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세상'이 내 몸과 마음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신기하게 큰 미련없이, 서러움 없이 그렇게 빠져나가고 있다.
전쟁없는세상 소식지에 나의 이름이 없는것이 낯설지 않다.
평화캠프 준비를 같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렸던 홈페이지는 이제 며칠에 한 번 들어가볼 뿐이다.
물론 내 병역거부에서 전쟁없는세상이 차지한 비중은 생각보다 더 컸다.
생각보다 큰 그 편차에 깜짝 놀란다.
이제 더이상 나를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병역거부자라고 소개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드물었다.
병역거부운동과 멀어지면서 병역거부자체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물어볼 수 있게 되었다.
전쟁없는세상이 지워지고, 병역거부운동이 비워지고,
마지막으로 내게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
오로지 나 자신을 들여다 봤을 때, 병역거부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과연 무엇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