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티비에서 방영한 건 <써니 - 감독판>이었는데요, 말씀하신 단체로 두들겨 맞고 정학/퇴학 당하는 장면은 <써니 - 극장판>에는 없는 장면입니다. 누군가가 90년대 초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얘들한테 돼지처럼 먹이가 되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인 <돼지의 왕>에 비하면 80년대 낭만적 '칠공주파'를 다루는 <써니>는 몹시 반동적인 영화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추석에 <써니 - 감독판>보니 극장판에 없는 색다른 장면이 많아 놀랐습니다. 말씀하신 장면이나, 노동자 민중을 위하겠다던 주인공 오빠가 현재에는 이주노동자 임금을 떼어먹어 재판받는 장면이 '반동적'인 색을 옅게 만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유언장 집행 장면을 볼 때는 이런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보통적 의무교육으로 형성된 공통의 추억을 공유하면서 생긴 '국민' 관념을 토대로하는 복지국가를 상징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극중에 '나도 역사가 있는 존재다'라는 대사가 많이 나오는 데, 거기서 역사란 여러 계층 출신이 함께 생활하는 학교에서의 친구들과의 기억입니다. <써니>의 여성인물들이 자신의 역사를 돌이켜 보는 현대의 지점은 그들이 가족과 경제적 문제에 짓눌리는 상태인데, 과거의 아름다운 낭만과 비루한 현실의 괴리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봉합하고픈 욕구를 자본가 친구의 유산으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한국여성이 가족제도, 경제구조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이런 방식으로 무마하려는 것을 보면서, 오늘날 대선정국에서 복지국가 공약도 위와 같이 어떤 환상을 봉합하기 위한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문에 빼먹었는데, 저는 내가 저 대빵이었다면 내가 내치고 뒤지게 팼던 본드걸<을 찾을 것 같은데... 감독이 여심을 모르는구만... 같이 보던 여자들이 다 공감했거든요, 나같으면 저 때린 애가 마음에 걸리겠다, 하고. 이미 자본가가 된 그녀에겐 아름다운 추억만 반추하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해야 하려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