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뜻 <좌파라면 주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표어만 보고 <뭐지> 하고 한참 생각했다. 채식은 알겠는데 주식은 또 뭐지? 유행 빠른 한국에서 먹거리에 뭔가 또 다른 유행이 생겼단 말인가? 아니면 좌파는 간식만 하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해도 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읽어보니 주식이 주식이 아니라 주식이다. 우리말 어렵다. 주식을 좌파가 해도 괜찮은지 아니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부처님은 안 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번역 불가능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음....예전에 동기녀석이 학원강사하는 선배에게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혹은 했던 사람으로서? 사교육시장에서 돈 번다는게 케름직하지 않냐고 했었는데...저는 뭐 그런 무안한 질문을 하냐고 눈흘겼었지요. 그 선배 가난했거든요. 근데 그 동기놈 자식 민노총에서 상근하는거 보면서 니가 하는 건 변절 아니냐고 말하고 싶더라구요. 뭐 말은 못 했어요. 감히...근데....요즘 지가 부동산 투기...는 아니고 투자를 하고 있는데...공인중개사 공부도 하고 있고....단기시세차익 목적 아니고...건전한 임대소득을 올리는 노후대책 차원의 준비라고 항변하고 싶지만...끌끌....친구한테도 넋두리했지만....타인의 노동의 댓가를 집세로 받아 먹고 사는게 맞지요....맑스가 금리생활자라고 지칭했던 자들이...오늘날 임대소득자를 포함하는 개념일 듯 싶구요....아...찔려라....임대소득의 10배가 넘는 노동수입이 있지만 오늘도 카드론을 쓰고 있는 이 궁색한 살림살이에 찔려 할 틈이 별로 없네여....ㅎㅎ 그래두 주식은 하기 싫더라...잘 모르는 분야라 ㅎㅎ근데...좌파는....그딴거 하면 안되죠....모름지기 노동의 가치와 그 가치생산의 주체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려는...적어도 원하는 사람인데....전 혁명 성사되면 알아서 자아비판 할 겁니다. ㅎㅎ
근데 선배라는 분처럼 그런 사람 많잖아요? 여전히 먹고 살 만한 위치에서 저런 소릴 마구 해도 되는 건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어요...
그리고 본문과 좀 반대되는 말이지만 -_- 아무리 좌파라도 생활인일진대, 어쩔 수 없는 점들이 분명히 있는 거구... 그래도 꼭 하지 말라고 하고 싶구... 근데 그냥 하지 말라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위에 지음님이 지적한대로 좀더 근본적인 수준의... 뭐가 있음 좋겠어요. 일단 지금 난 모르지만 -ㅅ-
논점 두가지가 섞여있는 거 같은데...
하나는 '좌파'라는 이름을 떼고, 그냥 개인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면 되는 것이지요. 좌파는 하면 안되고 우파는 해도 되고 그런건 아닐테니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위에 첫번재 질문이면 족하다고 봐요.
다른 하나는 개인의 신념과 양심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인데... 그건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겠지만, 사회적으로는 뭐 그다지 중요한 문제냐 하는 겁니다.
사실 개인이 직접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개인의 돈이 은행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아니면 부동산시장이나 채권시장으로 흘러가겠지요. 어쩌면 적극적으로 삼성이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 은행에 안전하게 예금해서 그 돈이 자기도 모르게 삼성으로 흘러들어가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나을수도 있겠네요. 주식투자하는 개인의 문제는 차라리 그 도박성과 사행성이 그에게 미치는 악영향에서 찾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주식투자하는 사람치고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에요. 그냥 돈 벌려고 하는 거죠. 그리고 많은 경우 스스로 어쩔 수 없어서 한다고 생각할 거에요. 이런 사람들한테 윤리적으로 옳지 않으니까 하지마라고 캠페인하는데 만족할게 아니라면... 좀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그러니까 이런 의미로 단어를 쓸 수 있다면, '좌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암튼 깊게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마디 거든다고 한 건데 맘이 살짝 상하신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저도 요새 고민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해서 글이 길어졌는데... 에고 힘들다. 좀 자야지. ㅎㅎ
잉 아니에요 근데 일단 이 덧글들이 살아날지 모르겠다... 지금 데이터 이전이 끝나서;;;;;;;;;;;;; 살아나겠죠...;;;;;;;;;;;
저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도 찔리지 않냐? 근데 구조적 문제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모르겠따 정도로 생각이 끝나 버려서 그냥 윤리적으로 그르다고 비난하는 수준에서 멈추는 듯. 여전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고? 뭐 그렇네요 저는 이 영화 보고 아! 저렇게 나쁜 줄 알면서 왜 할까 싶었거든요.. 사실 이렇게 나쁠 줄 몰랐음 -_- 아 그러고보니 본인은 자본주의 불매전략을 폐기한 마당에 주식 보이콧 하자는 게 좀 논리적으로 구려서 윤리 문제를 끌어들인 것도 같고...(무의식 해부)
주식투자하는게 돈놓고 돈먹기 하는거라는건 확실한 것 같은데.. 개인의 윤리문제와 사회의 문제를 분리할 수는 없죠.. 일단, 내가 도둑질 하면서, 남보고 도둑질 하지 마라고 말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물론, 말씀하신 관점으로 바라볼 수는 있겠지만, 일단 내가 도둑질은 안하는게 시작일 것 같음..
그리고, 난 다른건 몰라도, 주식투자하는걸 생계형이라 인정하는건 하기 힘드네요.. 아주 심한 장애를 가졌고, 그것밖에 할 수 없는 경우처럼, 정말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도둑질이란 행위가 주관적인 문제는 아니니까..
홍길동 같은 도둑질이면 또 다른 측면이 있고, 그게 도둑질인가 아닌가하는 여지도 있는 것이니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주식투자가 어떻게 홍길동 같은 도둑질이 될 수 있겠습니까.. 노동자 피빨아먹는거지..
또 다른 좌파적인 접근을 해야하는거랑, 좌파라면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랑은 다르게 접근할 문제인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 일컫는 말이 아니었던가요? 라고 물으시면 아닙니다!! 라고 말할 리는 없고 당연한 말인데. 문제제기의 요점은 주식 투자의 문제를 제가 개인 윤리의 문제로 국한시켜서 얘기했기 때문에 그러지 말라는 거죠? 당연히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켜서 생각 안 합니다. 영화에서 보팔 참사를 보고 개인의 윤리 문제로 생각해 봤어요. 보팔을 알면서 그 회사 주식을 산다면... 너무하잖아. 이런 마음으로
에.. 이거 고민이네요... 예전에 좌파는 주식하믄 안 된다는 글 본 적 있는데... 제 선배중에 자기가 엄청 급진 좌파연 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펀드 매니저 하고 있고, 제가 아는 좌파 활동가 몇몇은 주식해서 활동비 벌고... 그 사람들에게 주식하지마! 하고 이야기하기 뭣하더라구요. 그게 그 사람들 생계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대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민이 좀 되더라구요. 운동권이고, 좌파고 간에 생활인이고, 생활이나 현실에 발딪지 않고 뭘 한다는게 대단히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에... 그래서 제목에 솔깃해서 와 봤다가 고민하다 가게 되는구요 OTL..
잘 읽었습니다. :)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은 개념적인 구분이지 실제로 착하기만 한 사람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습니다. 내가 착한 일을 해도 그 일이 누군가에는 나쁜 일이 될 수도 있고, 쭉 나쁘게만 살던 사람이 어쩌다 좋은 일을 하는 수도 있지요. '좌파냐, 우파냐'라는 생각도 그에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급적으로는 좌파적이면서도 가족 문제에는 보수적인 사람도 있고, 종교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여느 좌파보다도 더 좌파적인 사람도 있고요. 세상은 참 복잡한 것 같습니다. "좌파니까 이렇게 행동하면 안되고 저렇게 행동해야 해~"라는 것은 일종의 정체성 만들기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도덕적, 이념적 인간상을 설정하고 그것을 본받으려는 여러 종류의 노력들처럼요. 마치 혈액형이 무슨 형이니까 그 형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들하고도 비슷한...
예전에는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세상이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대로 굴러가지도 않고, 그렇게 굴러가게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폭력임을 깨닫기 시작하시는 듯합니다. 철 모를 때는 원숙해지고 유연해지는 모습을 보며 보수화, 우경화된다고 보였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때, 그때 방향감각을 잃으면 쉽사리 무너지고 변절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저마다 각자의 답을 찾으며 사는 것이 인생일 터인데, 앙겔님은 문수스럽게 되지 마시고, 원숙하고 유연한 좌파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야 자본주의와는 이란성 쌍생아인 사회주의를 넘어 새로운 세상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세상이란 각자가 살아가는 각자의 인생을 말하는 것이지 이 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아시지요? :)
ㅎㅎ 재미있는 말이에요 방향감각과 변절...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정치인들이 옛날에 훌륭한 운동가였다는 얘길 가끔 들으면 안 믿기는데 -ㅅ- 맛탱이 가는 건 순간이라고도 하고. 그냥 유명해질 생각을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면 돈 많이 벌 생각 ㅇㅇ 어려운 건가효 후덜덜
사실 좌파라는 묶음 자체를 싫어하는 좌파가 대다순 거 같은데 대안은 못 봤규.. 좌파에서 시작했지만 내용에 대충 언급했듯이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 있는 윤리를 생각하면서, 주식은 누구에게나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로 그렇게 누구에게나 요구할 자신은 없고 최소한 좌파한테는 할 수 있겠다... 싶은 거고요; 최소한 타인의 고통을 구조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져. 글구 좌파의 윤리를 생각하는 것이 좌파의 정체성-한 묶음으로 묶을 걸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최소한의 공유점이라고 생각해염.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같은 걸로.
밤늦게 반갑네염 불로거진에 글 좀 올라갈 수 있게 불로그홈 게시 옵션 좀 끄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