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http://blog.jinbo.net/taiji0920/미드나잇 블루는 산왕의 색이다(#191970) 하란은 아카드어로 교차로. 좋아하는 거 적는 블로그2023-06-15T02:48:22+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2020/04/15뎡야핑http://blog.jinbo.net/taiji0920/31282020-04-15T14:26:36+09:002020-04-15T08:53:26+09:00이십년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도돌이표로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내가 아는 모든 남자가 성폭행범이더라도 유이하게 절대 아닐 사람이었는데 왜 그랬을까<br>
잘못의 시효는 언제까지지 언제까지 배척했어야 하는 거지? 영원히라는 형벌은 너무 가혹했을까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br>
내가 읽고 싶은 모든 책을 다 읽은 사람. 군대 다녀온지 얼마 안 된 남자선배들이 추억담 늘어놓을 때 군대의 해악에 대해 처음으로 말해 준 남자선배. 순정만화를 읽고 강경옥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남자는 처음 봤었다. 순정만화를 소년만화보다 높게 평가하는 남자도 처음이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때 영풍문고 앞에서 마주치자 뿌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데 그런 뿌듯한 표정을 본 건 처음이었다. 후배들을 후배라기보다 각 인간으로 대해 왔기 때문에 그런 아랫사람한테나 지어보일 표정을 본 게 생소했다. 다른 학교로 대학원 간 후라 추억 돋았나. 이미 문제제기 이후라서 내가 똥씹은 표정이었을 그 상황이 두고두고 떠올랐다. 괴롭다기보다 그냥 영풍문고 앞을 지날 때마다 그냥 그 상황이 떠올랐다<br>
성추행범들의 개개별 사정 따위 알 필요도 없고 아무 중요성이 없지만, 이 사람만은 지금도 궁금한 것이다. 왜? 그니까 이 사람이 대체 왜? 물어볼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묻고 싶다.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냐고. 그때는 너무 싫어서 말도 섞지 않고 가까운 친구들도 못 만나게 하고 그랬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려 해도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고 폭력적인 건 더더욱 아니고 남성문화에 무비판적으로 젖어있는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이 왜. 세상을 등져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무도 답해줄 수 없는데 가끔씩 생각나는 것이다 너무나 알 수 없어서. 논리도 성립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다. 그런 게 하고 싶은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모르니까 영원한 난제야 뭐야 이 생각만 하면 생각이 붙들려서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겠다. 해결하고 싶다. 궁금증을 풀고 싶다. 나랑 제일 가까운 애들이랑 친하면서도 나하고만은 서로 무관심했는데 결국 죽음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궁금해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당시 함께 겪은 사람들이랑은 제대로 얘길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해야 할까? 얘길 꺼내면 상처만 후벼파고.. 그냥 전문가 상담? 뭐 이런 거 받아보고 싶음 영원히 언제까지 궁금하냐고..<br>
사건 전까지 나랑은 정말 데면데면 했고 그래서 좋아한 것도 싫어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사람 나이를 한참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이 읽었던 책을 내가 다 못 읽었다고.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이 읽을 수 없었던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살아있었으면 물론 다 읽었겠지만 살아있질 않으니 다 놓치지 않았냐고. 원망도 한탄도 안타까움도 아니고 이건 뭘까 나름 책이란 매체를 좋아하는 만큼 어느 정도 선망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책과 관련해서 가끔 떠오르곤 하는데 그냥 정리되지 않은 이 상태가 이렇게 계속될 줄 몰랐다. 어느 순간 20대의 그를 추월하는 순간이 오긴 할까? 그런 잡다한 생각들이 끊임 없이 드는 것이다.<div class="scp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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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렇게 적고나니 뭘 참을 수 없이 적고 싶었는지 까먹었다. 어이가 없네..ㅎ 이른 저녁에 반주를 하고, 조금 취한 상태로 혼자 술 한 잔 더 마시면서, 아니 술 한 잔이라는 게 그거임 우유에 타먹는 베일리스 ㅇㅅㅇ 베일리스나 외국 맥주나 한국 양조장 맥주 아니면 혼자 술 안 마심 암튼 그 술을 마시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더 취해서 나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새벽 두 시 감성으로 이불킥할 짓거리를 하거나, 아무한테나 전화해서 개수작 떨거나. 뭐.. 만취했을 때의 나는 예상 반경 외의 행동을 하곤 해서 너무 이상하다. 그게 솔직한 나일 때도 있고, 전혀 생각도 못한 나일 때도 있고.</p>
<p>한때 내가 쓰는 모든 글은 한 명의 수신자를 전제하고 있었다. 너만 보면 된다고, 너만 읽으라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너만 읽으면 된다고. 그 한 명의 수신자를 잃자 더이상 글이 재미없어졌다는 평을 들은지도 십년이 되었다. 요즘은 글 쓰는 것보다 비디오 편집하는 게 재밌다. 처음 어색하게 편집을 해보자마자 편집이 적성에 맞는단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나의 수신자는 누구인가? 그걸 모르겠다.</p>
<p>어제 어떤 소설에 대해 간단평을 남긴 트윗에 마음이 찍혔다. 5달 전 트윗이다. 사람을 좋아할 때 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비참해지는, 그런 걸 잘 다룬 소설이라는.. 사실 그런 마음이 너무 사랑스럽지만, 그리고 그럴 순간조차 느끼는 행복함도 알지만 삶은 언제나 일방통행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여전히 비참하다. 이러면서도 글 다 쓰고 라텍스 장갑 끼고 오늘 온 소설책 확인할 거지만. 삶은 복잡하잖아. 그럴 수밖에. 이젠 물리적으로 물릴 수도 없는 복잡한 삶을 살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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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내가 당한 다른 범죄 피해보다도 왜 더 크게 충격받은 걸까 생각해보니 이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당한 피해는 특정 가해자들이 있다. 특정 가해자가 있는 것과 누가 가해자인지 알 수 없이 조온나게 많다는 건 차원이 다르다. 내가 속한 사회의 불특정 다수(그니까 촬영범과 소비범 모두)에게, 단지 내가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내가 똥싸고 오줌싸는 게 무차별적으로 포획된다는 게! 존나! 미친듯이 참을 수가 없다고! 난 그런 건 정말 아주 일부의 아주 예외적인, 그니까 그냥 세상에 미친놈 존많문이라는 정도로 아주 극소수일 줄 알았고 아무 화장실에나 쳐설치돼 있을 수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 ㅋㅋㅋㅋ</p>
<p>그리고 매우 장기간 피해를 입고 있는데 피해를 입고 있는 줄도 몰랐다는 거. 진짜 시체말로 씹소름이다. 저런 데에 어떻게 몰카를 설치해? 방심하고 있었는데 근데 그걸 해냅니다 줄여쓰면 큰일나는 한국남자들이..</p>
<p>지금 어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괴담처럼 유포되는 건 문제가 있다. 이런 괴담은 불안과 공포감을 확대할 뿐이다. 나는 여전히, 불법촬영 카메라가 내 생활 반경에 있을 거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제 가능한 한 공중화장실을 안 간다. 집에 가는 길이면 참는다. 못 참고 가야 되면 기분이 존나 더러운 똥오줌을 싼다. 술집 화장실도 너무 싫고.. 내가 몰카 탐지기를 사거나 몰카 전문가가 돼서 어디에 설치될 법한지 알아서 피해야 되나? 내가 왜? 내가 왜 그딴 생각만 해도 역겨운 걸 공부하고 최신 불법촬영 기술 업데이트되는 걸 팔로업해야 됨? 인구 절반이 왜 그러고 살아야 됨?</p>
<p>근데 염병첨병 최근에는 몰카 탐지기 펀딩이 올라왔는데, 가격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한테 제작자가 맨스플레인 시전하다가 금형 제작자라는 사람이 생산단가 공개하라고 멘션달았더니 프로젝트가 취소됨ㅋㅋㅋㅋ 시발 모야 남의 불안함으로 장사를 할 수는 있는데 사기는 치지 말아야지 시풜</p>
<p>나는 내가 속한 사회를, 이 사회의 대부분의 구성원을 신뢰했다고. 근데 그 신뢰가 무너졌다고. 오바육반거 알아도 시펄 신뢰가 무너졌는데 어쩌라고. 잘난척 하는 여자들이 똥오줌 싸는 거 보고 기운 차리자는 글이 공유되는데 ㅋㅋㅋㅋ 아 원문 갖다 놔야지</p>
<blockquote>
<p>"예쁘게 생긴 여자들이 화장실 문 닫고 속옷을 내려 배변하는 순간 그 더러운 본성에 미개한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X들이 널 무시한다고 상처받지마라. 무시받는 느낌에 기분이 나쁠 땐 화장실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고 그들의 원초적 미개함을 목격해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자에게 기눌릴 땐 '화장실 몰카'를 봐라' 글 중.)<br />
출처: <a href="http://m.mt.co.kr/newapp/view.html?no=2018052308303973371&googleamp">[빨간날]문 잠갔는데 뚫렸다… 여자 화장실 '구멍'의 진실</a></p>
</blockquote>
<p>근뎈ㅋㅋㅋㅋㅋ 원문 찾으려고 기억하는 단어들로 검색했더니 더 더러운 글 존나 많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빡쳐 ㅇㅅㅇ 암튼 내가 알기로 범죄피해자는 원래 자기가 당한 피해에 대해 딱 고 피해만큼의 공포심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님 자기도 이럴 필요 없다는 걸 암 그런데 그 공포심과 피해의식은 자기가 극복할 문제가 아님 사회가 변해야 사라질 거임 단지 과거의 측정불가능한 피해가 아니라 지금 현재도 또 앞으로도 기한도 모른 채 범죄 피해자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피해 회복과 신뢰 회복은 너무나 요원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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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이하이 노래 중에 한숨을 특히 좋아하는데 이 노래의 작사/작곡을 누가 했는지 종현 사망 기사를 읽고서야 알았다.</p>
<p>얼마전 실검 1위로 이하이가 올랐단 건 알았는데 영상 이제야 보네. 너무 슬프다. 현생에서 고통받은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사후세계가 있으면 좋겠다. 그조차도 바라지 않을까봐 걱정스럽지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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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아 뭔가 내가 경험한 것들은 굉장히 구체적인데, 구체적인 얘길 쓰긴 어려워서 말이 겁나 빙빙 도네</p>
<p> </p>
<p>사람들과 부딪힐 때, 그게 꼭 내가 잘못해서든 아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에서든, 아니면 심지어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내가 문제제기를 하든, 갈등 상황을 겪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할 때 자존감이 뚝 뚝 떨어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걸 나는 비교적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인식했을 때, 자존감이 떨어지니까 상대말이 곱게 들리지 않았다. 억지 쓰는 것 같고,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것 같고, 핀트가 어긋난 것 같았다. 내 흠을 잡는 것 같고, 나도 그 사람 흠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를 끊고 서로 안 보면 그만이다. 안 볼 수 있는 관계다. 그럼에도 이렇게 힘들게 얘기하는 건,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힘든 만큼 저 사람도 힘들다. 우리가 힘든 시간을 같이 겪으면서도 서로 이해하고 함께 해나가고 싶고 해나갈 수 있다는 신뢰가 있는 거다. 상대의 신뢰를 느꼈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도 일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다.</p>
<p> </p>
<p>그니까 얘기가 파국으로 끝나지 않고 좀더 발전의 여지를 가늠하고 기대하며 끝났는데도 자존감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깜짝 놀랐었다. 생각해보니 오히려 첨에 서로 욕하고 그냥 갈라섰다면 자존감은 쪼끔 떨어지고 금세 회복도 됐을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잘못한 게 없고(혹은 있긴 있는데 상대에 비하면 그렇게 크진 않고), 책임은 상대에게 있으니 나는 완전하다! 남만 욕하면 된다!</p>
<p> </p>
<p>또 그냥 잘못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심플하게 "미안해!"하기 쉽다. 이럴 땐 자존감이 1도 안 떨어진다. 혹은 진심을 담아서, 무거운 마음으로 "정말로 잘못했다"고 얘기할 때도 있다. 이럴 땐 다른 사람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나 같은 건 왜 살까 존나 무가치하다..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긴 하는데,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쳤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기 때문에 이것도 곧 회복된다.</p>
<p> </p>
<p>하지만 상대의 서사가 나의 서사와 다르고, 그래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거기까지의 맥락을 길게 얘기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는 내 생애 전체를 한 번 훑으며 나란 작자의 밑바닥을 포함해 싫은 점을 뒤돌아 봐야 되고, 또 나의 그런 게 싫은 건 싫은 거고 이건 이거라서 또 막 자꾸 합리화하고 싶고. 또 상대의 같은 작업도 다 들으면서 내 상황과 맞춰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런 건 자존감을 떨어뜨린다.</p>
<p> </p>
<p>첨에 넘 놀래서 애인에게 꼭 끌어안아달라고, 날 사랑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안김당하니깐 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 채워진다 나의 자존감.. 역시 나는 사랑받는 존재쟈나 하고 금방 회복됐었는데, 한번 자존감이 바닥을 치니깐 다음에 또 무슨 일 있을 때 자존감이 거기까지 쉽게 뚝 떨어지는 거였다. 그때도 깜짝 놀랐다. 자존감이란 건 누가 채워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맨첨에 형성이야 다른 사람들(특히 육아나 교육 담당자)에 의해 형성되겠지만, 그 유지는 사랑받는 것만으론 안 된다. 물론 적절한 남의 사랑도 꼭 필요하다. 그것만으론 안 될 뿐이다. 내가 스스로 나를 관찰하고, 채워줘야 된다. 대화도 하고 사랑도 해 주고... 물론 아직도 날 사랑한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p>
<p> </p>
<p>내가 한 일에 대한, 내가 해온 일에 대한 비판은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난 이게 너무 자명해서 누구나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부정당하면. 내가 그 일에 나를 얼마나 갈아넣었는가와 무관하게(아니면 정도를 좌우할 순 있다) 내 존재를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건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이해해달랄 순 없다. 다른 사람은 날 부정한 게 아니고 내 일을 부정한 건데, 내가 내 존재 부정으로 느껴지는 걸 이해해달랄 수 없다. 물론 이해해주면 좋지만, 그건 의무가 아니다, 본래의 쟁점에 대한 주의를 부스려뜨리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다뤄져서 좋을 것도 없다. 분리해야 할 것을 분리해서 생각해야할 것은 나지, 분리할 것을 뭉뗑이로 생각하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p>
<p> </p>
<p>물론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고 도닥이면 좋고, 또 관계에 대한 윤리라는 문제가 있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다른 사람이 신경써 주는 걸로 안 되는 게 있다. 내 자존감은 내가 채워야 된다. 그래야 상대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다. 내 얘기도 잘 할 수 있다. 상대 얘기를 잘라서 내 얘기에 끼워넣고 상대를 디스하는 것도 내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상대 얘기는 상대의 서사에서 파악해야 된다.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건 아주 건강한 상태다. 문제라는 게 합의조차 안 될 수도 있다. 뭐가 문젠지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고, 같은 문젠 거 같지만 서사가 달라서 공통분모를 만들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한, 그런 갈등 상태에선. 공통분모 만들기까지 진이 빠지고 자존감이 뚝 뚝 떨어진다. 포기하고 싶다.</p>
<p> </p>
<figure><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56" src="http://blog.jinbo.net/attach/292/1216016161.jpg" width="387" /> <figcaption>슬램덩크 명짤 "포기하면 편해"</figcaption></figure>
<p> </p>
<p>자존감 잘 채운다고 잘 해결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건 걍 기본이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할 때, 아니면 누구도 내게 위로가 되어줄 수 없을 때, 내가 나를 챙겨야 된다는 거다. 내가 건강한 게,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얘기하고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니까. 그냥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p>
<p> </p>
<p>나는 자존감 쩐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더, 내가 자존감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걱정이 되곤 한다. 아까 말했듯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도 자존감 채워줄 순 없기 때문에(물론 임시방편은 됨) 내가 나를 살펴보고, 말 걸어주고, 사랑해 줘야 된다. 아까도 말했듯 어떻게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자존감이 깊은 한편으로 자기혐오도 쩔기 또래.. 다만 가끔 우울할 때, 자존감 떨어질 때 혼자 물어본다. 내가 뒈지는 게 낫냐? 죽어 마땅하냐? ㅋㅋㅋㅋ 그래도 살아있는 게 쪼끔 나은 것 같아서, 존나 의미 있는 활동 더 해보고 싶쟈나.. 죽으면 끝인데. 근데 내가 이럴 수 있는 건, 어쨌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에도 남들보단 자기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죽는 게 낫냐?는 질문에 ㅇㅇ하는 사람은 이러면 안 됨 (개정색)</p>
<p> </p>
<p>아니면 상을 주거나. 좋아하는 걸 하도록 내가 나를 응원해 주는 거지. 밤에는 아이스크림 먹지 않게 자제하고 있는데, 아까도 아이스크림 한 덩이 허여했음< ㅋㅋㅋ 그리고 막 수다 떠는 걸로도 그냥 마음이 좀 해소되니깐, 그래서 자존감이 간접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방법은 더 고민해 봐야지 세상에 널리 이롭게 도움이 될 수 있게. 그나저나 이딴 거 쓰면서도 수다 떠는 기분이라서 자존감이 우뚝 섬 졸라 회복됨 ㅇㅅㅇ</p>
<p> </p>
<p>글구 뭔들 안 그러겠냐만은 자존감은 여유랑도 관계 있는 것 같다. 뭔들 여유가 있어야 하지만 왜죠...? 왜 한국사람들 세상에서 최고 바쁜 거죠? 여유로워야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나자신 챙겨주고 하죠. 여유... 여유는 안식년이라 팽팽 놀고나자빠진 나만 갖고 있는 거 아니냐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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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내가 수능을 볼 때 어땠던가. 막상 내 시험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좀 긴장하긴 했다. 그맘때 나는 긴장하면 똥이 마려운 습관이 있었는데 그때 똥이 마려웠던 기억이 난다. 시험을 망한 것도 아니고 잘본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 치던대로 나왔다. 그래서 실망스러웠다. 왠지 엄청 잘 봐서 실력보다 좋은 대학을 갈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인생에서 미끄러진 경험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은데 왜 그런지 항상 나는 운이 좋다고 여기고 있다. 점보러 (가족이) 가면 대운이라 그러고, 아무렇게나 뽑은 신년 운세엔 대길이라 적혀 있고. 어쩌면 내가 나 좋은 것만 기억하는 걸 지도 모르고.</p>
<p> </p>
<p>수능 어디서 쳤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리고 난 담대하게(?) 수능 쳤었는데, 다음해부터 수능 시즌이 너무 싫고 갈수록 더 싫다. 끔찍하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저딴 걸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게 숨막힌다. 다른 나라에서 삶의 희망을 본 일이 없지만 수능 생각하면 아무 나라나 다 여기보단 나은 것 같다. 더이상 시험을 치루지않아도 되는데 시험 보는 악몽을 수도 없이 꿨다. 악몽은 너무 구체적이라, 나는 항상 내가 고등학생인 줄 안다.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차라리 저승이 나을 것 같은 절망이 언제나 끌날라나. 남의 얘기하듯 이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매듭이 없을 이야기를 적어나가느라, 나름 하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시험에 들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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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어제 최양일님의 마쿠스의 산을 봤는데 뭔 내용인지 사건의 전모가 이해가 안 가고 특히 나도 동양인인 주제에 누가 누군지 동양인 얼굴 구분이 안 돼서ㅜㅜ 지대 짜증났다 빨리 원작소설을 읽어야지.. 하지만 스트레스가 계속 되고, 아무 생각 없이 스트레스를 잊으려면 결국은 또 야오이라... 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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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힘 하는 부분이 제일 예쁜데 쓸데없는 걸 붙여놔가지고 사진이 없어졌네 지가 붙임 지 이쁘다고</p>
<p> </p>
<p>혼자 있으면 별로인 것 같다.</p>
<p>요즘 잠을 잘 못 자서 너무너무 졸렸는데 나 자신이랑 대화 좀 해볼까 하고 뭐 좀 쓰다가 겁나 우울해져서 다시 도망나왔다. 우울함을 달래줄라고-_- 사진들을 봤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붙여준 스티커 사진도 찾았다. 사진 올려도 괜찮겠지 이젠 너도 아줌마가 됐겠지 애기도 있을라나. 살면서 폭풍 같은 미친 것 같은 사랑을 퍼부어준 처음 만나는 타인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이렇게 예쁜 소녀가 날 좋아했었다니 흐뭇해지고< 이 때의 맥락들이 떠오르면서. 이십년 가까운 시간을 넘어 지금의 나에게 위안을 줄 줄이야. 게다가 20년 가까이 스티커 사진집을 보관할 줄이야-ㅁ- 어떨 때는 이때의 감각이 생생한데 어떨 때는 아무 의미 없고. 요즘 이상하게 얘가 많이 생각난다. 길거리에서 마주칠까 눈을 크게 뜨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기도 한다. 혹시 만나면 서로 실망할라나.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할라나. 나의 뭐가 좋았던 건지 궁금하다. 그 때를 기점으로 나는 엄청 변했는데. 애를 낳았을지 애도 너처럼 예쁠지. 힘들어했던 문제들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어른이 됐는지. 마지막 통화했을 때 어른이 됐구나 생각하긴 했었는데. 좋았던 일들도 괴로웠던 일들도 대체로 단편적으로만 기억하는 편인데 얘하고 있었던 일들은 워낙 강렬해서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렇게 보고싶은가 너무 강렬한 기억이라서. 우리가 이성애자가 아니었다면 아니면 남자 여자로 만났다면 서로 구원하는 관계가 될 수 있었을까. 누구랑도 안 되는데 우리 둘이 될리가 없지 아 똥같은 소리 그만하고 잠을 자야 내일 일을 하지 ㅜㅜㅜㅜㅜㅜㅜㅜ 야근해야 되는데 -ㅅ-</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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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돌아오기 삼일 전인 월요일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오기 전에 아빠가 너 없는 동안 할머니 돌아가실 거라고 찾아뵙고 가라고 했다. 많이 약해지셨지만 내가 찾아뵀을 때는 나도 알아보시고 우리 시어머니 안부도 물으시는 등 생각만큼 심각하게 안 좋지 않으셔서 아빠가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행기를 당겨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어서 일정대로 나왔다. 멀리서 집중이 다른 데 쏠려서 그런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다른 손주들 회사에서도 다녀간다는 얘기를 듣고 진보넷에도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 우리 규정상 조모상도 챙기는지 기억이 안 나서 바리한테 물어봤다. 고맙게도 말한 당일에 네 명이 다녀갔단다. 인천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사람들이 메세지를 주고받는 걸 보니 약간은 실감이 났다.</p>
<p> </p>
<p>가까운 이들의 노병사를 겪을 때마다 인간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왜 살아서 왜 살아가는 건지 정말로 더 모르겠다. 할머니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육이오를 겪고 어린 자식을 잃고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식들 우애 좋기로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가 같이 살게 된 자식 며느리랑 파국을 맞고 말년을 상상도 못해봤을 도시 속 무능한/쓸모 없는 인간으로 보내고 일정 때 일본 선생이 추켜세웠다던 그 총명함 다 사라지고 사지육신 늙어 병들고 뼈에 금이 갔는데도 아픈 줄 모르고 끙끙 앓다가 늙은 몸 회복되지 않고 끝내 죽어버린. 할머니라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나마 그를 기억하던 인간들이 사라진 뒤에 의미는 커녕 존재 자체도 알 수 없을... 왜 태어나서 왜 그런 고통을 겪고 왜 죽어야 하는지 </p>
<p> </p>
<p>역시 이런 글을 쓰니까 너무 슬프다. 한국에 돌아가서 생각해야지. 금요일 삼오제에 참석하기로 했다.</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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