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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 평가서(4)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 평가서(4)

 

5. 교훈과 전망 :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과 나아가야 할 방향

 재능교육 투쟁의 발단, 전개과정과 그 결과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본에 비추어 바라보면 그렇게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따라서 이 투쟁에 대한 태도와 입장정리, 그에 따른 실천과 행동 역시 전혀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재능교육 투쟁(은 물론 근래 벌어진 대부분의 노동조합 투쟁)의 이면에 민주노조운동의 후퇴를 자양분 삼아 자라난 어용관료 집단의 이해관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어용관료 집단은 노동자투쟁의 전진과 승리를 위해 투쟁하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이들은 오히려 투쟁을 ‘관리’하면서 권력과 자본의 거간꾼 역할을 하고, 노동조합에서 자기 지분을 챙기는데 열중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이들은 노동자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대신 노동자투쟁을 자신들의 통제권 안에 가두어 두기 위한 술수에 민감하고, 요구사항 쟁취를 위해 투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협박하고 나아가 고립시키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재능교육 투쟁이 워낙 오랜 시간동안 이어졌기 때문에 어용관료 집단의 민낯이 가감 없이 그리고 여러 차례 명확하게 드러났는데,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재능교육 투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더 이상 노동조합 상층관료 집단에 대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투쟁의 교훈이 도출된다. 투쟁사업장은 물론 노동자들 모두 이들과 철저히 단절할 때만이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온전하게 지킬 가능성이 비로소 열린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재능교육 투쟁 돌입부터 바로 이 지점을 놓치지 않고 오로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본을 견지하며 자본의 착취와 억압에 맞서 싸워 작은 승리를 쟁취한 것, 바로 이것이 현 시기 노동자계급에게 웅변하는 단 하나의 교훈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또, 재능교육 투쟁 역시 근래에 진행된 모든 투쟁들이 예외 없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 즉 그 시작부터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본, 이를 공고하게 만드는 관료적 조직질서, 이러한 토양 위에 기생하는 어용관료 집단의 이해관계와 더불어 정치조직의 타락과 무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투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재능교육 투쟁에 연루된 정치조직들 또한 오래 이어진 투쟁기간 동안 확실하게 그 본질을 드러냈다. 특히 종탑‘농성’이 시작된 이후의 모습이 그러했다. 종탑어용세력의 용납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가지고 개입한 정치조직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오히려 침묵하거나 외면했던 조직이 더 많았고, 나아가 종탑어용세력과 함께한 정치조직까지 있었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 역시 노동자 투쟁이 쇠퇴한 결과이다. 계급적 원칙을 견지하며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앞장서 투쟁하는 정치조직들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신 자신들의 조직성원이 있는 사업장 ‘권력’의 향배에나 목을 매고, 정치적 동질성과 무관하게 몸집불리기에 연연하는 사이비들이 판을 친다. 계급적 대의,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본이 아니라 어떤 입장과 선택이 자기 조직에 더 유리한가가 가장 중요한 행동기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지 재능교육 투쟁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어용관료집단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힘’과 수단, 기회주의 세력보다 못한 전술운용, 게다가 ‘고립’을 불사하는 용기와 강단마저 없는 이름만 거창한 사회주의 정치조직들은 근래 벌어진 굵직한 투쟁에서 전위는커녕 언제나 꽁무니였다.

 

 다음으로 노동조합 주변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는 기회주의 세력들의 영향력으로부터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분리해내야 한다. 기회주의 세력들은 그럴듯한 언변과 교묘한 외피로 ‘무장’한 채 투쟁하는 노동자들 주위에 포진해 있는데, 일견 노골적인 노사협조주의 세력이나 어용관료 집단과 달리 보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과 실천적 귀결점은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기회주의 세력은 결정적인 시기에 노사협조주의 세력, 투쟁회피 세력의 방패막이가 되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현혹함으로써 노동자투쟁의 전진을 가로막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해오고 있다.

 재능교육 투쟁에서도 이들 기회주의 세력 가운데 일부는 종탑‘농성’을 기획하는데 한 몫 했고, 이들과 또 다른 자들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종탑어용세력을 엄호하며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주의 세력에게 속지 않는 투쟁, 이들을 넘어서는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재능교육 투쟁은 자본가계급과 제대로 한 판 싸우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기생하고 있는 적들, 어용관료 집단, 사이비 정치조직, 기회주의 세력과 철저하게 단절해야한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줬다. 이들에 대해 더 이상 미련과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되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분명하게 보여줬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찰과 상상,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정치적・조직적 결집이다. 이를 바탕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뒤따를 것이다. 그래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결연한 의지와 용기, 강단으로 지금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죽 쑤어 개한테 줄 수는 없지 않은가? 동지들!!

 

2016. 4. 11.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투쟁승리를 위한 지원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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