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말 안 듣고 부잡하기로 유명했다. 매를 때리려고 해도 도망가버려서 맞지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먹히는 주문이 하나 있었다. “계속해서 그러면 00에게 장가 보낸다”란 말이었다. 옆집에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살았는데 정말 못 생겼다 (미안해!). 장가간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건 나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그 여자아이를 작년에 만났다. 얼마만인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가정주부였다. 그녀의 언니가 아직 시골 고향에 살고 있는데 내가 고향에 갈 때마다 늘 00이가 날 보고 싶어 한다고 한다. 작년에 또 그래서 큰맘 먹고 전화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다. 너무나 반가와 한다. 아내랑 같이 만났는데,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녁을 같이 하는데 내 옆에 앉아서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내가 니를 언만큼 조아했는지 니 아냐”. 숨어서 날 훔쳐봤단다. 내가 피해 도망 다녀서. 이젠 죽어도 한이 없단다. 지하철에 바래다주고 가는 00이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괜히 찡하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