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래를 잘 부르면 그냥 내가 공연을 해버릴텐데
내가 그림을 잘 그리면 그냥 내가 선전물 만들어버릴텐데
내가 운전을 할 줄 알면 그냥 내가 차 몰면 되는데
내가 법 공부를 했으면 나 혼자 뚝딱 교섭안 만들면 되는데
정말 내가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한들
그렇게 하는 게 무슨 소용 있을까
그럴 수 있는 거라면 애시당초 노동조합이 필요가 없지
뛰어난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일테니.
한마디에 힘 빠지고, 한마디에 힘 나기도 하고.
이런 거 하기 싫었는데.
430 메이데이 전날 우리 학교는 몇명이나 참여할까 걱정돼
마음졸이며 뜬눈으로 밤 지새우던 단대 학생회장 하던 때,
그 때 이후로 이런 거 정말 다시는 안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어쩌나, 회사에 노조는 꼭 있어야 겠고,
아무도 안 한다니 덜컥 하게 되어버렸는데.
역시나 재미없다.
한마디에 힘 빠지는 것도, 한마디에 힘 나는 것도 다 별로다.
한마디 한마디에 이리 저리 기분이 흔들리고 싶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