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었습니다. GV에서 충분히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을 글로 읽으니 좋네요. 권리는 분절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부의 권리가 보장된다고 해서 일부만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는 건 쓸모 없는 소리라는 이야기도 곱씹어보게 되구요.(사소하지만 보통은 인권을 쓰는 자리에 권리를 갈음해서 쓴 이유도 궁금합니다)
하지만 쓸모 없는 소리라는 이야기엔 생각이 다릅니다. 요컨대 이 나라는 민주주의다, 혹은 독재국가다, 혹은 상한 잡채다, 라고 하는 말은, 현 상황을 진단하는 말이죠. 진단은 (간결함을 희생하지 않는 한)상세하고 정확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잡채에서 당면과 시금치가 쉬었고 당근이랑 양파는 괜찮네? 그럼 지금 배고프고 멀쩡한 거 버리기도 아까우니 당근이랑 양파만 골라내서 비빔밥 해먹자.(물론 먹기 싫은 건 알겠지만 알다시피 우리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가 않잖니?)거나
우린 종교의 자유와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제법 갖춰졌지만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는 아직 개떡같아. 그러니까 AA BB한 슬로건으로 투쟁하자!
라는 식으로, 쓸모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더 상세한 진단은 좀더 상세한 액션을 끌어낼 수 있다 싶은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GV와 이 글에서 나온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전체적인 내용엔 공감이 가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에 있어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감독 나름으로 적절하고 찍고 싶은 정치적인 방향으로 찍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간 친구는 다양한 게이의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식의 영상보다 더 만족스럽기도 했죠. 물론 점령상황은 어떤 배경설정으로만 깔았고, 더 심각하고 본질적인 문제일지도 모르는 그것을 전면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것은 동시에 아쉬웠고, 그런 점에서 GV때의 이야기도 공감이 갔지만요.
그렇다면 영상을 다시 찍어서 상영할 수는 없으니, 아쉬운 이야기를 뎡야핑님이 채워주시면 되는 겁니다. '어깨에 총을 메고 클럽에서 춤 출 수 있는 건 오직 유대인 뿐이라는 것, 슈샨에서 발언하는 팔레스타인인은 영어를 써야 하지만 슈샨이 문을 닫을 때 고별사는 히브리어로만 이뤄졌다는' 것, 결국 '슈샨이 (완전한) 해방구가 아니라는 것은 영화 스스로 입증했다.'는 것을 지적하고(뎡야핑님 같은 관심 많은 분이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점들이겠죠. 그런 걸 짚어주신 건 중요한 지점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영화에 드러나지 않은 점령상황에 대한 현실은 어떻고, 어떤 자료를 찾아보면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액션은 어떻게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셨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하는 뭐 사실은 다 지난 이야기긴 합니다만.~_~
어휴 잘 읽었다는 말 한 마디 하려고 쓴 게 길어졌네요. (http://blog.jinbo.net/house/3) 요기 들어갔다가 들어본 적 있는 별명이 보이길래 혹시나하고 들어와봤는데 GV이야기가 딱 나와서 반가워서 그만 ㅎㅎㅎ
어머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스팸 아닌 댓글이 달렸네요 가끔 들어와서 스팸이나 지우고 있었는데...-_-;;;;
상한 잡채를 저는 점령 문제와 관련해서 언급했던 건데요, 점령과 피점령의 관계에서 이스라엘의 시스템이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스라엘 유대인에게 보장된, 그리고 상대적으로 서안과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보다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조금 더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가, 점령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느냐면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해왔는데요. 이스라엘로서는 21세기에 얼마 남지 않은 노골적인 식민 국가로 존재하기 위해 정당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한 여러 작업들이 민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이해하시는 바처럼 '민주국가'라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위해 수행되는 것들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속하는 데에 수단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저는 그 수단이 허구이고, 점령에 봉사한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지, 그 장점을 살리고 극대화 해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쓸데없는
특히 아랍인은 표현의 자유가 없는데 유대인은 있으니까 표현의 자유가 일부 있는 나라라는 말 자체가 저는 성립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건 그냥 인종차별 시스템 아닌가요? 발전시켜야 할 무엇이 아니고요. 백인들만 자유를 누리던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말예요.
제가 말하는 건 "우린 종교의 자유와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제법 갖춰졌지만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는 아직 개떡같아"가 아니고 "유대인에게는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모든 것이 제법 갖춰졌지만 아랍인에게는 아니야" 그리고 이 아랍인들은 (GV 때 언급한대로) 이스라엘 내에서 50여개 법으로 공식적으로 차별받는 팔레스타인인과 군사점령당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인 거고요.
GV에 임하는 태도는 미숙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뭔가 쓸데없이 분노를 드러냈던.. 앞에 있는 사람이 그런 식이면 마음이 편치가 않죠 마치 재밌게 본 게 잘못이라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저는 그런 점이 미숙했다고 생각하지만요, 이미 찍어서 공개된 영화를 얘기할 때 정치적으로 입장차를 드러내고 영화를 비판하는 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더 정제된 언어로, 분노하지 않고-_- 건조하게 얘기하는 게 훨씬 좋았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몇달간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으로 격해져 있던 감정이 괜한 자리에서 폭발했던 것도 같습니다-_-;;;
그리고 점령 현실은 설명했다고 생각하고요, 그거 하러 갔던 거니깐요-_- 더 찾아보실 수 있게 안내하지 않은 것은 아쉽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항상 BDS를 얘기하고는 있는데, 더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게 연대운동 차원에서 좀더 준비하겠습니다.
참 인권과 권리는 명확히 나눠서 쓰고 있지는 않고, 기본적으로 시스템 얘기를 하는 거라 권리라고 썼던 것 같습니다. 법 민주주의 그러면 저는 권리 쪽으로 단어를 쓰게 돼서요. 암튼 스팸 아닌 댓글 정말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