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

2008/10/22 09:55

간밤의 술기운이 새벽공기처럼 아스란히 남아있어 온천물처럼 갈증이 솟구치고는 된장찌개 한사발에 밥과 무채김치 갓김치 배추김치 김치볶음을 후딱 먹어치웠다. 풍성한 채식의 식단이여! 이로써 나의 진보적인 식생활은 어머니의 가사노동력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나는 그 잘난 입으로 육식이 얼마나 수많은 관계를 파괴하는지 역설한다 돼지고기 삼겹살 냄새는 안나더라도 얼마나 역겨운 입냄새가 나의 말에서 풍겼을까? 뚝딱 해치운 아침 설거지를 뒤로 하고 슬슬 사무실로 출근해서 또 나의 진보적인 평화운동을 해볼까 하다가 돈 한푼 안보태고 밥얻어먹는 비루한 인생이 부끄러워 청소좀 해주고 나가달라는 엄마의 부탁이 생각나 두 팔 걷고 걸레를 들었다 여름 내 쌓여 있던 먼지들은 장판속까지 파고 들어 온 힘을 다해 걸레질을 빡빡 해보아도 때가 묻어나온다 하물며, 29년간 쌓여온 지져분한 것들이야 빡빡 닦아도 끝내 결벽해지지 못하는 바닥처럼 쉽게 내뱉은 말들과 휘갈려 쓴 글들로 이루어진 내 삐까번쩍거리는 양심들도 저 속에 찌든 때는 끝내 벗겨내지 못할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도 어쩌냐 매일 매일 걸레질하듯이 이나마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땀 뻘뻘 흘리며 닦아야 할것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