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루시드폴 4집)중에서
이 노래 가사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나는 용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윤석이 용산을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를 들으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쫓겨나 골리앗에 올랐을 철거민들을 떠올렸고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을 들으면서
그렇게 올라간 용산 남일당 옥상 망루에서 죽어간 다섯 분이 떠올랐다.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이라는 가사는 그래서 지독한 반어법으로 들린다.
세상에 불에 타 죽은, 그것도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아들이 지른 불에 타 죽은 사람이
어떻게 평범하게 죽은 것일 수 있단 말인가.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일평생 남들보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이 평범하게 살아갈 사람들이 맞이한
평범하지 않은 죽음에 대한 지독한 반어법이다.
아직 한 참 듣고 있는 중이지만
루시드 폴은 점점 약한 존재들에게 끌리는 것 같다.
뭐 나로서는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로
세상의 슬픔, 분노를 노래하는 가수가 있다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