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신도림역
소요산행 열차가 플랫폼에 멈춰선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 나오는 사람들, 사람들
근엄한 듯 지친 표정으로
한조각 웃음기도 없이 다정한 눈맞춤도 없이
우두두두두, 다다다다다, 또각또각
저마다 발자국 소리만이 지하철역을 외롭게 떠돈다
죽음을 직감하며 출병하는 군대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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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된 것은 출근지하철을 타고 나서부터였다.
전쟁없는세상 활동할 때는 출근시간대에 지하철을 탈 일이 없어서 몰랐었다.
이토록 삭막하고 황량하고, 그러면서도 정신없이 빡빡한 풍경을
이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 말도 없이 눈인사도 없이
오로지 발자국 소리만이 이들의 아침인사인 마냥 사방을 울린다.
이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리지 않고자 싱긋 웃어보기도 하지만 혼자 미친사람 같다.
내 어릴적 뛰놀던 골목과 소꿉친구들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도시도 분명 '서울'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지하철역의 무미건조한 발자국 인사로만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