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싹뚝 잘랐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 시원한 느낌이 든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잡생각들과 풀리지 않을 고민들이 머리카락과 함께
텀벙 비워진 느낌이다. 바람이 상쾌하다.
근데 이거 아주 잠깐 동안의 착각이라는 거 잘 안다. 머리잘라서 해결할 문제따위, 세상에 없다.
수원구치소 독방에 있을 때, 삭발에 가깝게(3부) 머리를 밀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굉장히 홀가분했었다. 그 기분에 취해 차곡 차곡 모아두었던
인권오름과 전쟁없는세상 수감자우편물 한겨레21을 버렸다.
어차피 쌓아두었다가 이감갈 때 버리게 될 것들인데, 사소한 미련이 남아서 못버리던 것들이다.
섭섭하기도 했지만 시원했다.
머리가 짧아지니 인상이 밝아져 보이나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어려보인다는 이야기야 뭐 이제는 아무런 감동도 자아내지 못하지만
두상이 이쁘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괜시리 기분이 으쓱 해진다.
머리 짧게 자르기 잘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