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 하늘

2008/10/18 14:23

한숨처럼 새어나온 안개같은 것이 도시를 뒤덮었다. 아무리봐도 그것은 안개는 아니었다. 안개는 촉촉하고 포근하지만 그것은 퍽퍽하고 답답했다. 한숨보다 짙은 어떤 짜증같은 것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벌써 며칠 째 이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해는 힘을 잃고 한 점 하늘도 물들이지 못한채 빨갛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강건너 희미하게 보이는 국회의사당의 둥근지붕만이 서럽게 떨어지는 해를 보듬고 있었다. 저 눈부신 태양을 두 눈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아마도 50년쯤 후에야 이런 일기를 쓸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쯤이면 이처럼 흐릿한 시계가 안개때문인지, 내 눈의 노안때문인지, 다른 어떤 것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2008년의 서울을 살고 있는 것은 나 혼자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시간만 2008년에 멈춘채 세상은 훌쩍 흘러서 사실은 지금이 2050년인지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의 시간만 2008년에서 머물러 있다가 이제 정신이 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우울한 대기와 삭막한 도시가 이해가 된다. 내가 살던 시절의 가을 하늘은 도대체 너무도 아름다워서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노래했지 않았던가 강물은 여전히 29살의 내 얼굴을 비춰주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중년의 남성이 강물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경일지도 29살 그 시절 나의 친구들은 이 세상에서는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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