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대사, 신화의 저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고사기>라는 책요, 우리나라로 치면 삼국유사쯤? 이랄까요, 그렇거든요. ^^ 일본 민족 문학의 핵심에 해당하는 신화와 역사의 원류가 담긴 책이죠.
근데, 고사기가 만들어지던 당시 일본 고대왕국은 정치적 격동기여서, 구세력을 몰아내고, 쿠데타의 형태로 권력을 차지한 세력이, 텐무천황같은 역사적 인물의 세력이 저 고사기를 만들어냈다는 설이 있어요. 그래서 자기들한테 불리한 과거의 역사책은 전부 불태우고, 자신들의 정통성을 입증하는 방편으로 새로운 역사책을 만들어 냈단 거죠.
이 부분은 좀 복잡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책이나 논문같은걸 어지간히 찾아봐야 하는데요, (사실 찾아보면볼수록 확고한 답은 없고, 이 오래된 일을 둘러싼 학자들간의 추정과 논박에 의한 싸움의 계보같은 거나 나옵니다만^^) 암튼 기억력이 뛰어나고 총명하고 어쩌구한 히에다노 아레에게 지나간 역사를 암송시켜....라고 고사기에 기록되어 있거든요. 기록이 짧아도 그게 굉장한 거예요. 일본 고대사가 그 남자의 입에서 태어난 거니까요. ^^ 일본사람들은 다 알겠죠.
기록자, 구술자, 전달자...라고 자칭하지만, 제 생각에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히에다노 아레가 역사를 은밀하게 재창작했다는 입장에 상당히 주목한 것같아요. 만화 내용도 완전히 객관적 관찰자라고만은 할 수 없고, 객관적인 듯하지만 사건에 관여하고, 심지어 주인공이기도 하거든요.. ^^ 나는 고사기는 안읽어봤는데, 일본 신화연구서는 몇권 읽어봐서 익숙하네요.
우왕... 모르는 게 뭔가여... 굉장하다 -ㅁ-;;;; 진짜 두루두루 엄청나게 읽으셨다는 걸, 원래도 알았는데, 새삼 느낍니다
히에다란 남자는 사건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긴 해도 보통 사람 정도의 능력으로, 하지만 일정한 지식과 자신의 가설로, 사건에 휘말린 뒤에 어떻게 어떻게 해결하게 돕기도 하고 그냥 무능력자로 지내오기만 하기도 하고.. ㅎㅎ 그러는데 시리즈가 중간부터 히에다의 노트? 뭐 그런 식으로 타이틀을 붙였던데, 연님 말씀처럼 역사를 '은밀하게' 재창작한다, 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