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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안개님의
[창조한국당의 비례대표 선택을 바라보는 마음] 에 관련된 글.
이틀전 아침에 눈을뜨고 인터넷 신문기사에서 "창조한국당, 필리핀 여성 비례대표 파격 공천"의 사진 기사를보고 든 첫번째 생각은 "이런... 한방 먹었다"는 아쉬움이었다.
구 민노당 시절 의원단이나 민노당 자체에 아쉬웠던 수많은 것들 중 주요한 하나는 민노당이 10석 규모의 소규모 정당으로써 소선거구제와 같은 양당체제의 선거제도와 다수당 중심의 의회 의결구조, 꽤나 역동적인 정치적 환경에서 (이는 물론 역동적이기 때문에 소수정당에게는 기회의 조건이 되기도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존재가 양당체제에 안착하기 전까지 이것은 언제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이된다)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적 센스를 전혀 지니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흔히 "운동권 정당"이라는 비판과도 관계되는데 거리에서 대중을 집결하고 그 세로써 의사를 표현하던 시절과 달리 제도정치권에서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확장할것인가에 대한 센스가 아주 꽝이었다는거다.
국회에서 "수"로는 결코 상대가 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이기에 방법은 의제를 "선점"하고 선점한 의제를 강력하고 충격적인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효과적으로 정치적 논쟁의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한다.
창조한국당의 필리핀 여성에 대한 비례대표 공천에 개인적으로 "한방 먹은" 느낌을 받은건 바로 소규모 정당이 (양쪽모두 이제 단 하나의 의석도 가지지 못한 원외정당으로써) 살아남기위해 필요한 의제의 "선점"과 "확장"을 위한 정치적 선제권을 창조한국당이 먼저 점유했기 때문이다.
이정도의 정치적 이벤트를 상상할 수 있는 두뇌는 엄청난 창조력과 정치적 센스를 필요로한다. 물론 운동진영 내에서도 아직까지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주요의제로까지 부각되고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함께 투쟁해온것은 분명 진보진영이다. 이것을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것은 운동의 진정성과 사회적 의식으로써 가능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혹은 총선에서의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상상할 수 있다는 건 발상의 전환과 정치적 감각이 있어야만 한다.
거기다가 인물 자체의 상징성이 매우 다양한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매우 압축적으로 표상하고 있으며 그만큼 폭발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 "여성", 게다가 아침안개님의 지적처럼 이 여성은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진보신당이 얘기하고 싶은 많은 의제들을 표상할 조건들을 갖추었다.
이런 이유로 창조한국당 내에서 이 아이디어를 낸 이가 문국현씨 본인이건 어느 참모였건... 난 그의 정치적 센스에 박수를 보내고싶다.
소규모정당이 살아남기 위한 의제의 형성과 선점 방식에 있어서 이런 류의 아이디어와 정치적 이벤트의 기획과 집행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광고쟁이의 직업이 아닌 다음에는 이러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창조력 이상의 두 가지 조건을 더 충족시킬 수 있어야한다.
우선 첫째는 진정성이다. 창조한국당이나 진보신당이나 거대 양당에 집중된 조명을 잠시라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해서는 충격적인 이벤트, "튀는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형성하려는 "의제"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면 그것은 가장 천박한 정치행위에 불과하다. 이명박이 얼굴에 껌댕이칠을하고 탄광에서 곡굉이를 잡아도,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으며 욕쟁이할머니와 대화를 나눠도 우리는 그에게서 서민에 대한 진정성을 발견할 수 없다. 이명박을 예로든건 상당히 인간적인 모욕이겠지만 이번 공천에서의 창조한국당의 진정성은 마찬가지로 꽤나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이번 공천의 상징성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부각시킬 수 밖에 없는 (여성이나 비정규직보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로 의제화하고 책임질만한 진보적 스탠스를 문국현씨 개인이 과연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대선 이후의 과정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은 창조 한국당이 문국현씨 개인의 정당이라는 점 때문에 그 개인의 진보적 척도가 이번 공천의 진정성을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고 본다)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활용한 비정규직 문제에 그가 접근하는 기본 시각은 양심적인 기업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온정주의" 이상은 아니었다고 본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그의 "양심적인 진정성"은 의심치 않지만 이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구조적 변혁을 통해 해결할 "정치적 진정성"을 나는 그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공천이 상징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한 그의 진정성 역시도 "양심적인" 것일지는 몰라도 "정치적 진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진정성을 평가할 또 다른 준거는 정치적 이벤트로써 실행된 이 전략공천이 실제로 창조한국당에서 차지하는 위상일 것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상위 순번 비례대표를 확정 발표한것과 달리 창조한국당에서 헤르난데즈씨의 순번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의 의외성과 전격성은 의제를 "선점"하고 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치적 효과를 지니지만 그 순번을 어디에 배치할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역시 그 진정성을 충분히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물론 실제 선거과정에서 헤르난데즈 후보가 선거전에 어떻게 배치되고 어떠한 역할이 주어지는가를 좀더 지켜보며 판단해야하겠지만 현재로써는 언론의 조명을 끌어받기 위한 단기성 이벤트로 기획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만한 대목이다.
정치적 기획이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넘어서야만하는 또 다른 조건은 당의 정치력이다.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고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키더라도 이 의제의 현실화를 책임질 정치력이 없다면 이 정치집단의 창의력과 정치적 센스는 대단히 위험한 것이된다. 소수자나 계급적 의제를 형성하고 사회적 이슈로 끌어냈을 때 이에 대한 무수한 저항과 공세들 속에서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당의 정치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치는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이 문제는 창조한국당에 대한 평가보다는 "진보신당이 만약 같은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었더래도 과연 하나의 정치기획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었을까"의 질문 속에서 음미해볼만하다.
나는 이 질문에 회의적인데, 즉 외국인 노동자의 비례대표공천을 (그 순번이 어쨌든지간에)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현실화하기에는 이미 지금까지의 몇가지 정치과정들이 상당히 이벤트 중심으로 흘러왔다. 제법 논란과 사회적 이슈를 형성한 동성애자 최현숙씨의 종로구 공천과 배우 김부선씨의 진보신당 알리미 위촉, 이랜드 이남신 부위원장 비례대표 공천 등 진보신당은 나름대로 괜찮은 "이벤트"들을 통해 여러가지 사회적 의제화를 시도중이다. 이것들을 "이벤트"라고 표현한 것은 결코 나쁜 의도에서가 아니다. 이러한 이벤트가 소규모 정당이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의제 선점 방식이므로. 문제는 이를 통해 형성한 의제들을 당의 주요 현안으로, 사회적 현실화로 가져가는 당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치적 이벤트는 소수자들에 대한 매우 악의적인 정치적 이용으로 전락하고 만다. 즉, 지금까지의 정치 이벤트와 외국인 노동자 공천까지 모두 의제 형성의 이벤트로 발휘하기엔 당의 정치력과 입지가 취약하다. 이벤트 과잉으로 모조리 다 놓쳐버리기 쉽상이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는? 즉, 다른 에벤트를 포기하고 과연 외국인 노동자 공천을 현실화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원칙적으로 "선택과 집중"의 순번에서는 밀려서는 안되는 문제겠지만 당에 얽혀있고 당이 책임져야할 여러 정치적 사안과 당내 세력들을 고려할 때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에서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이벤트로 끝내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헤르난데스씨의 공천과 같은 정치적 기획은 현재의 진보신당이 책임지기엔 아직 당의 정치력이 미달이라고 생각된다. 창조한국당에게는? 글쎄... 심증은 있지만...조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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