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준위에 참석한 홍세화 선생님 (사진출처: 이상엽님 블로그
"세상의 기록" )>
1.
민노당을 탈당해나오면서 당에 관계한 유명한 분들, 혹은 이름 크게 알려진바 없어도 낮은 곳에서 열심히 활동해오시던 분들 등등이 탈당과 관련한 소회를 담은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참 여러모로 안타깝고 착찹했다. 모두 다 사연있고 가슴아프고 더러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했지만 그 글들 중 가장 눈물 핑돌고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했던 글은 개인적으로 홍세화 선생님이 레디앙에 투고하신
"입당의 감격과 행복을 뒤로하고"이지 않았나싶다.
그 글은 분명 민노당 자주파의 패권에 대한 선명한 비판이었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비록 나 자신은 민노당 당원도 아니었고 더더구나 국외에 나와있는 지난 몇년간으로는 더더욱 당 내의 싸움과 현안들을 직접 경험한바 없지만, 결국 "운동권"이라는 뻔한 물탕에서 굴러다닌 경험으로 학습되고 골수까지 이식된 내 자신의 그 '운동권'의 속성 때문에라도 홍세화 선생님의 그 실란한 비판은 자꾸 내 자신에게 비춰지는 거울같이 느껴졌고, '저런분이 함께 분당해나와 잘 되었다'라는 신난다~류 보다는 '저런 분이 끝까지 같은 일로 실망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당이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2.
참 놀랍도록 순진한 양반....
2004년 경에 교수노조 상근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홍세화 선생을 몇번 직접 대면할 기회가 있었다. 선배 교수의 친일행적과 관련된 작품활동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98년 해직된 김민수 교수 복직투쟁에 교수노조 상근 활동가로 결합해있던 때 홍세화 선생님이 이 투쟁을 함께하겠다고 결합하셨다.
뒤에서 야로 그리는 선수 입장에서 '홍세화만한 그림'이 또 없었다. 그 때 서울대 본관 앞에 탠트치고 죽치고 있을 땐데 맨날 일인시위 조직하고 학생들 똥꼬 간지러서 집회하고... 별 짓을 다해도 상황이 꼼짝도 안하던 때 그래도 홍세화 선생님이 와서 일인시위라도 해주면 그날은 언론사에 전화 넣으면 어김없이 기자들이 카메라들고 달려와줬다. 선생님이 글에 쓰신것처럼 이런 '흥생사'는 참 흔치않다. 장기판 말로 치면 "차, 포"급은 되어주었단 말이다.
당시는 김민수 교수 복직투쟁을 노조의 주요 현안으로 잡고 어떻게든 1년 내에 결판을 짓겠다는 때였고 김민수 교수님도 아예 본관 앞에 탠트치고 눌러앉아 사생결단을 보겠다던 때였다. 탠트 농성, 일인 시위, 집회... 벌려놓은 걸로는 더는 대학에나 언론에나 약발이 안받아 이벤트 수위를 높여야되던 차에 한시적으로 본관 1층을 점거할 계획을 세웠더랬다. 이런 짓을 할려면 뭔가 껀수가 필요한데.... 그때 당시 정운찬 총장 앞으로다가 명분 축적용으로 괜히 의례적으로 "면담 요청서"라는걸 매주 보내고 있었더랬다. 뭐 한두해 된 문제도 아니고... 서로 입장 뻔한데 면담같은거 해봐야 딱히 할말도 없더랬다. ㅡ,.ㅡ
그런데 왠일? 어느날 정총장 쪽에서 답신이 왔다. 면담 하겠다고. 대신 학생 대표는 빼고 오라고. 학생이 오면 절대 면담 사절이라고.
껀수 잡았다. 안그래도 본관에 박아야했는데!
선수입장에서 와꾸 잡은 그림은 이랬다.
학생 대표끼고 대표단을 본관에 들여보낸다. 올라가는 동시에 본관 1층을 기습한다. 면담 사절먹고 대표단 내려온다. 그대로 1층에서 항의 집회. 하루 버티기.
이만하면 언론 한번 탈만했다.
그리고 이럴 때 쓰라고 화려한 흥행사, 차포급의 화려한 말.... 홍세화 선생님이 게시지 않은가말이다.
와꾸잡고 출연진 연락돌리면서... 아무리 교수 영감님들이래도 교수노조 집행부급쯤되면 선수라고 봐야한다.
"면담은 무슨! 그냥 집회 박을 꺼니까 연대사나 하시면 됩니다. 언넝 오세요~"
뭐... 원래 데모쟁이들이니까 이렇게 불러도 한개도 안미안했다. ㅡ,.ㅡ
그런데 홍세화 쌤은 이렇게 부르려니 참 거시기해서... 뻥쳤다. ㅡ,.ㅡ
"오늘 정총장이 면담하겠답니다. 선생님께서 같이 들어가주셨으면 해서요. 그런데 면담이 안될지도 모르겠는데... 오시면 힘이 될것 같습니다."
무슨 일정이 있으시댔는데 시간빼서 꼭 오시겠단다. 아싸~
기자들에게 전화돌렸다.
"오늘 홍세화 쌤도 오시고 본관에 박습니다. 아... 그림좋다. 사진기들고 오세요~"
3.
교수노조 대표 2명, 민족문제 연구소 1명, 홍세화 쌤, 학생대표... 아마 이랬던거 같다.
학생대표에게 단단히 일러뒀다.
"우리 점거농성할꺼니까... 무조껀 면담 끼겠다고 버텨. 쫄아서 빠지면 안된다고. 선생님들한테도 얘기해뒀으니까. 30분정도 총장실 앞에서 항의하다가 내려오면 된다구"
사실 우리는 면담 별로 할 의사가 없다는거 보여주려고 면담 대표단 가기 전에 본관 앞에서 집회하고... 대표단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학생들 앞세워 그대로 본관 기습.
서울대 본관은 참 그림 되어주는 장소였다. 뭐에 쓰려고 만들었는지 1층 로비에서 위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시커먼 셔터가 있더랬다. 애들 몰려들어오니 당연히 셔터 내려지고. 기자들에게 뷰 포인트도 찝어줬다.
"조금 있으면 대표단 나올꺼거든요. 홍세화 쌤도 있어요. 저 시커면 셔터 올라가면서. 와... 여기 애들 뒤통수 배경으로... 요기서 올려 잡으면 셔터 반쯤 올라가면 다 보이니까 같이 담아주세요. 그림조타~! ㅡ.ㅡb"
드디어....
대표단 들어가고 정말 30분 정도 딱 지나고....
시커먼 셔터가 들들들.... 올라갔다.
그리고 그 뒤에... 나머지는 다 어디가고.... 홍세화 쌤이 학생대표 손을 잡고 꼴랑 서있었다.
"뭔일이래 이게? ㅡ.ㅡ"
홍세화 쌤이 참담한 표정으로... 학생 손을 꼭잡고 서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이런일이.... 학생 대표는 절대 면담할 수 없답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어떻게... 그래서 일단 다른 분들만 들여보냈어요 제가. 면담이 끝나면 제가 이 학생과 함께 들어갈꺼에요. 정총장에게 말했어요. 이럼 안된다고..."
다시 시커면 셔터...들들들... 닿히고....
참 기가 막혔다.
'아니... 저 샌님이!! 어떻게 이런일은! 원래 이런거요 이거! 걔는 들어가서 타주는 코코아 마시고 "원직복직 투쟁!" 여섯글자 말고는 할말도 없어요. 다른 양반들도 그렇고. 그냥 쫏겨나와야지 그렇게 면담하면 점거는 어쩌라고!! 걔가 임수경도 아니고 거기서 손 붙잡고 서계시면 그림이 됩니까요!!'
확 열이 뻣쳤다.
별수 없었다. 껀수 빠졌다. 밀치고 들어왔던 수위 아저씨들에게 "죄송함다. 여기가 아닌가벼요."하고 다시 기어나왔다. 기자들에게 사정했다. "아니... 원래 본관 점거인데... 그냥 기다렸다가 면담 내용이라도 받아다가 실어주면 안되요? ㅜㅜ"
홍세화 쌤.... 저 순진한 샌님이 확 망쳐버렸다. ㅜㅜ
4.
그땐 저 세상 모르는 순진한 양반이 럭비공처럼 튀어버렸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참 고마운 일이다.
대학 총장이 학생대표와는 면담할 수 없다는 그 현실을 정말로 가슴아파하며 거기 학생 손을 꼭 잡고 함께 서 계실 수 있다니 말이다. 그 손을 잡고 다시 총장실을 찾아가 사정하며 호소하는 그 진정성으로... 자주파니 평등파니... 상황 A가 입력되면 출력 B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운동권 선수들"에게 "그러나 기어이 다시 참여할 것이다. 죽는 그 날까지, 진보정당의 일원으로 살기 위해. 늠름한 민중으로, 평당원으로,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해주시니 말이다.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당 준비위 결성식에 앉아게시는 선생의 사진을 보며... 적과 마주서 싸우면서 자꾸만 적을 닮아버린 내 자신의 얼굴을 닦고... 그저 "당"이 새출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운동"이 새출발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꾸만자꾸만 떠올리게된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훌륭한 선생님들이 진보신당에 속속 가입하고 계신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단 말야.『민노당 - 주사파 = 진보신당』이라는 간단한 공식이 맴돌아서... -_-;;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life// 구 민노당의 한계를 "주사파"라고 한정할 수 만은 없는 문제였으니까 분명 그렇긴 한듯. "운동권 정당"을 극복하자는게 의회주의를 지향하는 사민주의로의 퇴보를 내정하기도하고. 그렇다고 해방연대나 일부 사회주의 그룹들에서 주장하듯 사회주의 좌파정당으로 나가야한다고 생각도 안들거든.노선투쟁을 통해서 싸그리 물리치고 확실히 세워내야할 명확한 대안이 현재로써는 없는 상황에서라면 중요한건 이러한 노선투쟁의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이 형성되어질수 있는 건강한 정치지형을 형성하는게 지금으로써의 최선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역시 아직도 난 민노당 내에서 좌파가 명확한 정치적 대안을 통해 주사파를 극복했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게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면 분당을 통해 앞으로 어떤 (당 내외적인)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통해 대안을 찾아나가느냐가 중요하지않을까싶네.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민노당 탈당파들이 처음에는 사회당, 초록정치연대 등과 함께 논의하던 틀을 버리고 심노연합당으로 이합집산하면서 결국 남은 것은 [민노당 - 주사파]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던 거야.최초의 진보정당이었던 민노당이 현재까지 왔던 산고를 이해하는 차원에서라도 조금더 낮은 곳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뛰어야 할 것,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당장의 총선이 아니라 튼실한 골격을 갖춘 (진보)신당이길 원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잖아?
당장의 국회의원 한명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그 국회의원 한명을 만들기 위해 심노연합에 흡수될 정도로 당 건설과정보다 총선올인을 택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단 말야. 사회당이나 초록정치연대를 끌어들여 창당을 하면 뭐가 얼마나 달라질지 역시 모르겠지만, 논의 테이블을 (총선을 위해 일단) 접어야만 했을까?
이런 점에서 민노당 탈당에서 심노연합당으로의 총선대응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민노당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선수들의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더라고...
하여간 뭐 그렇다고... 내가 뭐 감놔라 배놔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더 공부하고, 더 고민하고 현재의 진보신당의 방향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판단해야 겠지만...
부가 정보
관리 메뉴
본문
life// 창당 논의과정에서 총선 후 창당을 주장했던 이들이나 선도탈당파 등 현재 심노 중심의 총선과정에 불만들이 많을꺼야. 하지만 제도권 정당을 지향하면서 총선 역시 접을 수 없었기에 지금 심노 중심으로 판이 급조되는 분위기를 불만스럽지만 현실적으로 수용하고 총선 후 창당과정을 주시하고 있지 않을까해. 뭐... 총선에서 5% 선까지 어떻게든 선방해서 이후 진보정치진영 전체가 재구축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이야.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