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 피아노 태그 글 목록http://blog.jinbo.net/taiji0920/미드나잇 블루는 산왕의 색이다(#191970) 하란은 아카드어로 교차로. 좋아하는 거 적는 블로그2023-04-02T09:25:28+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히사이시 조 하나비 OST + 피아노 얘기;뎡야핑http://blog.jinbo.net/taiji0920/30892019-05-12T14:40:10+09:002019-05-12T14:40:10+09:00<p>『하나비』 처음 본 뒤로 인생 헛살았다. 오스트 다운 안 받고 여태 뭐한 거야?? 십년 넘게?? 글구 몇 년 전에 뒤늦게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보고나서도 뭐한 거냐고... 왜 오스트 다운 안 받았냐고ㅠㅠㅠㅠ 이제라도 받으면 됨<</p>
<p>히사이시 조 뭐야 왜 이렇게 아름다워 미촸냐고 돌아버리겠으무ㅜ 으악 기타노 다케시 님 영화 음악 겁나 많이 하셨네 왜 나만 몰랐어ㅠㅠㅠㅠ</p>
<p><iframe allow="accelerometer; autoplay;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plwNHYvyWA4" width="560"></iframe></p>
<p>히사이시님이 피아노 연주하는 게 유튜브에 있다.. 너무 아름다워서 돌아버려... 검색하니까 피아노 악보 쉽게 다운받을 수 있던데 <a href="/attach/292/3175917349.pdf">[Hana-bi_piano_score.pdf (96.31 KB) 다운받기]</a></p>
<p>ㅋㅋㅋㅋ ㅠㅠㅠ 처음에 악보 봤을 때는 악보 받아적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맘대로 음역대를 바꿨댜?? 하고 오리지널 찾아봤는데 다른 버전이 없어서 다시 보니 오른손도 낮은 자리에서 시작하는 걸 높은 자리로 내가 착각했던 것... 게다가 언제 얻은 건지 모를 '도'가 '레'로 들리는 지병 때문에 더더욱 ㅠㅠㅠㅠ</p>
<p>어제는 이거 듣는데 레로 시작하는데 레가 역시 미로 들려서ㅠㅠㅠㅠ 계이름 자꾸 틀리게 외우는데 뇌가 빻은 건지 귀가 빻은 건지 인지부조화 와서 미촤 버릴 것 같아서 ㅠㅠㅠㅠ 게다가 다른 노래 들을 때도 맨날 틀리게 계이름 흥얼대고 있을 거 아냐;; 그래서 당분간은 노래를 듣지 말아야겠구나...ㅠㅠ 하루에 피아노 1시간 친다고 계산해서 100시간 총 100일 정도는 음악을 아예 듣질 말아야지(노래방 제외<) 다짐했는데</p>
<p>일단 금요일 저녁에 꽂혀서 악보를 구했어도 프린트하질 못 해서, 월요일까지 기다려서 프린트해서 칠 계획이었지만 너무 치고 싶어서 그냥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연습했다. 그래서 연습을 조금 하고 다시 넘 듣고 싶어서;; 어제의 다짐이 무색하게 걍 들었는데;;; 레가 레로 들리는 거였다...!!! 머박 그래서 신나게 듣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다시 레를 미로... 도돌이표ㅠㅠ 그래 이 피아노곡만 듣고 연습하고 그래가지구 교정해야지</p>
<p>얼마 전까지는 피아노 치기 전에 도레미송부터 치면서 도 소리를 다시 잡게 교정해 보려고 했는데 도레미송 지겨워...;;; 그래서 안 치고 있는데 다시 칠까 하아ㅠ</p>
<p>어른이 되고 피아노를 치니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너무 좋다 하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 나오면 앞에 치던 거 완성 안 됐어도 그냥 해 버렷... 그리고 막 사실은 효율적으로 치려면 오른손부터 연습하고 그 다음에 왼손 연습하고 그리고 잘 안 되는 특정 구간 반복하고 그런 게 있는데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버렷.. 틀리든 느리든 양손 다 쳐버렷... ㅋㅋㅋㅋ 아니 그렇게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잖아 진짜 누가 뭐라고 하는 거 제일 듣기 싫어;;;; 그러다가 다시 필요하면 오른손만 하고 반복도 하고 그러는데, 암튼 그걸 그냥 내 맴대로 하니까 넘 좋쟈나 어린 시절에 혹독한(?) 혹독한 게 아니고 넘 싫은데 다 해내길 잘 했다 어린 나여 고맙도다...</p>
<p>저번에 썼던 것도 같은데 순수 예술에 대한 파시스트적인 취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음악만큼은 정말 클래식 존나 안 좋아하는뎈ㅋㅋㅋㅋㅋ 그 이유가 아마도 초딩 때 피아노 학원에서 노잼 클래식 치느라 넘 힘들었어서.. 노잼 견딜 수 없어ㅠㅠ 근데 견뎌냈어...!! 그래서 결국 못 견디고 관뒀지만< 여튼 그때 클래식 넘 싫어해서 음악만큼은 더 예술적인지 어쩐 건지 노관심 노상관 내 귀에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소신이 존나 강해서 진짜 음악 취향 1도 없고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듣는다. 그게 그 시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ㅁ이가 말했던 걸 발전시켜봤</p>
<p>피아노 치면서 아 존나 못 치는뎈ㅋㅋㅋㅋ 근데 막 내 연주에 내가 감동해서 너무 웃겼는데 -_- 하나비 치면서 깨달았따, 그냥 선율이 넘 아름다워서 감동하는 거야 특별히 내 연주에 감동하는 게 아니야ㅠㅠㅠㅠ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 곡의 아름다움을 다 살리지 못하는 연주도 감동적일 정도로 곡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래 너무 좋아 좋아 개져아 아아아악</p>
<p>진짜 미칠 것 같네 돌았냐고 히사이시 조 이 남자 무서운 남자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깜짝 와 노래 듣자마자 다 생각나는데 어떻게 여태 이걸 잊고 살았져????? 인생 헛살았당께 (도돌이표)</p>
<p>헐 도돌이표 특수문자 넣으려고 했는데 없네 미친 거 아니야? :||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잇몸만개 :D</p>
<p>피아노는 하나비 한 곡만 치고 있지만 사실 오스트 다 좋아 <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GiRIHnxZVvQ">유튜브에 있다</a> <a href="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24328">멜론에도 있따</a> 히사이시 조가 작업한 기타노 다케시 영화 음악 다 다운받아야지ㅠㅠㅠ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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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히히히히히히히</p>
<p>원래 결혼할 때 2대 로망이 만화방이랑 피아노였는데 리얼 피아노가 갖고 싶지만 남들 시끄러울 거라서 고민하다 결정 못하고 유보 상태였는데 간단한 음악도 만들고 싶어서 디지털 피아노로 최근에 결정했다. 피아노는 전문가 다다 선생님이 골라주신 KURZWEIL KA120. 아직 다른 성능 안 써보고 피아노만 쳐대서 좋은지 어쩐지 모르겠고 건반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워...가벼워ㅠㅠ</p>
<p>막 피아노 결정되자 당장 사고 싶었지만 마감 못한 원고가 하나 있었는데 피아노 있으면 글 안 쓸 것 같아서 또 미루다가 나중에 주문했다 ㅋㅋㅋㅋㅋㅋㅋ지금도 원고 마감 있어서 이러고 있음ㅋㅋㅋ큐ㅠㅠ</p>
<p>피아노 주문한 뒤엔 너무 씬나서 히히히히히히히 하고 현실 웃음 남</p>
<p>진짜 피아노 친 지 20년은 더 됐다. 근데 피아노를 주문하자 잘 칠 것처럼 손꾸락이 막 요동쳤닼ㅋㅋㅋ 자신감이 막 넘치고 난리남 쩐다 집에 피아노가 있다니 행복해 게다가 원래 알아놨던 사이트보다 10만원이나 싸게 샀어 머박 쿠팡에서 70만원도 안 됨 ㅇㅅㅇ</p>
<p>피아노 오는 날은 너무 설렜는데 피아노 받고 개충격 먹음 내가 '도'라고 생각하는 게 '레'였다....! 20년간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반 음도 아니고 한 음을 착각하지? 그런 것 같다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피아노 치면서 빼박 확인함 도를 돌려 놓을 때까지 연주는 못 할 것 같다고 울부짖다가 그냥 하고 있음.. 겁나 황당함 치면서 막 계이름을 머릿속으로 또 떠올리잖아? 이미 악보 보고 있는데도 소리 듣고 그렇게 됨; 근데 잘 나가다가 또 한 번씩 그 예를 들어 낮은 음 레를 치고 연속해서 한 옥타브 위 레를 치잖아? 그럼 '도'라고 들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촤 돌았냐고 왜 한 옥타브 정확하게 못 올리냐고. 지금 도하고 레 헛갈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고 총체적 난국임 막 왼손을 오른손인 양 연주하고 난리남</p>
<p>그래도 생각보다는 손이 기억하는 게 있어서 놀랐다. 즉흥환상곡... 이젠 뭐 진짜 다 잊었지만 </p>
<p>여기까지 쓰고 즉흥환상곡 연주 찾아봤는뎈ㅋㅋㅋㅋ 와 진짜 클라스가 다르네 진짴ㅋ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빨리 치지</p>
<p><iframe allow="accelerometer; autoplay;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 frameborder="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14JlhhwoKKQ" width="560"></iframe></p>
<p>아무튼 즉흥환상곡 앞부분을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는 잘 모르겠었고 지금도 모르겠는데 건반 위에서 위치 찾아가는 거 보고 신기했거든.. 근데 그 신기한 마음 쏙 들어감 영상 보곸ㅋㅋ</p>
<p>그리고 기억하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다 까먹어서 또 놀랐지만 너모 좋았다... ㅠㅠㅠㅠㅠ</p>
<p>사실 디지털 피아노를 사야지! 하고 마음 먹은 건 좀 됐는데도 피아노의 그 해머감? 그것 때문에 망설였던 거임... 왜냐면 이디오테잎 같은 테크노 음악이 만들고 싶어서ㅋㅋㅋ 이디오테잎 너무 좋아 피아노도 있음 좋겠다... 돈 많이 벌어서 그냥 피아노 내가 사야지.. 그냥 피아노가 너모 좋아 시심이 사라진 자리를 소리가 채운다는 느낌으로 맴속 깊은 곳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근데 도가 레야...ㅋ ;;; 응 그거 아니야 ㅋㅋㅋㅋ 하농부터 쳐야지 ㅋㅋㅋㅋ 하농 pdf 받아놨는데 출력을 안 해가지구... 지금 어차피 집에 악보 있는 바하랑 무슨 팝송을 한국인들이 악보로 정리해 놓은 거 두 개 치는데 재밌다... 그리고 막 팝송은 내가 모르는 팝송이 겁나 많은데 원곡 안 듣고 혼자 치는데 왤케 슬프지...? 그니까 막 혼자 잘 치지도 못 하고 막 틀리면서 치는데도 혼자 막 포풍의 감동 받고 미친듯이 피아노 침 돌았음ㅋㅋㅋㅋㅋㅋ 막 혼자 너무 감동을 받아가지고 감동을 받으면서도 웃겨가지고;;;; 왜 이러지 나 돌았낰ㅋㅋㅋ 감수성 개쩜< 근데 막 슬프다 막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랑 또 카사블랑카랑 ㅋㅋㅋ 막 별 게 다 슬픔 막 혼자 막 슬픔이라는 것이 애수에 젖는 슬픔? 혼자 막 애수에 잠기고 난리남 정확하지 않은 악보에다, 못 치는 피아노에 혼자 감동받는다는 게 웃김... 원곡 모르니까 악보도 내 맘에 안 드는 부분 더 슬프게(?) 각색해서 치고 있다. 막 아 플랫 때문에 슬픈가봐 와 플랫 두 개야 개 슬프다 이러다가 샾인데 왜 슬프지...? 플랫도 샵도 없는데 왜 슬프지...? 이러고 있음 왤케 다 슬프게 들리지? 그리고 왜 막 감동받지? 똑같은 말 그마눼...</p>
<p>피아노 때문에 햄볶하게 살구 있댜 피아노 없이 어떻게 살았지 ㅠㅠㅠㅠ 사실 피아노 오기 전에는 맴 속에 막 음심?? 악심?? 막 소리가 휘몰아치고 막 튀어나올라고 난리 남 그래서 막 자유연주 뿜뿜할 줄 알았는데 정확한 소리도 너무 모르고ㅠㅠ 그냥 악보 보고 치는 것만도 너무 행복하다 소리가 넘실댐 초등학교 때 이후로 이런 기분 처음이야...ㅋㅋ 그 때도 막 소리가 삐져나와서 맨날 자유연추 미친듯이 했는데. 어느 날은 이 노래는 너무 좋아서 이 노래가 발표되면 대중들이 모두 좋아하고 나는 억만장자가 될 것이다 이 지랄 떨만큼 혼자 원래부터 감동받았구나... 원래 그렇구나... 새삼스레 놀라구 있었구나 'ㅅ'</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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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준비하는 얘기를 써볼라고 했다. 상견례 얘기부터.. 상견례 때 우리 아빠가 진짜 개드립치는 바람에 대박 웃겼는데, 이제 와 지난 얘기는 됐고 앞으로의 얘기를 써보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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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며 사야 할 몇 가지 필수 항목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피아노이다. 관계자들(애인, 언니, 아빠)은 피아노의 피자만 들어도 짜증을 내고 왕 싫어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강행돌파다. 피아노 왕 비싸서 중고로 살 거임. 부평에만 중고 피아노 취급점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우리 민족이 피아노를 참 좋아하는구나 느낀다. 우리 민족끼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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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나는 왜 다짜고짜 피아노를 굳이 꼭 혼수로 하겠다고 하는가? 평소에 피아노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고, 못이룬 피아니스트의 꿈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 사연인즉 이와 같다. 잘 읽고 반대하지 말도록.</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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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수한 우리 민족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어릴 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제법 잘 치는 편은 아니었다. 학원에서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해줬던 것도 아니다. 그 일례로 나는 지금도 코드 잘 모름. 그런 것도 안 가르쳐 줌. 그냥 악보 보면서 무조건 뚱땅뚱땅 마구 쳤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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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우리 민족들이 아시겠지만은 어린이가 피아노를 배울 때는 개별 어린이의 특성에 맞게가 아니라 뙇 짜여져 있는 정석대로 피아노를 배운다. 바이엘부터.. 잘 기억도 안 남; 나는 하농은 대체 뭐 하는 인간인지 궁금했다 뭐 이런 걸 음악이라고 썼을까. 체르니는 우리들의 음악 실력을 생각하며 쉬운 음악부터 어려운 음악까지 작곡한 건지도 궁금했고.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바하였는데, 플랫이 너무 많아서 플랫을 이렇게 많이 할 거면 거꾸로 샾 몇 개만 달아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이상하게 여긴다거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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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배우는 거는 너무 재미없었다. 학원 애들 외에 다른 사람이 피아노를 치는 것을 들어본 일도 없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싫어하게 된 것 같다. 가끔 좋은 것도 생겼지만.. 월광곡 칠 때는 나름 빠져들었었고.. 학원에서 일년에 한 번 괜한 대회에 참여시키고 잘했든 못했든 다 상 주는 그런 게 있었는데, 마지막에 즉흥행진곡으로 참여하려고 연습하다 결국 학원을 관두어 무대에서 연주한 일은 없지만, 그걸 연습시키면서 선생이 같은 곡을 연주한 어느 피아니스트를 들려주며 이렇게 치라고 했다. 처음 들어본 남이 치는 피아노에 깜짝 놀랐다. 나는 한 음이면 한 음, 반 음이면 반음, 몇 분 음푠지 맞춰서 쳐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막 치는 거임. 레알 깜놀함.</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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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초2땐가 3땐가, 페달에 발도 안 닿는 그랜드 피아노에서 연주했던 게 무대에 처음으로 선 경험인 것 같다. 머리를 뽀글 파마해서 꽉 쫀매고, 무대 의상으로 엄마가 사준 회색 정장을 입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페달에 닿지 않는 의자에 높이에 처음으로 긴장했던 것 같다. 무대 위의 강렬한 노란 빛때문에 저쪽에서 나를 보는 엄마도, 객석도 안 보였다. 뭘 연주했는지는 까먹었는데, 원래 템포보다 좀 더 빠르게 연주하면서, 중간에 늦출 수가 없어서 끝까지 빠르게 하고 끝내 버렸었다. 잘 하지도 못 하지도 않아서 금상을 받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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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는 재미없는 경직된 피아노를 배웠지만, 집에서는 지하상가에서 사온 대중가요 악보를 쳐댔다. 한 개에 300원 하다가 500원으로 올랐던 한 곡 한 곡의 악보들. 내는 회사마다 악보가 달랐는데, 흰색 악보를 내던 데를 제일 좋아했다. 거기 거는 많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항상 악보가 복잡해서 음악이 더 퐁성해서 좋았다. 방과 후에 집에서 친구들이랑 피아노를 치며 미친듯이 대중가요를 불렀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른 외국 곡으로는 에버 그린과 원 썸머 나잇이 있다. 원 썸머 나잇은 아직도 좋아하는 노래임 원 썸머 나잇~</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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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하는 것도 좋아했다. 악보를 그릴 줄은 몰랐다. 그릴려고 들면 그렸겠지만. 피아노 앞에서 감정을 쏟아부어서 마구 쳐댔다. 더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게 된 뒤로도 그런 습관이 남아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머릿속에서 피아노를 쳐대며 이 정도면 음악으로 손색없지 않을까? 하고 악보로 남기려 어떻게든 작곡한 걸 기억하려고 했지만 다음날만 되면 깨끗이 까먹고 새로운 노래를 작곡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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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처음 피아노가 생겼을 때에는 집구석이 약간 중산층 가정의 냄새를 풍길 때였다. 3층짜리 주택 2층에 살게 된 뒤 넓은 부엌과 집안에서 키우는 커다란 식물들, 아마도 싸구려일 도자기들, 가죽 소파, 각 방에 놓인 침대 등이 기억난다. 구색 맞추기용인지 아이들 교육용인지 아빠가 피아노도 사왔는데, 그때 내가 실망했는지 좋아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건반이 가벼운 디지털 피아노. 아마 처음에는 좋았겠지, 드럼 효과도 있고 여러가지 신디사이저 효과가 있어서 혼자 피아노를 쳐도 혼자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건반이 가벼워서,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둔 뒤로는 무거운 건반을 칠 일도 없어서, 가벼운 건반에 익숙해지다보니 무거운 건반이 힘에 겨워졌다. 그래서 새로 피아노를 배운다던 친척동생에게 줘 버렸다. 가벼운 건반이 지긋지긋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키보드라는 악기를 증오할 지경에 이르렀다. 뭔가 성격이 극단적이라서... -_- 키보드 들어간 음악은 듣기도 싫었다 (근데 스웨이드 좋아함;)</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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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항상 피아노 치고 싶었다. 손가락이 망가졌다는 걸 알게 되고, 머릿속에 빼곡했던 악보들이 지워지고, 손이 기억하는 기계적 건반 진행이 불가능해진 뒤에도 계속 치고 싶었다. 대학교 때 한 달인가 두 달인가 동네 재즈 피아노 학원도 다녔다. 학원에서 뭔가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때나 피아노를 칠 수 있어서 배웠는데, 서울로 학교 다니자니 자꾸 빼먹어서 관둔 것 같다. 서울은 뭐든 배우려면 인천보다 너무 비싸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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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까먹을 만큼 별로 피아노 치고 싶다는 얘기를 안 하고 살았는데 결혼하려고 혼수품 목록을 만들려니 피아노가 생각났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집구석을 단장하고 피아노도 놓을 수 있다....! 1월에 애인이랑 집보러 다니면서 나는 피아노를 어디에 놓을지를 계속 상상했다. 찾는 것보다 좁은 집도, 피아노 놓기 딱인 자리가 있어서 마음에 찼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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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천에 있는 낡아빠진 빌라에 살게 됐다. 낡아빠졌다의 포인트는 거실에 피아노를 둘 데가 없다는 거다. 어찌 이런 일이.. 매우 분노하고 피아노를 포기해야 하나 계속 고민했다. 왜냐면 그놈의 집구석.. 아오 설명하기도 짜증나. 암튼 -_- 결국 나는 침실로 쓰려던 공간을 거실처럼 쓰며 거기다 만화책도 피아노도, 티비도 탁자도 다 놓기로 정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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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친환경 부부 코스프레를 위해 자전거 발전기를 놓고 싶었는데 놓을 데가 없어...ㅜㅜ 이건 진짜 부엌이랑 거실에 놔야 하는데. 나중에 이사할 때 반드시 발전기용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구조의 집을 골라서 이사하겠다. 이거 못 놓는다니까 애인은 쾌재를 불렀다. 뭐든지 내 맘대로 하기로 해서 뭐든 하지 말라고는 안 하는데 겁나 싫어함 ㅋㅋ 너는 지렁이나 키워 이 자식아... 이 얘기는 다음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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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새삼 참 이상하다. 나는 오프라인에서 나에 대해 떠드는 게 재미가 없다. 내가 왜 사교성이 없을까를 고민하며 사교성 있는 사람들이 하는 꼴을 보니 지 얘기든 지 아는 사람 얘기든 뭐든 화제를 이어나가기 위해 얘기를 열심히 한다는 걸 알고는 나도 그러는 것 뿐이다. 실제로는 남의 얘기 듣는 것 만큼의 재미도 없고, 내 얘기 하면서도 동시에 속으로는 재미가 없다. 물론 백프로 그런 건 아니다만 기본적으로 말야. 예전에는 내 얘기하는 게 고역이였고.. 그러니까, 내 생각을 말하는 건 좋아하는데 내 과거 얘기같은 거. 근데 옛날부터 거침없이 왕사생활도 쓰는 것을 좋아한다니 이제야 이상하다는 걸 깨달음. 어차피 내가 내 얘기 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아무도 몰랐을텐데.. 말로 하면 재미없는데 쓸 때는 흥에 겹다니 신기한 일이로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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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글은 내용적으로도 아무 상관이 없으되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은< 무연의 <a href="http://muhanhan.tistory.com/452">음악 듣기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몇 개의 단편.</a>을 읽다가 생각나서 써봤다. 상관 없으므로 트랙백은 걸지 않으리예..</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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