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산을 사이에 두고 초록물이 흐른다.
산에서 하늘에서 나무잎에서 뽑아온 쪽빛의 강물이
하얀 모래를 머금고 흐르다가 굽이쳐 흐르다가
지친몸 잠시 쉬어가는 굽이에서 저들끼리 놀으라며 살며시 놓고 간다.
섬진강에 목숨줄기 닿아있는 뭇 생명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한 생명들의 세월이 흘러간다. 생명이 흘러간다.
덩달아 감옥에 갇혀있는 가엾은 내영혼도 흘러간다.
내 청춘이 흘러간다.
쑥국
고단한 몸에 봄을 붙는다.
한숟가락 가득히
진하고 은은한 향내음이
온 몸 가득히 봄기운을 채운다
봄 비
하늘에서 봄이 내린다.
따뜻한 물방울이 땅으로 내려온다.
총...총...총...
물방울은 부딪혀 사방으로 튀어간다.
봄이 사방으로 흩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