있나봅니다. 다른 정규직 직원들이 너는 그렇게 당하고벨도 없니? 이런 생각을 할까봐 당시에는 감히 말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말할 수 있네요.
그때 하지 못했던 많은 말들을 이제야 했습니다. 무화과님도, 그리고 지금 보리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의 전 직장동료인 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길 바랄뿐입니다. 무화과님의 양심과 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님의 양심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양심도 소중하니까요.
이제와서 글을 지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누가 봐도 제 일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서명만이라도 지워주신다면 그 또한 배려라 생각하겠습니다.
부서가 드러나는 표현은 다 지우거나 바꿨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 더 지웠습니다. 이 문제까지만 제가 하고 임기를 넘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거 같아서요.
저는 당시 노조가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노조가 큰 잘못이 있다면 저도 대의원이었으니 책임이 크겠죠. 그리고 옥구리님의 판단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우리 모두는 힘이 없었고, 옥구리님 말대로 우리가 무언가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싸워서 정규직이 되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는 투쟁인데 제가 나서라 마라 할 수도 없지요. 롬롬도 옥구리님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보리 노조가 가진 힘으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쉽고 스스로 반성하는 점은 있습니다. 모든 분회원들과 함께 싸우자고 했는데, 결정이 되는 과정에서 분회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지를 보내준 바깥 분들한테도요. 이건 저를 포함해서 당시 노조 집행부가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옥구리님의 당시 판단과 행동을 비난한 것으로 읽혔다면 거듭 사과드립니다.
보리를 다니고 있는 직원들에게 제 글이 폭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보리에 다니는 직원들 가운데는 제 글을 반기는 사람도 있을테고, 제 글이 싫은 사람도 있을테고, 관심 없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모두에게 좋은 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 그런 글이 있다고 해도 저는 그런 글을 쓸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누구의 편인지 명확히 알고 있고, 그걸 늘 밝히면서 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글이 불편한 분들도 여럿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불편함을 주는 것 자체가 폭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으니, 그리고 저도 정리를 좀 해야 이 이야기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무화과님.
저 안지혜예요. 무화과님이 보리 입사하시고 며칠 뒤 퇴사한 사람이요.^^;
그래도 지나가다 몇 번 뵌 적이 있으니, 기억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어찌어찌 저도 요즘 무화과님 글을 알게 되고, 관심 갖고 읽고 있어요.
글을 읽으면서 잊혔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제가 여기 글을 남기는 이유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요.
고맙습니다...
뭐라고 마음을 표현해야 모르겠는데...
처음에 제가 사표를 냈던 때요. 그때는 거의 모든 편집자들이 윤구병이 사장으로 들어오는 것에 반대해서 한꺼번에 우르르 그만두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요,
그때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 괜히 조금 미웠어요.
창피하네요.^^;;;
큰 미움은 아니지만,
약간 '이 드럽고 치졸한 회사에서 얼마나 잘되나 봐라!망해라 보리!'
뭐 이런 마음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보리가 너무 좋아서, 그동안 보리에서 만들었던 책과
정신과 보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서요.
윤구병만 망했으면 좋겠지, 그래도 보리는 지켜지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외부에다 그 속사정을 알리고 말하는 것을 스스로 조심스러워한 면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고, 이율배반적인 생각이지요.
그 뒤 한동안,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보리에서 겪은 일들을 미치게 떠들어댔어요.
그리고 그렇게 그만 둔 것에 대해
잘했다, 잘못했다...스스로 칭찬과 자책을 오락가락 계속했지요.
보리에서 같이 나온 사람들을 만나서도
서로 위로와 자책을 같이, 계속계속 했어요.
간신히, 그 기억들에서 자유로워려던 때에 한 생각은.
최대한 행복해지자!
그게 내가 할 수있는 윤구병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내 상사였고, 남아서 윤구병의 개 노릇을 충실히 하는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도
내가 행복해지는게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했어요.
나온 우리끼리 신 나게 사이좋게 잘살아야지! 다짐했어요.
그러다가 무화과님 소식을 들었고, 글을 읽었어요.
몹시 부끄럽고 괴로웠습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지,
보리에 남아있는 노동자들, 앞으로도 보리에서 일할 노동자들도
똑같은 일을 당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거든요.
구조의 문제였는데, 그 구조를 깨려는 노력을 저는 적당히,
내가 만족할 만큼만 했던 것 같아요.
그때 회사를 그만두더라고 더 싸웠더라면,
최소한 지금 남아있는 노동자들이 그런 고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너무 미안해요.
저는 보리가 좋은 회사로 살아나길 바래요.
좋은 책을 만들었던 역사가 있고요.
그 책을 원하는 독자들이 있고요,
좋은 책을 만들려는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있으니까요.
그 역사를 끊지 않고, 이어가는 게
역사 앞에서 낭비하지 않고, 선이 이기는 길이라 생각해요.
보리가 좋은 회사로 남는거...
제 생각에는 윤구병 사장과 그 측근들이 떠나주면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그러면 독자의 믿음과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보리는 계속 살아날 수 있겠지만요.
그게 쉽지는 않겠죠.
쉽지 않아도, 오해받아도
이렇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런 노력을 무화과님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과 정성이
저는 고맙네요.
고맙긴요 뭘^^
자책하지 마세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 여러 번 했어요. 선배들이 더 싸웠다면? 아니면 내가 더 싸웠다면? 그럼 지금 보리 모습이 달라졌을까? 알 수 없죠. 싸우다 그야말로 모두 다 쫓겨났을 수도 있고, 아님 정말 힘을 모아 잘 싸워서 윤구병 사장이 나갔을 수도 있고...
그래도 선배들이 조용히 나가지 않아서, 많은 기록들을 남겨둬서 저희가 노조를 만들고 할 수 있었어요. 저의 실패도 지금 다니는 사람들에게 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죠ㅠㅠ
저보다 보리에 대한 애정이 훨씬 강해서 그만큼 상처도 크셨을텐데, 나쁜 기억들을 끄집어 내는 이야기들일텐데... 이렇게 글까지 달아주시고ㅎㅎ
모멸감이다.... 윤구병, 보리, 변산공동체를 개인적으로 안다. 그 사람과 공간에서 가장 크게 일어나는 일은 나와 타자가 철저히 나뉘어져 있고, 타자는 모멸감을 느낀다는 거. 이게 가장 큰 문제다. '나'인 사람들(윤구병과 측근들)은 항상 오해라고 말한다. 어떨 때 보면 정말 '오해'일수도 있겠다 싶다. 실제 오해인 경우도 있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와 타자로 편가르기하는 판이(남한 사회 전체, 아니 세상 전체가 그런 판인지도 모르지만) 있는 한, 모멸감은 지속될 것.... 방법은.... 참...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