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나 PLO의 전술이나 전망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이 더 많은 희생을 불렀다고는 생각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인티파타의 저항이 지도 상에서 멸절되고 있던 팔레스타인들에게 그나마의 자치정부를 마련해주었고 하마스의 저항이 암세포처럼 뻗어나가는 정착촌 확산을 미약하게나마 막아내고 있으니까요.
민족주의와 단기 전략을 뛰어넘는 대안이 분명 존재하고 그것을 제시해야하지만 그러한 저항의 대안의 제시가 아닌 저항의 포기가 희생을 줄일 수 있을 대답인 거 같지는 않다고 문득 생각해 봤습니다.
PLO 지도부에는 이미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민중을 착취하는 저항단체라니! 하마스식의 자살폭탄테러 등의 경우 아직 어린 소년들 위주로 자살부대가 형성된다는 것과 이스라엘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테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그들의 목적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민간인 살해에 대해 언급한 영화를 보았는데 그들이 어차피 샤론을 지지할 것이므로 간접적으로는 나를 죽이려는 것이고, 그러므로 그들이 죽어도 된다는 논리는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빌미로 치안을 안 넘겨준다는 점을 생각할 때 무저항은 단순히 당하고 가만 있는 게 아니고 전략적으로 대응 가능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에서 무저항을 말할 땐 화가 나서 한 말이지만 무턱대고 공격만 할 게 아니고 일단 이스라엘로부터 벗어나야죠. 몇 년간 하마스를 빌미로 평화협상이 안 되고 있어서, 저들에게 빌미를 주지 말라!라고 외치고 싶기도 합니다.
테러 등 단기 전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당연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하마스 땜에 평화협상이 진척이 안된다 ... 는 주장에는 의문이 가네요. 00년 인티파타와 하마스의 급성장은 93년 이후 계속되는 PLO의 협상노선이 정착촌과 고속도로를 통한 영토 병합, 국경봉쇄와 자원 접근 차단을 통한 팔레스타인 경제의 파괴와 종속을 막아내는 것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영이겠죠.
어차피 협상이란 노무현이 말하는 대화와 타협의 장이 아닌 현실적 역관계의 반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무저항의 협상이 기만인 것을 알고 하마스를 지지하기 시작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하마스를 포기하면 협상에 응해주겠다는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먹혀들어갈 수 없다고 봅니다.
예, 이스라엘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의 무턱댄 공격보다 더 효과적인 저항의 수단을 그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장기전략, 즉 계급적 국제주의적 전망과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그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망의 제시 없이는 그 극도의 비효율성에 불구하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오늘도 하마스에 입단하고 어린이들이 폭탄을 메고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을 죽이는 것을 그만두게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그나마 PLO의 협상 노선보다 자신들을 지키는 무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여차저차하다보니 답글이 길어졌네요. 논쟁이나 머리쓰는 일은 질색이긴 하지만 다른 블로거랑 대화한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즐겁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확실히 하마스는 구실이겠군요 꼬투리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으니까. 적에게 맞서려면 적과는 다른 언어로 얘기해야겠죠. 그래서 분노나 명분은 이해해도 방식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똑같은 무의미한 살상이요. 꼬리님 말씀대로 새로운 전망이 가능하고 또한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구체적인 전망없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한국에 보이콧할 만한 것도 별로 없고.. 매일 카운트나 세는 무력한 나날. 윽 절대 푸념 아닙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